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AUGUST/ vol.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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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공기업에서 근무한 그에게도 은퇴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김관열 씨는 퇴직 후 마주한 회사 밖의 삶을 정면으로 승부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은퇴전문작가, 강사, 1인 유튜버, 작사가, 취업 멘토, 음악기획사 슈퍼바이저 등
6개의 직업을 갖고 오히려 더 왕성한 황동을 펼치고 있죠.
‘누구나 은퇴는 처음이니까’ 은퇴도 공부하면 된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봅니다.

황정은 / 사진김지원

35년의 공기업 생활을 마치고

지난 35년간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근무한 김관열 씨는 직장생활 당시 대외협력 및 홍보 분야에서 일하며 다양한 사람과 상황과 마주하는 일을 이어왔습니다. 35년 직장생활의 절반은 외자 계약과 관련된 일을 하며 캐나다 등 해외에서 장기간 근무를 경험했고, 나머지 절반은 대외협력 업무를 통해 홍보 업무를 맡았던 것이죠. 퇴임 당시 마지막 보직이 1직급인 대외협력처장이었는데 김관열 씨는 당시를 이야기하며 “업무 특성상 언론은 물론 각종 단체나 수많은 지역주민들을 상대해야 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수 천 명이 되는 큰 규모의 직원을 보유한 조직의 행정책임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했기에 항상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살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그의 진짜 속마음은 ‘어서 빨리 퇴직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넌지시 말했죠.

“업무가 힘들다 보니 일을 하면서 시력도, 치아도 안 좋아지는 등 몸 상태가 많이 약해졌어요. 어서 퇴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죠. 헌데 공교롭게도 제 나이 때부터 정년이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이 된 거예요. 현 보직에서 물러나 임금피크제 기간을 보내며 자문역과 특별 과제 등을 수행하게 됐죠. 출퇴근은 똑같이 하는데 업무량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그런 시간 속에서 은퇴 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은퇴 후 삶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많은 퇴직 예정자들은 퇴임일이 가까워 올수록 점차 은퇴를 맞는 것을 두렵게 느끼곤 합니다. 그 이유는 은퇴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기 않기 때문이죠. 김관열 씨는 ‘준비가 안 되어서 은퇴가 두렵다면, 준비를 제대로 한다면 은퇴가 기다려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자신만의, 그리고 자신다운 은퇴 준비를 하나 둘 세워 가기 시작했습니다.

인생 2막,
왜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죠?

  • “정년퇴직 2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는 평범한 일반 퇴직자들이 따를 만한 은퇴준비 가이드라인이 없구나’라는 생각이요. 시중에 나와있는 은퇴 및 퇴직과 관련된 서적이 많지만, 그 책들 속에서도, 심지어 회사나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은퇴전문프로그램, 은퇴전문가나 퇴직선배들에게도 답을 구할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 자신의 은퇴와 타인의 은퇴를 위해, 김관열 씨는 은퇴준비실전 지침서인 『은준인(隱準人)』 이라는 저서를 쓰고 출판했습니다. 이 책은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줄임말로, 책을 통해 김관열 씨는 공무원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은퇴준비 방법을 전달하는 전문강사(ART코치국내1호)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강사 활동은 그를 안전 분야, 민방위 분야, 평생교육대학 등 여러 분야로 확장했고 어느덧 그는 6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되었죠. 물론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바로 코로나19의 출연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상반기에만 예정돼 있던 70여 개의 강의가 모두 취소됐고 하반기 강의 일정도 거의 없다시피 됐던 것이죠.

  • “마음이 좌절되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낙담하며 시간을 보낼 수는 없잖아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보자는 마음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에 도전했어요. 사람들과 직접 만날 수 없다면 1인 미디어를 통해 만나면 되겠다고 생각을 전환했고 약 4개월간의 독학으로 채널을 개설해 현재는 구독자 약 6천 명을 보유한 1인 크리에이터가 됐어요. 10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보유하고 있죠. 저의 유튜버 도전이 성공할 수 있던 데는 코로나라는 위기가 그 중심에 있던 셈이예요.”

  • 김관열 씨는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코로나가 19가 나에게 준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주관한 ‘신중년 인생 3모작’ 사례 공모전에 지원해 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글을 써서 상을 받고, 인터뷰까지 하게 됐으니 코로나19는 또 다른 선물을 나에게 준 거나 마찬가지”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100세 시대보다 가까운 말,
‘트리플(Triple) 30’

도전은 언제나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고 강조하는 그는 자신이 은퇴 후 지금의 삶을 이어올 수 있던 데는 계속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도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삶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그 로드맵은 ‘100세 시대’ 라는 거대한 단어가 아닌 인생을 3번의 30년으로 나눈 ‘트리플(triple) 30’에 있다고 덧붙였죠.

“우리는 인생에 가장 핵심이 되는 인생 2단계인 경제활동기를 위해 1단계 독립준비기에서 많은 준비를 합니다. 헌데 우리에게는 소중한 마지막 30년이 남아 있습니다. 2단계의 30년을 위해 1단계에서 준비하듯, 3단계의 30년을 위해 2단계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 거죠. 이 준비를 위해서는 ‘자기핵심브랜드(Self-core Brand)’를 만들어 제2의 직업으로 연결시켜야 해요. 저는 이 평범한 방법을 통해 퇴직 2년 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은퇴전문작가, 다양한 분야의 강사, 1인 유튜버, 전문작사가, 1급 직무전문면접관 및 취업 멘토, 음악기획사 슈퍼바이저 등 6개의 직업을 갖게 됐어요.”

김관열 씨는 은퇴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 어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 즉 ‘은준인’ 이 되지 않으면 ‘은둔인(隱遁人)’이 될 수밖에 없다며, 선택의 몫은 각자에게 있으니 현명한 선택을 하자고 말이죠.

“꿈을 건드리세요. 건드리지 않으면 꿈일 뿐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도전하세요.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는 것을 도와줄 곳이 있습니다. 바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입니다. 문을 두드리세요. 두드리는 자에게 열릴 거예요.”

그는 오늘도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을 키우는 데 하루를 쪼개어 시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그 하루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인생의 남은 30년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현실이 되도록 김관열 씨는 오늘도 다양한 전문가로서 하루를 열고 또 하루를 맞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