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버리는 것도 돈이 되는 세상이 왔다. 다 쓰고 버려지는 캔과 페트병을 넣으면 개당 10원을 보상한다.
‘네프론’을 통해 회수된 페트병은 약 2억 8,200만 개, 캔은 1억 개에 달한다.
친환경이 메가트렌드로 자리한 요즘, 쓰레기를 모아 돈을 버는 ‘쓰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글. 신동현
사진제공. 수퍼빈(www.superbin.co.kr)
월급 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다. 가벼워진 지갑만큼 무거워진 가계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그래서일까, 당장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거나 생활 속 지혜로 부수입을 창출하는 짠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버려지는 쓰레기’로 재테크를 하는 ‘쓰테크’가 화제다. ‘쓰테크’는 쓰레기를 모아 돈을 벌어 고물가를 지혜롭게 버티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시대적 흐름인 친환경이 더해졌다. 장바구니를 챙겨 장을 본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에 음료를 주문한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소비활동으로 환경보호까지 실천하는 것이다.
물론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은 만만치 않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발생한 폐기물의 양은 1조 9,738만 톤에 달한다. 재활용 시장도 커지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폐기물 재활용 시장은 2020년 551억 달러에서 2030년 880억 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쓰레기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와 수익을 창출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쓰레기를 다시 소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순환경제의 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것. ESG 키워드는 물론, B2C 모델로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거나 B2B 사업을 통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기도 한다.
이들 스타트업은 AI를 활용한 센서로 페트병, 캔, 폐종이 등 재활용품의 무게와 적재량을 감지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어플을 통해 주변의 가장 가까운 자원회수로봇과 사용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점도 특징이다. 외형은 자판기와 비슷하지만, 지정된 위치에 올려둔 재활용품을 감지해 분류하고 보상으로 포인트를 지급받을 수 있다. 이렇게 지급받은 포인트는 자체 쇼핑몰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자원회수로봇은 초기에는 지자체, 공공기관 등을 중심으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민간 기업에서도 도입하고 있다.
수퍼빈이 개발한 일회용품 회수기기 ‘네프론’은 전국에 약 820여 대가 설치돼 있다. 2023년 12월 기준 네프론을 통해 회수된 페트병은 약 2억 8,200만 개, 캔은 1억 700개에 달한다. 누적 환전액도 26억 원을 넘어섰다. 그밖에도 오이스터에이블이 개발한 분리수거 앱 ‘오늘의 분리수거’는 누적 가입자 8만 명, 월 활성 이용자도 1만 5,000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들이 개발한 분리배출함은 전국에 480여 대가 설치돼 있다. 오이스터에이블에 따르면 자원 회수율이 약 80%에 달한다고 한다.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스타트업의 성장도 만만치 않다. 매년 발생하는 폐기물 중 사업장, 건설폐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 시장은 탄소중립 트렌드와 맞물리며 성장세가 기대되는 분야기도 하다. 폐기물을 배출하고 자원 순환을 돕는 솔루션 ‘에코야’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해당 솔루션은 종이, 플라스틱, 비철금속 등을 수거, 선별한 뒤 압축을 거쳐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어낸다. 기업 고객 입장에선 폐자원을 합리적인 가격에 되팔고, 재활용된 자원으로 친환경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 에코야는 이렇게 매년 10만 톤이 넘는 폐자원을 취급하고, 8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쓰테크 스타트업들은 단순히 쓰레기의 수거나 처리,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저마다 쓰레기를 새로운 소재 등으로 변화시키는 ‘업사이클(Upcycle)’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에서 패션의 원단을 새롭게 추출하거나, 맥주 찌꺼기로 대체 밀가루를 생산하는 등 식품 부산물의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이런 자원 순환의 분야는 매우 넓다.
‘가치 소비’가 뉴노멀이 된 지금, 이런 업사이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은 계속해서 각광받을 것이다. 자원의 선순환에 호의적인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다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커지고 있다. 똑똑한 소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확대되는 가운데 쓰테크 기업과 같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업사이클의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