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퍼네이션(Funation), 새로운나눔의트렌드

퍼네이션(Funation), 새로운나눔의트렌드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승주교수

최근 나눔의 트렌드를 이야기할 때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빼놓을 수 없다. 사회는 지금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타인과 즉각적으로 정보가 공유되는 세상으로 변모하였다. 이에 발맞춰 나눔의 방식에도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퍼네이션(Funation)’이다. 퍼네이션은 재미라는 의미의 단어인 ‘Fun’과 기부를 의미하는 단어인 ‘Donation’으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이러한 퍼네이션은 나눔의 과정에서 기존의 ‘기부’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은 걷어내고, 기부라는 행위가 누구든 쉽게 참여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놀이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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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퍼네이션이 처음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2014년 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진 ‘아이스버킷챌린지’ 때문이다. 아이스버킷챌랜지는 빌 게이츠, 부시 대통령, 메시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SNS를 통해 참여하면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 연예인, 운동선수 등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루게릭병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유도하는데 지대한 기여를 하였다. 이외에도 기부천사로 잘 알려진 가수 션과 한국컴패션이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는 ‘원더슈즈’라는 기부 마라톤 캠페인도 있다. 참가자는 3, 5, 10, 15, 21km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 달리게 되며, 이들이 내는 참가비로 맨발로 다니는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신발을 선물한다. 원더슈즈 캠페인은 참가자들이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캠페인 내용을 대중에게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또 다른 ‘트래시태그챌린지’는 공공장소나 자연에 방치된 쓰레기를 치우고 SNS 상에 이를 공유하면서 환경보호를 유도한다. 특히 예술가들은 이 트래시태그챌린지를 통해 모은 형형색색의 쓰레기를 활용해 전시회까지 개최하고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대중과 공유한다. 이처럼 퍼네이션은 큰 수고 없이 SNS의 파급력을 통해 누구나 손쉽게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매우 혁신적인 기부방식으로 평가받는다.
퍼네이션은 나눔의 즐거움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한다. 주변에 보면 나눔에 대한 생각은 있으나 어떻게 나눔을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혹은 그간의 나눔의 방식에 크게 공감하지 못해서 나눔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퍼네이션은 나눔의 행위를 하나의 놀이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 퍼네이션은 대중에게 전통적인 기부 모집방식에서 강조하는 나눔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를 구구절절하고 과장해서 설명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놀이에 참여해서 즐기는 동안에 알게 모르게 기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나눔이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돕는 행위를 의미하긴 하나, 그렇다고 단순히 타인을 돕는 모든 행위를 나눔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는 나눔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대상을 존중하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본다. 퍼네이션은 이러한 슬픔과 고통을 실제 체험을 통해 이해하고 나누는 행위이다. 이를 통해 도움을 받는 사람과 기부자들 간에 단절된 관계를 자연스레 이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실제로 2014년에 국내외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아이스버킷챌린지는 단순히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망가지는 놀이가 아니라 근육이 굳어가면서 죽어가는 루게릭병 환자들의 고통을 함께 경험하자는 공감과 소통의 표현이다.

“이제는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나눔을 하든지
자신이 그 행위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혹자는 퍼네이션에 참여한 사람들은 재미로 참여한 경향이 강해 자발적 참여 동기가 적고, 그 결과 이들의 나눔은 일시적인 행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명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는 이제 나눔도 이를 행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행위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곤궁하고 피폐한 사람들을 자극적이고 과장되게 묘사해 사람들의 눈물에 호소하는 전통적인 기부 모집방식은 실용주의적인 소비행태를 보이는 MZ 세대에게서 더 이상 나눔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특히 요즘 MZ 세대 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자는 ‘거지방’ 놀이까지 유행하고 있는 마당에, “만원의 기적”, “커피 한잔 값을 아끼면...”, “밥 한 끼 값으로…”등의 불편한 문구는 스스로를 ‘N포세대’로 규정하는 이들에게 맘에 와닿지도 않는다. 이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나눔을 하든지 자신이 그 행위로 인해 행복하고 즐거워야 한다. 혹자가 비판하듯 퍼네이션 활동이 즐거운 놀이문화로 조금은 이기적인 목적을 띠고 있으면 어떤가. 그것이 어려운 사람들을 더 잘 이해하고 도와주기 위한 목적을 가지는 한, 그리고 사람들이 이를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선한 영향력을 퍼트려 가는 한, 그 행복한 여정에 동참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는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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