Q_
음악계 대표 N잡러로 활동하시는데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가수 하림입니다. 음악계 N잡러를 대표해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엔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가수도 하고 있고, 월드뮤직 공연을 여러 개 만들기도 하고요. 활동하는 밴드도 꽤 많아요. 음악도 만들고 기획자로서 여러 사회, 문화 관련된 기획을 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강연도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다른 가수 분들보다는 뭔가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N잡러로 소개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Q_
요즘 가장 집중적으로 하시는 N잡은 무엇인가요?
제게 ‘주로 어떤 일’이라는 건 사실 없어요. 그냥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죠. 특별히 어느 하나에 비중 두는 것은 없고요. 많은 분이 저를 가수라고만 생각하시는데, 제 삶에서 가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아요. 공연이 있을 때만 가수죠. 평소엔 이런저런 일을 많이 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나가고 시즌이 시작될 때면 기획하거나 심사를 하죠. 날씨가 좋아지면 공연이 많아지고 지방으로 다니기도 하고요. 비수기라고 할 수 있는 겨울엔 음악을 만드는 전문 프로듀서가 되죠. 그래서 ‘주로 하는 일’ 같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제게 ‘주로 어떤 일’이라는 건 사실 없어요.
그냥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죠.
특별히 어느 하나에 비중 두는 것은 없고요. 많은 분이 저를 가수라고만 생각하시는데, 제 삶에서 가수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아요. 공연이 있을 때만 가수죠.
Q_
최근 SNS을 통해 보니 지방 공연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를 보면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대략 나오죠. 이것도 사실 일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SNS를 통해 내가 지금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또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어요. N잡러는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날이 계속 바뀌니까요. 저 같은 N잡러에겐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로 활용돼요.
Q_
하시는 일이 너무 많거나 넘칠 때 감당하기 힘든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있어요. 특히 기획하는 일들이 좀 그래요. 문화기획 같은 경우는 일종의 ‘꿈 꾸는 일’이죠. ‘세상이 이랬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을 실현하는 일이거든요. 뭔가 만들다 보면 나도 모르게 판을 크게 벌일 때가 있어요. 그럼 스스로 감당이 안 되기 시작하죠(웃음). 처음 생각했던 것 다 잊어버리고 괴로워지기 시작해요. 그런데 몇 번 이 과정을 겪고 나니 나름 룰 같은 게 생겼어요.
Q_
어떤 룰이요?
실패하고 난 후까지 예상을 하거나, 내 마음에 계속 끊임없이 물어요. 지치지 않았는지, 정말 괜찮은지 말이죠. 내 마음과 내 상태를 세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거죠. 그래서 할 만한 상태를 계속 유지해서 완주하는 것이 목표예요. 그런 식으로 스스로를 점검하고 다독이며 여러 일들을 하고 있죠.
또 보람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자신의 원동력으로 삼아요. 예를 들어 최근 코로나로 잠깐 쉬고 있지만 이주 노동자들을 위해 병원에서 공연하는 일을 기획한 ‘국경 없는 음악회’를 3년 정도 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일요일마다 병원을 가야 하는데, 전날 공연이 있거나 스케줄이 많은 날은 정말 몸을 떼기 힘들어요. 장비도 제가 혼자 다 들고 가거든요. ‘내가 왜 이걸 하려고 했지’ 하는 별생각이 다 들죠. 그런데 보람 있는 일이니까, 누군가는 제 음악으로 희망을 가지니까 지속할 수 있었어요.
Q_
2011년 정도부터 다양한 일을 해오셨으니, 어쩌면 N잡러라는 말이 없을 때부터 N잡러였던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2011년부터 전시 기획이나 공연을 만들었어요. 사용하지 않는 군부대 공간을 빌려서 예술가들 커뮤니티를 만드는 이상한 짓을 많이 했어요(웃음). 그런데 하나만 하거나 혹은 남들이 만들어 준 판에서 놀기만 해서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겠더라고요. 회사에 들어가면 일하고 승진해서 인생이 행복할 것 같은데, 엄밀히 따져보면 그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처럼 저 역시 그랬어요. 저는 음악을 하고 가수가 되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 뭘 해야 할지 방황하고 고민하다가 스스로 기획하며 갈증이 좀 해소됐어요. 그런 과정을 겪고 실패를 최소화하며 내가 원하는 것에 최대한 근접해가는 과정들을 습득하게 됐어요.
Q_
얼마 전엔 오랜만에 대면 공연도 하셨어요. 어떠셨나요?
좋았어요. 그런데 너무나 행복하다던지 살아있는 것을 느낀다는 뭐 그런 드라마틱한 감정은 없어요. 예술가라는 게 ‘인생의 꿈이고 이상’일 때, 그게 잘 안 되면 내가 같이 휘청거린다는 것을 습득했거든요. 그런데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이게 잘 되든 안 되든 나는 따로 존재하게 돼요. ‘공연이 잘 돼 너무 행복하고 즐겁고 아름다워요’ 라고 한다면 그게 아닌 순간엔 어떻게 살아요. 그래서 언젠가부터 일을 일답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좀 더 단단해지더군요. 공연이 잘 되면 행복하냐고요? 저는 화분에 물 줄 때가 제일 행복해요. 공연이 잘 되면 그냥… 기분이 좋아요.
Q_
N잡러로 살아가는 다른 뮤지션들을 많이 보실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주변 친구들이나 예술가 중에 N잡러가 꽤 많아요. 특히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생계를 위해 배달 일을 하거나 대리운전을 하는 친구도 많아요. 가족이나 친지가 소개한 회사의 직원으로 들어간 친구도 있고요. 그러면서도 그 친구들은 음악을 놓지 않아요. 연습도 하고 공연도 하죠. 마음이 아프지만 속상하게 볼 것만은 아니에요. 어떤 친구는 음반을 만드는데 동화책 형식으로도 내고 싶다며 사운드 북 제작을 공부하더니 어느 날엔 중국의 공장에 전화해야 한다고 중국어를 배우더라고요. 또 어떤 친구는 음악을 하면서 영상 일도 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영상 중계가 많아지다 보니 어느새 영상 중계 전문가가 돼 있기도 하죠. 모든 기회는 항상 열려 있어요. 다만 이 친구들은 모두 음악을 놓지 않고, 그 이유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죠. 음악의 본질이 스스로 즐기고 위안받고, 그 위안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거잖아요. 그 본질을 계속 기억하는 한 음악을 놓을 일은 없죠.
그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N잡을 하면 본인을 불행하게 만들 거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N잡을 해서 어떻게 할지, 어떤 삶을 살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결정하면 조금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모니터링하길 바라요.
Q_
그들에게, 그리고 N잡러로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단지 안 됐다, 힘내라고 말할 순 없어요. 우울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그런 거예요. 그저 살아가는 과정일 뿐이죠. 피해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현실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N잡러로 살아가는 게 단지 돈 때문이라면 너무 힘들어요. 어떤 것을 사고 싶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것과 그저 돈을 벌기 위한 건 다른 이유거든요. 돈의 가치는 통장에 숫자가 늘어나는 것뿐이에요. 무슨 말이지? 하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다들 맘속으론 알고 있을 거예요. 그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N잡을 하면 본인을 불행하게 만들 거라는 말을 조심스럽게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N잡을 해서 어떻게 할지, 어떤 삶을 살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를 생각하고 결정하면 조금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모니터링하길 바라요.
Q_
N잡러 하림이 추천하는 휴식 방법이 있다면요?
N잡러로 살다 보면 제대로 쉬는 순간이 부족해요. 좀 쉬려면 또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오니까요. 저 역시 겪어봤죠. 그래서 전 어느 순간 일정표에 휴식을 넣어요. 빨갛고 굵은 글자로요. 스케줄을 잡듯 휴식이라는 시간을 넣어놔요. 그 시간에 의식적으로 쉬는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청소하거나 환기를 시키고 정리를 하는 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사람마다 달라요. 그저 멍하게 있는 것을 휴식이라고 할 수도 있고,밖으로 나가 운동하는 것을 휴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죠. 각자의 방법으로 꼭 휴식하세요. 그래야 오래오래 N잡러로 활동할 수 있어요!
N잡러 하림이 추천하는
N잡러를 위한 플레이리스트
♪ 시작하는 N잡러를 위해
♪ 벌려놓은 일이 감당이 안 될 때
♪ 방향을 고민하는 N잡러를 위해
♪ 바라던 성과를 낸 N잡러를 위해
N잡러가 N잡러에게 전하는 속 깊은 노래들!
하림이 각기 다른 악기를 직접 연주하며 들려주는 ‘N잡러를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고용노동부 유튜브>에서 만나보세요!
(www.youtube.com/moel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