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30여 년을 넘게 은행원으로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희망퇴직으로 인해
그의 직장생활은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죠.
3개월의 방황을 마친 그는 중장년 재취업센터를
찾아가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아띠하우스의 기숙사 사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 김철수 사감의
이야기입니다.
[자료 제공 노사발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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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이라는 현실 앞에 무너진 자존감
김철수 사감은 한 은행에서 회사생활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일반 은행 업무부터 시설 관리 업무까지 은행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경험한 베테랑 은행원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서슬 퍼런 희망퇴직의 현실은 그에게도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년을 앞두고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와서 점포장으로 회사생활을 조금 더 했어요. 그렇게 1년을 더 다니고 나니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60세 정년을 5년 정도 앞두고 있는 나이에 희망퇴직을 하고 나니 마음을 잡을 수가 없었어요."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희망퇴직을 하고 나니 하루 종일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고 합니다.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생에 대한 두려움, 아내에 대한 미안한 마음으로 견디기 힘들 정도로 마음이 가라앉았다고 해요. "아내가 편하게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라고 했는데요, 그런 계획도 세우지 못하겠더라고요. 제 모습을 지켜봤던 아내의 심정도 오죽했을까 싶어요." 3개월 동안 방황을 하며 마음을 잡지 못했던 김철수 사감은 '다시 시작해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제까지의 지위와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았어요.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 일찍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거라고 제 자신을 다독였죠. 그렇게 마음을 추슬렀더니 다시 시작할 힘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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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일깨워 준 중장년 재취업희망센터
김철수 사감은 다시 한번 시작해 보자고 자신을 다독이며 본격적으로 제2의 인생을 모색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둔 동료를 찾아갑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서로 위로를 하며 정보도 얻기 위해서였다고 해요. "당시 만난 동료가 폴리텍대학에 중장년 재취업 희망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줬어요. 집으로 돌아와 검색을 해 보니 중장년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정말 다양하게 있더라고요." 김철수 사감은 당시 건축기사 1급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었고, 관리에도 취미가 있었기에 자신의 성향을 고려하여 그린에너지 설비학과 3개월 과정을 신청하고 15명의 동료들과 함께 3개월 동안의 수업을 들었습니다. 과정이 끝나갈 무렵 그는 '100세 시대를 위한 인생재설계! 생애경력설계'라는 주제의 강연을 듣게 되는데요, 그곳에서 행운이 찾아옵니다. "제가 수업 마지막 발표자로 참여했어요. 그곳에서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최진숙 책임컨설턴트를 만났죠. 인연이 되려고 했는지 최진숙 책임컨설턴트에게 재취업 상담을 받을 수가 있었어요." 김철수 사감은 최진숙 책임컨설턴트에게 이력서와 면접기술 호감가는 표정까지 세심하게 코칭을 받아 람정제주개발에 입사 지원을 하고 면접에 임했다고 해요. "면접을 보던 도중에 고객지원보다는 600명이 거주하는 직원 기숙사 사감을 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를 받았어요." 그렇게 김철수 사감은 람정제주개발 '아띠하우스'의 기숙사 사감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됩니다. 취업 전에 여러 가지 교육과 세심한 코칭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것이 입사 면접에서 주요한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기숙사 관리부터 상담까지 전천후 해결사
김철수 사감이 일하고 있는 아띠하우스는 제주 중간산에 위치해 있습니다. 기숙사 입구 길에는 억새풀이 바람에 하늘거리며 오는 사람들을 반겨 주고 있는데요, 기숙사 정문 바로 오른쪽 옆에 사감실이 있습니다. 김철수 사감은 이곳에서 작은 물건을 빌려주는 것부터 시설 문제를 비롯한 애로사항을 듣는 일까지 다양한 일을 수행합니다. "기숙하는 친구들에게 인생 선배가 되어 줄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입니다.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젊은 직원들은 인생에 고민이 있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제가 경험했던 직장생활과 부부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작은 지혜를 주면 많이 고마워합니다." 김철수 사감은 규모가 큰 기숙사를 관리하면서도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습니다. 원생들의 인생 고민 상담은 업무 외적인 일인데도 상담을 해 주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상담을 통해 용기를 얻고 다시 출발하게 되었잖아요. 작은 관심과 도움이 당사자에게는 큰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니 원생들의 고민을 모른 척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내일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기숙사가 있는 곳을 제주신화월드라고 불러요. 제주도를 찾는 전 세계 관광객에게 최고의 휴양을 제공하고자 람정제주개발이 투자한 종합리조트를 건설 중이죠." 김철수 사감의 말에 따르면 현재 대규모의 리조트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철수 사감은 리조트가 완공되면 리조트 시설관리를 맡게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합니다. "은행 시설관리를 맡으면서 쌓았던 경력과 노하우도 살릴 수 있고, 리조트의 중요한 시설 중 하나인 기숙사 관리도 하면서 성과를 인정받고 싶어요." 김철수 사감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중장년 동료들에게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했는데요, 과거의 지위나 자존심을 버리고 현재 자신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중장년 재취업을 돕는 기관의 프로그램, 컨설턴트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는 조언도 했어요. "나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중장년 재취업을 돕는 기관과 제도를 안다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김철수 사감은 노사발전재단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강수영 소장과 최진숙 책임컨설턴트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는데요,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서 희망찬 밝은 미래가 엿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