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면 봄 또한 멀지 않다고 했다.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안게 된 봉성창 씨는
절망을 딛고 여러 차례 벽을 넘으며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직무 역량을 쌓았고, 취업 의지를 다져 중년의 나이에 다시 ‘내 일’을 찾을 수 있었다.
새로운 가능성을 꽃피운 그에게 일터로 향하는 출근길은 봄날처럼 포근하다.
글. 김주희
사진. 김경수
6년 전 다리를 다친 봉성창 씨는 지체장애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든 것이 무너졌다. 13번의 수술, 4년 6개월 동안 누워 지내던 날이 계속되면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무기력해졌다. 건강과 직업 등을 상실한 삶을 끊임없이 곱씹으며 스스로를 책망하기만 했다.
“병원비까지 감당하느라 경제 상황 또한 좋지 않았습니다. 아이 셋 가정의 가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괴롭기만 했었죠. 그때 장애인복지시설 선생님이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추천해 주셨어요. 답도, 길도 보이지 않던 순간에 숨통이 트이는 듯했습니다. 디지털 편집 디자인 교육을 받으면서 재취업에 대한 의지를 다질 수 있었어요.”
학원을 오가며 훈련과 재활에 매진했지만, 중년의 나이에 새로운 배움은 어렵게만 다가왔다. 익숙하지 않은 프로그램과 툴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다. “집에서 복습할 때 궁금한 점이 생기면 언제든 연락해라”라는 교육 강사의 세심한 배려와 격려에 힘입어 훈련을 지속해 갔다.
실무 교육 중심으로 이뤄진 훈련 과정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자격증 취득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취업에 유용한 내용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또한, 교육을 받는 동안 직업훈련생계비 대출도 받았는데, 이를 통해 일상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었다.
봉성창 씨는 훈련을 받는 동안 시간이 날 때면 틈틈이 도보로 음식 배달을 하며 사회인으로 한 발씩 내닫기 시작했다. 훈련 과정을 모두 마친 후에는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자 재취업에 도전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번번이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며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또 다른 벽에 가로막힌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대학교 행정지원직에 지원해 보라는 제안을 받고 가슴이 뛰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면접 전형에 참여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취업이 안 되어도 좋으니 면접만이라도 잘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보행이 불편했던 터라 지하철역에서 면접 장소까지, 10분 소요되는 거리를 무려 40분에 걸쳐 걸어 갔죠. 그런데 면접 후에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교정의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든 가을날이었는데, 이 길을 걸으며 매일 출퇴근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간절한 바람이 통한 걸까. 직업훈련 과정에서 습득한 컴퓨터 활용 역량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취업에 성공했다. 2022년 취업 후 현재 학교법인 건국대학교 경영지원부에서 근무하는 그는 각종 행정지원과 더불어 입학식 및 졸업식, 장학금수여식 등 다양한 행사 지원도 수행하고 있다. 사무실과 현장을 오가며 폭넓은 업무를 경험하며 성장하는 시간이 봉성창 씨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중장년 근로자로서 재취업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봉성창 씨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며 동료들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다. 일을 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체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오랜 시간 병실에서 누워지냈을 때와 비교해 근육량도 늘어났다. 자신에게 찾아온 긍정적인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익힌 편집디자인 기술을 활용해 홍보 관련 업무까지 확대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계약직임에도 관련 업무 반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아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하고 있으며,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더욱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업무적으로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안전 및 소방 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공부하는 중이에요. 사고를 겪기 전에 선교활동을 했었는데요. 훗날 기회가 된다면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남태평양 선교지에서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심리적·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국민내일배움카드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훈련 과정이 정말 도움이 될까, 의심과 불확신만 가득했던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강조하며 재취업을 꿈꾸는 중장년에게 향해 도전할 것을 당부했다.
“중장년층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게 더욱 두려울 거예요. 하지만 의심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합니다. 저 또한 잃어버린 것, 없어진 것에만 집착하며 한 발짝도 못 나간 시절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과거를 뒤로하고 ‘더하기’의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국민내일배움카드로 수강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한 만큼 자신에게 맞는 배움을 통해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일구길 바랍니다!”
면접 본 첫날부터 매년 가을이 되면 교정에 떨어진 은행잎을 수집한 봉성창 씨. 앞으로도 그는 해마다 은행잎을 모을 것이다. 밝고 따뜻하며 선명한 황금빛처럼 그의 미래에도 희망이 가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