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공간에서 그림을 조각하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어 그리다
허공에 그리는 그림을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입체적인 공간에서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바로 3차원 공간에서 그림을 조각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국내 최초 VR 아티스트 염동균입니다. VR, 드론,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와 예술을 융복합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으며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그가 그려나가는 세상을 들여다 봅니다.
드로잉 아티스트
드로잉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Q. VR 아티스트가 생소한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VR 드로잉 퍼포먼스는 VR 장비를 착용하고
틸트브러시(Tilt Brush)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가상현실(VR)에서 실시간으로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예요. 미술관에서 예술품을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객들이 직접 보면서 함께 즐기는 퍼포먼스 예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는 스토리를 만들고, 공연 작품이나 영상 작품을 창작합니다. 하지만
HMD(Head-mounted Display)를 쓰는 순간 저는 앞을 전혀 볼 수 없어요. 그때부터 전체적인 컨트롤은 스태프에게 넘어갑니다. VR드로잉은 절대 혼자 할 수 없어요.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 작업인 셈입니다.
*틸트브러시: 구글에서 제작한 3차원 페인팅 프로그램
*HMD: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기기
드로잉 아티스트
드로잉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Q. 국내 최초의 VR 아티스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쉽지 않게 느껴집니다. ‘처음’이기 때문에 겪었던 어려움이 있으신가요?
기존의 미술은 평면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고 볼 수 있는데 VR 아트 경우에는 3차원적인 공간에서 아무런 제한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싶은 것들,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작업할 수 있다는 게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VR이지만 하나의 세계가 실감나게 구현되어 있더라고요. 계속 감탄했어요. 제가 처음 시도했을 당시 국내에는 VR 드로잉 퍼포먼스라는 개념이 없었어요. 아무래도 물어볼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 있는 자료를 많이 참고했는데 다 영어다 보니 번역까지 하느라 시행착오를 겪었죠. 첫 공연은 아예 못할 뻔 했어요. VR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을 때다 보니, 리허설에서는 아예 구동이 안 됐고 당일 공연 2시간 전에 겨우 연결됐어요.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죠.
Q. 현재 우리나라의 기술적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틸트브러시는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나올 만한 것은 다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관객이 보이는 투명한 헤드기어가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에서의 새로운 기술적 발전이 있을 때까지 VR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론, 홀로그램, AR과 같은 기술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신기술만 나온다면 제가 가진 능력과 예술적 스토리를 얹어서 선보일 자신은 있습니다.
Q. 작품이나 공연을 제작할 때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요즘에는 달리기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영감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지금은 의도적으로 시간을 빼놓지 않으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의 틈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산책이나 달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머릿속이 생각으로 가득 차 아무것도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달리다 보면 어느새 다른 생각이 떠오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Q. 예술인으로서의 삶과 생계로서의 예술인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가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자유롭게 살아간다고 하지만 사실 어떤 직장인보다 틀에 갇힌 삶을 살고 있어요. 오늘도 새벽 3시까지 편집하고, 아침에는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온 거예요. 저는 생계형 예술인이죠. 사람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술도 자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두 지점을 좁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요. 저에게는 사업 영역이 예술이기 때문에 직업으로서 예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신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게 좀 다른 부분이라 할 수 있겠죠. 예술가들에 대한 사회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예술의 재화에 대한 가치를 매기는 게 인색한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예술가들이 경제 활동하기 힘든 현실이에요. 예술 활동을 오래 하기 위해서는 제도로 받쳐주는 게 무조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활동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인가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해나가는 것이 좋을까요?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근로자분들은 퇴직이겠고, 저처럼 몸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은 신체 기능 저하가 아닐까하는데요. 최근에 생각이 바뀌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크루즈가 오토바이를 타고 절벽을 7번 뛰어내리는 장면을 보고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제가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미래도 바뀐다고 생각해요. 늦었지만 저만의 방식으로 체력과 정신 건강 관리를 하고 있어요. 20년 후에 더 멋지게 드로잉 퍼포먼스를 할 저를 그리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어요.
Q. 앞으로 계획하고 계신 작품이나 공연이 있으신가요?
당분간은 유튜브에 계속 집중을 할 것 같아요. 저를 알리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게끔 하려고 해요. 사람들에게 VR 아트는 분야가 생소하기도 하고, 하고 있는 사람이 저뿐이기도 하고요.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메타버스 등의 콘텐츠로 한국의 미를 보여줄 수 있는 공연 콘텐츠를 만들기 예정입니다.
Q. 끝으로 월간내일 독자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업이 되니까 또 그건 아니더라고요. 즐기면서 하더라도 어느 순간 정말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서 조금씩 만들어 가길 추천해요. 저는 분필이나 스프레이, VR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만들었어요. 하루에 30분 정도 그리는데 온전히 혼자 즐길 수 있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참 좋더라고요. 때론 의도적으로 쉬어가는 시간이나 행동을 갖기를 추천해요.
영상인터뷰드로잉 아티스트 염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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