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JANUARY/ vol. 560
vol. 560
  • >
  • 행복일터 >
  • People

서브메인이미지

최근 각종 예능에서 ‘본캐’와 ‘부캐’의 구분짓기로 대중의 웃음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부캐’ 하나씩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생계를 위해 사회 안에 어우러져 사는 우리 대부분의 얼굴은 ‘부캐’인 셈이니까요.
고용노동부 <월간내일>에서 웹툰 ‘안쪽인간’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장보름 작가를 만났습니다.
장 작가는 ‘진짜 내 인생은 퇴근 후부터 시작’이라고 유쾌하게 이야기했습니다.
그가 만들어 낸 ‘안쪽인간’이 실은 장보름 작가의 ‘본캐’였던 것이죠.

황정은 / 사진박찬혁

Q
<월간내일>을 통해 지난 해 안쪽인간이라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으셨습니다. 안쪽인간의 탄생 배경이 궁금한데요. 계정 소개를 보면 안과 밖의 경계가 뚜렷한 안쪽 인생을 사는 사람, 퇴사를 꿈꾸며 열심히 사는 직장인이라고 스스로 소개하셨어요. 캐릭터 탄생의 사연이 있을까요?
제가 ‘안쪽인간’을 시작한 계기는 당시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어요. 번아웃이 심하게 왔고 어딘가에 마음 속 응어리(?)를 풀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더라고요. 퇴사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저 버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죠. 그 때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게 ‘안쪽인간’을 만든 것이었어요. 제 계정에도 썼지만 저는 안과 밖의 경계가 매우 뚜렷한 사람이에요. 사회생활을 할 때의 나와 그렇지 않을 때의 내가 정말 다르거든요. 그런 저를 기반으로 ‘진짜 인생은 퇴근 후부터 출근 전까지’로 캐릭터를 잡아 ‘안쪽인간’을 만들었어요. 그러다보니 늘 다크써클이 얼굴을 뒤덮고 피곤함이 묻어나는 안쪽인간 캐릭터가 만들어질 수 있던 것 같아요.
Q
고용노동부 인스타그램에서도 ‘안쪽인간’을 동시에 연재 해주고 계시는데요. 지난 1년간 고용노동부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그동안 저는 제가 직장인이어서 그런 지 고용노동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직장인만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계정에 오시는 분들도 대부분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그런데 막상 웹툰을 연재하면서 댓글을 보니 직장인만 고용노동부를 필요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고용주도 계시고, 자영업자, 프리랜서 등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이 사회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내가 세상을 너무 내 위주로만 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시야가 확장됐다고나 할까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하면서 산다는 생각이 드니, 이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고용노동부에 ‘안쪽인간’을 연재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직장인 감사병’ 이라는 제목의 에피소드가 있어요. 어느 날 제가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거래처에서 일처리 실수로 제가 피해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일을 전화로 처리하고 통화를 마치면서 제가 무의식중에 ‘감사합니다’ 하고 끊더라고요. 습관처럼 내뱉은 말이어서 순간 ‘도대체 내가 뭐가 감사하지?’ 싶었어요. 그런데 상대방도 마치 당연한 듯 ‘네~’ 하고 그 인사를 받더라고요. 소위 현타라고 하죠. 현타가 오는 순간이 있었어요(웃음). 그 일이 있고 난 후, 이 이야기를 그려서 올려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별것도 아닌 걸로 다 감사하다고 하는 ‘직장인 감사병’에 대해 에피소드를 만들어 올렸더니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심지어 어떤 댓글은 ‘나는 길거리에서 홍보 전단 지 받으면서도 감사합니다라고 했음’이라고 적혀있더라고요. 댓글들을 보면서 저도 함께 공감이 되고, 괜히 위로도 얻고 그랬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이십니다. ‘안 쪽인간’이 직장툰이다 보니 직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으실 것 같은데요. 최근에 직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제가 그리는 웹툰의 모든 내용은 제 직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웃음)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용도로 웹툰을 시작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최근에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직급별 말투에 대해 에피소드를 만들었어요. 제가 영업직이다 보니 거래처가 많아서 단톡방도 정말 많은데요. 그 안에서 이뤄지는 대화들을 보면 신기하게도 말투만 봐도 직급을 맞출 수 있더라고요. 하루는 매우 과한 친절함으로 이야기하시는 분이 들어오셨는데 딱 보자마자 ‘신입이군’ 싶었어요. 정말 맞더라고요. 과장•차장급은 정말 친절한 표정과 목소리로 명확히 거절하세요. 너무 상냥하게 얘기하셔서 듣는 당시에는 괜찮은데 막상 뒤돌아 한 시간 정도 있으면 괜히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랄까요?(웃음) 이렇게 직급별로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는 말투와 태도가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이 에피소드 역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Q
코로나19로 2021년도 많은 분이 일터에서 나오거나, 사업장을 닫는 등. 어려움을 겪으셨습니다. 작가님의 본캐 같은 부캐인 안쪽인간이라면 어떤 위로와 용기의 한마디를 전할 수 있을까요?
안쪽인간은 따뜻한 캐릭터라기보다는 다소 냉소적이고 시니컬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저 희망의 메시지만 던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차피 지금은 아무도 바꿀 수 없고, 이제는 누가 누가 잘 버티느냐의 싸움인 만큼 ‘버티자’라고 할 것 같은데요(웃음). 어차피 이 시기는 지나가니, 여기에 매이지 말고 다음 스텝을 밟자고 말할 것 같습니다.
Q
연말연초에는 주로 어떻게 지내세요? 새해를 맞이하는 작가님만의 의식 같은 것이 있나요?
저는 사실 송년과 신년의 개념이 별로 없어요. 제게는 크리스 마스인 12월 25일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도, 1월 1일도 그저 1년 365일 중에 있는 하루일뿐이예요. 약속을 잡 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계획적인 성격도 아니어서 그날들을 특별하게 여기기보다는 그저 똑같이 집에서 바쁘게 움직입니다(웃음).
Q
2021년은 작가님에게 어떤 한 해였나요? 2022년에는 원하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2021년은 코로나로 인해 직업적으로 멈출 수밖에 없던 한 해였어요. 재택근무도 하고 시간적으로 여유는 있었지만 정신적으로는 힘들었죠. 그래서 더 이것저것 시도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고용노동부에 에피소드를 연재할 수도 있었고 다른 업체들과도 작업을 할 수 있었고요.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공존한 해였다고나 할까요. 덕분에 저는 힘든 시기일수록 틀을 깨고 나오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구나 라고 직접 체험한 해였던 것 같아요. 이 기운을 이어 받아서 2022년은 좀 더 색다른 전환점의 해로 만들고 싶어요. 제가 내년이면 딱 서른이 돼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서른이 어서 되고 싶었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서른이 돼야 정말 주체적인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제발 내년에는 제가 그토록 꿈에 그리던 당당한 모습의 서른이 돼 있으면 좋겠어요.
Q
2022년 한 해의 버킷리스트를 만든다면 어떤 내용을 담고 싶나요?
앞서도 말씀 드렸듯 저는 계획적인 사람도 아니고, 태어나서 버킷리스트는 한 번도 써보지 않았어요. 때문에 이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버킷리스트에 대한 고민을 해봤는데요. 가장 먼저 2022년에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팔로워 2만을 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그림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웹툰 말고 목적 없이 그리는 그림이요. 제가 미대를 나왔는데 졸업하고 나서 그림을 못 그린지 한참 됐어요. 그림을 좋아하는데. 다시 그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운동을 꼭 시작하고 싶고, 제주도 한 달 살기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원하는 버킷리스트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모은 돈을 2022년 한 해에 벌어보고 싶습니다(웃음).
Q
마지막으로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전국의 일하는 독자분들과 그간 작가님의작품에 공감을 표하며 지지해 준 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안부와 응원의 인사 부탁드려요.
제가 직장생활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한해 한해 느끼는 게 남의 돈 버는 게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출근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 풍경을 보면 ‘저 사람들도 다 나 같은 기분일까’ 하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동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이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가 이만큼 성장한 것이겠지 하는 마음도 들더라고요. 직장 생활을 하고 고용노동부에 웹툰을 연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저를 비롯한 일하는 모든 분들 정말 응원하고 싶어요.
Q
2022년 1월호에 실릴 새해 인사 한마디 부탁 드려요.
2022년이 검은 호랑이 해라고 하잖아요. ‘검은 호랑이’라고 하니 뭔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저만 그런가요?(웃음) 모든 분들이 2022년에는 호랑이 기운을 받아서 코로나도 물리치고, 하시는 일마다 잘 되는 그런 한 해가 되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