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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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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점령 시절, 모든 게 고갈되어 결핍의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아멜리아를 친어머니처럼 모시던 엘리자베스는 나치 몰래 아멜리아가 기르던 돼지를 잡아 만찬을 열기로 한다. 외부와의 통신 수단이 모두 끊긴 상태로 서로를 모른 채 살아온 주민들은 음식을 나누는 동안 독일군과 전쟁과 상실했던 모든 것을 잊고 인간애를 되찾는다. 흩어진 삶이 한데 모이는 순간이다. 그날 이후 매주 금요일에 모여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은 주민들 모두를 하나로 묶어준다. 책을 통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만날수록 깊어지는 연대는 덤이었다.

개봉 2018
장르 드라마
감독 마이크 뉴웰
주역 릴리 제임스(줄리엣 애쉬튼 역), 미힐 하위스만(도시 애덤스 역)
1946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의 영국 건지 섬의 농부 도시 애덤스에게 런던의 인기 작가 줄리엣 애쉬튼이 편지를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노르망디에서 27킬로미터 떨어진 영국령 건지 섬. 흥겨운 콧노래로 별빛 가득한 밤길을 걷는 일군의 무리들이 독일군에게 검문당한다. 무슨 모임이냐는 독일군의 질문에 엘리자베스는 우체국장 램지가 구워온 감자껍질 파이를 떠올리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고 대답해 위기를 모면한다.

북클럽은 고립된 섬에서 하나밖에 없는 교류의 장이고 도피처이자 안식처였다.
즉 건지 섬 사람들에게 책은 유일한 구원이면서 비관적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패였다.
암울한 점령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
이들이 북클럽을 통해 전쟁을 함께 이겨내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소박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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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농부 도시와 편지를 주고받던 중 새 작품의 소재를 발견한 기쁨과 북클럽에 대한 호기심에 건지 섬으로 가는 줄리엣. 섬에 머물며 문학회에 참가해 주민들의 열의를 확인하고는 북클럽과 주민의 이야기를 원고로 만들려 하지만 예기치 않은 복병을 만나게 된다. 주민들의 아픈 손가락, 즉 나치 군의관과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낳은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였다. 엘리자베스는 헬만과 사랑에 빠져 딸 킷을 낳았고, 노역자를 도와주다 수용소에 수감되었으며, 그곳에선 폭행당하는 소녀를 위해 나섰다가 총살당한다. 참혹한 시절에 두려움과 불의에 저항할 줄 알았던 엘리자베스였지만, 독일 군인을 사랑한 탓에 섬 주민들에겐 입에 올릴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것. 이타적 삶과 비극적 결말만큼 예술의 적합한 소재가 또 있을까? 엘리자베스의 헌신과 희생은 전쟁의 비극성을 상징적으로 증언한다.
영화의 마지막은 완성된 원고를 받아들고 감격스러워하는 주민의 모습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줄리엣이 도시에게 청혼하는 장면이다. 주민들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점령의 흔적을 딛고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엘리자베스의 이야기와 건지 섬의 속살을 끄집어낸 줄리엣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북클럽이 아니었다면, 책으로 소통하며 서로가 마음을 나누지 않았던들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네 삶이 서로 다를지라도 책이 우리를 하나로 엮어준다’

북클럽은 고립된 섬에서 하나밖에 없는 교류의 장이고 도피처이자 안식처였다. 즉 건지 섬 사람들에게 책은 유일한 구원이면서 비관적 일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패였다. 암울한 점령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 이들이 북클럽을 통해 전쟁을 함께 이겨내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과정은 소박하면서도 훈훈한 감동의 드라마다.

소통과 연결로 만든 방패와 위로는 강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령기의 건지 섬과 별반 다르지 않다. 수많은 관계 맺고 살아가지만, 실상은 외로움이 더 크다. 고독사, 디지털 노마드, 1인 가구의 증가는 파편화·개인화되는 현실을 증명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모두가 고립과 소통 결핍 속에 살았다. 몸은 거리두기에 갇혔지만, 몸은 거리두기에 갇혔지만, 랜선을 통해서라도 함께 하고자 한 소통의 시도는 멈추지 않았음을 기억한다.
간 기능 개선제를 국내 대표 의약품으로 성장시킨 대웅제약 창업주 윤영환 명예회장은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돌아온다는 소박한 철학을 품고 늘 정도를 걸어오며 자사 직원들은 물론 타회사 직원들까지도 함께 잘되어야 한다는 공생의 자세를 성공의 핵심으로 꼽았다. 캐논코리아는 2009년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약을 맺어 장애인 직원 채용을 통해 함께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실현해 나가고 있다. 차별 없이 대해야 한다는 취지와 함께 장애인에게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오고 있다.
내일을 살아가는 힘과 위로를 건네는데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주민들이 소통과 연결의 힘을 보여주었듯이, 소중한 누군가에게 책 한 권 선물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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