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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낙관주의자가 전하는 성대한 위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위대한 낙관주의자가 전하는 성대한 위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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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21. 12. 23
장르 드라마
감독 김충길
주역 김충길 (충길 역), 윤해신 (윤정 역)
출연 한동원, 주남정, 이원진 등

무명배우 충길은 오늘도 자연스럽게 동생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돈 빌리는 연기’를 연습한다. 능숙한 연기로 돈 빌리기에 성공한 충길은 배역을 따내기 위한 오디션 영상을 찍는다. 집에선 어른 구실 못한다고 괄시 받지만, 자신을 응원해 주는 친구와 동생이 있음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출연의 기회를 얻는 충길. 배우로서 특이한 외모를 가졌다는 감독의 칭찬에 촬영 날짜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던 중 예전부터 짝사랑해온 윤정에게 고백도 하게 된다. 충길은 과연 연기와 사랑 모두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한 남자가 스마트폰을 켜놓고 무언가를 찍기 시작한다. 연기연습을 하는 모양새다. 처음엔 말론 브란도를 보여주더니 이소룡과 쥬라기 공원의 공룡 소리를 흉내 내고는 댄스까지 종횡무진이다. 설마, 오디션용으로 쓸 건 아니겠지? 그는 <응답하라 1988> 10화에 바닷가에서 배구공 던지는 남자로 4초간 나왔고, <오 나의 귀신님>에서 족발배달원으로 등장한 게 고작인 무명배우다. 이렇게 영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는 무명배우의 어설픈 연기연습으로 시작한다.
세상은 불공평해서 나의 노력을 종종 실패로 보답한다. 이때 대부분은 좌절하거나 세상을 성토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해도 안 되는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다.

영화배우 김충길의 감독 데뷔작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는 무명배우 충길 앞에 놓인 쉽지 않은 배우의 생을 유쾌하게 그린다. 제대로 된 기회조차 잡지 못한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한다. 청년 세대의 일상과 고민이 감독 특유의 낙관주의로 덮여있다.

영화 속 세상이 무명배우에게 허락한 건 동생에게 돈을 빌리는 것 정도다. 현실은 딱 거기까지. 그의 연기는 현실 앞에서 무력하다. 윤정을 향한 고백은 좌절로 돌아오고, 어렵게 따낸 배역은 날아가기 직전이다. 체크카드 잔액 부족으로 번번이 결제가 막힌다. 그러나 낙관주의와 유쾌한 모험정신을 앞세운 영화는 이를 이겨내며 우직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안되면 말고 식의 무책임이 아니다. 어쨌든 충길은 쉼 없이 노력하고 애쓰니까. 슬프거나 답답하기는커녕 영화를 보는 내내 같은 호흡으로 응원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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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주어진 생을 꿋꿋이 영위한다. 학교와 일터에 나가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좌절 속에서도 다시 희망을 꿈꾼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마주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격려하고 위로할 줄 아는 순간에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아니다. 사소한 일들이 모여 언젠가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정말로 충길이 무명배우를 벗어나 신스틸러가 되는, 무더운 여름날의 개운한 소낙비 같은, 그런 일이 벌어지면 좋겠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마주한 현실 앞에서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격려하고 위로할 줄 아는 순간에 있음을 영화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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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반대는 실패가 아니라 도전하지 않는 것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하버드대학에 10번 지원해서 10번 떨어졌다. 중국에 맥도날드가 처음 들어왔을 때 24명의 지원자 중 23명을 뽑았는데 떨어진 1명이 마윈이었다. 2번의 흥행 실패 끝에 3번째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로 기사회생한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실패했으면 어떡할 거였냐는 질문에 “그럼 4번째 영화를 만들고 있겠죠”라고 답했다.
다이슨 청소기도 5년간 5,126번의 실패 끝에 나온 아이디어였으며, <해리포터와 마법의 돌>은 출판사의 12번의 거절 끝에 빛을 볼 수 있었다. 결국 눈부신 성공 뒤에는 늘 뭔가를 시도하고 시작했으며 끈질기게 밀어붙인 시간이 있었다.
영화 속 충길의 일상은 실패의 연속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에겐 아직 제대로 된 기회가 오지도 않았고, 실패하며 주저앉기에 그의 나이 서른은 너무도 창창하다. 번번이 주저앉지만 또 매번 일어나는 회복탄력왕 김충길의 앞날에 위대한 성공이 함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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