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라는 단어 앞에선 여러 생각이 오간다. 때로는 설레기도, 때로는 낯설고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인생을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떠한 거대한 사건이나 변화가 아니라,
작지만 의미 있는 내면의 울림이다.
글. 편집실
지인의 이야기다. 12년 차 평범한 직장인인 그는 바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으로, 일과 가정, 취미 활동에 모두 적극적으로 임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원인 모를 무력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잊어버린 것만 같은 이유 없는 공허가 그를 조금씩 갉아먹었고 이내 잠드는 것조차도 어려워졌다.
잠이 오지 않던 어느 새벽, 창문을 열었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커피 향이 풍겼다. 근처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에서 흘러나온 향이었다. 불면증에 괴로워하던 그는 새벽에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다가, 이왕 잠이 오지 않을 바에 커피를 마시며 밤을 버텨보기로 했다.
정성 들여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는 것이 새벽의 일과가 되자 그는 커피로 또렷해진 정신을 다른 곳에 쏟아보기로 했다. 한때 가장 좋아했던 일인 글을 쓰는 것이었다. 조용한 새벽은 글 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어떤 날은 2시간 가까이 집중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한 줄도 쓰지 못하고 커피만 마시기도 했지만 매일 꾸준히 글을 쓴 끝에 단편 소설 한 편을 완성했다. 그 작품이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 그는 작가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훗날 그는 자신이 괴로워했던 이유가 스스로를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우리는 얼굴을 맞대거나 이메일, 메신저로 매일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와 대화할 시간은 갖지 않는다. 그의 내면이 진정 원했던 것은 일상의 변화와, 잊고 있던 꿈의 실현이었다.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원하는 것을 찾았다면 그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매일 사소하게나마 반복하는 시도다. 견고한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한 번의 커다란 충격보다는 작더라도 꾸준하고 규칙적인 타격이 필요하다. 한 번에 무너뜨리는데 실패했다고 해서 전부 실패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다. 그도 매일 새벽 책상 앞에서 작은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한 줄도 쓰지 못하는 날이면 성공했다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그는 일상과 인생의 변화라는 원하던 선물을 얻었다.
혁신이라는 말은 왠지 무겁게만 느껴지고, 이름난 정치인, 철학가, 대기업 같은 단어들이 자동으로 따라올 것만 같다. 하지만 혁신은 역사책이나 뉴스 속이 아니라 우리 내면에 있다. 원하는 대로 변화하고자 하는 마음, 그 마음을 실현하려는 의지, 작지만 꾸준한 시도가 모두 혁신이다. 가고 싶은 방향을 찾아 그쪽으로 몸을 돌리고, 한 발을 내딛는 용기. 그것이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갈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