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더하면 행복
"장애인에게 취업은 좁은 문입니다. 하지만 결코 닫힌 문은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는 방필규 사회복지사는 비좁은 문을 피나는 노력 끝에 연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 중이죠.
방필규 사회복지사를 만나 보았습니다.
[글 김미경 사진 김정호]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 홀트일산요양원
홀트일산요양원은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 산하 중증장애인 거주 시설입니다. 1961년 홀트일산복지타운이라는 이름으로 개원하였고 1999년부터 분리 운영되고 있죠. 홀트일산요양원에는 현재 약 155명의 지적장애인들이 생활 중인데요, 이들의 90%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인데다가 지적장애 1급을 포함한 중복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40대 이상의 이용자들이 절반이 넘는데, 이곳에서 결혼도 하고 환갑잔치도 연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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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교사, 사회복지사로 거듭나다
방필규 사회복지사는 홀트일산요양원의 운영지원팀 소속입니다. 프로그램 진행 및 자원 마련, 이용자들의 입·퇴소, 보조금 신청 등 이용자들에게 꼭 필요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사회복지사로 홀트일산요양원에 온 건 아니었어요. 1995년부터 홀트휠체어농구단에서 선수생활을 했는데요, 2001년 홀트장애인종합체육관의 체육교사로 채용되어 이곳에 왔죠." 체육교사로 이용자들과 교류하던 방필규 사회복지사는 점점 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빠져 들었다고 합니다.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던 그는 2004년 대학에 입학하여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2006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합니다.
농구와 보람, 홀트일산요양원은 최고의 직장
방필규 사회복지사는 현재 홀트휠체어농구단 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그는 휠체어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선생님의 권유로 휠체어농구를 접하면서 국가대표까지 선발되었습니다.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기도 했죠. 하지만 현실은 운동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3년 동안 운동을 쉬면서 가죽공장, 출판사, 보석가공 회사 등 여러 곳을 전전했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다시 하고 싶다는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다행히 농구를 매개로 홀트일산복지재단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죠." 방필규 사회복지사에게 홀트일산요양원은 최고의 근무 환경입니다. 좋아하는 농구도 하면서, 사회복지사로서 중증장애인들의 재활을 위한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동안 이용자들과 함께하면서 그분들이 더디게나마 변화하는 것이 보일 때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준비'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처럼 방필규 사회복지사가 '좋은' 직장을 얻게 된 데에는 언제든 찾아올 기회에 대비해 늘 열심히 노력해 왔기 때문입니다. 다른 농구선수들에 비해 덩치가 작은 그는 피나는 노력으로 신체 조건을 극복했습니다. 또 일과 병행하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때문에 그는 본인의 경험을 발판 삼아, 같은 농구단 후배들에게 '준비할 것'을 독려합니다. "장애인의 취업은 물론 힘듭니다. 하지만 좁은 문이지 닫힌 문은 아닙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운동만 하지 말고,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취득해 언제든 올 기회를 대비하라고 독려하지요." 덕분에 그의 농구단 후배 3~4명이 홀트아동복지회 산하기관에 채용되어 근무 중입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최요한 사회복지사도 방필규 사회복지사의 독려로 홀트일산복지타운 후원홍보실에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최요한 사회복지사는 전공을 살려 번역사로도 활동 중입니다. 방필규 사회복지사는 후배들의 취업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쁘고 뿌듯하기만 합니다.
후배들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장애인 후배들의 취업을 위한 방필규 사회복지사의 노력은, '2017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고용노동부장관상 표창을 수상함으로써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았습니다. "상을 처음 받았을 땐 얼떨떨했어요. 선배들이 받아야 할 걸, 제가 대신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려서부터 선배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후배들에게 보답해야 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후배들 스스로 준비할 수 있게 끊임없이 독려하고자 합니다." 선수 시절, 방필규 사회복지사의 포지션은 포인트가드였습니다. 농구 경기에서 포인트가드는 '코트 위 감독'으로 불릴 만큼 게임을 리드하면서 적재적소에 공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지금도 그는 장애인 후배들의 미래에 있어 포인트가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발판 삼아, 후배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서 격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바람대로 더 많은 후배들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