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OCTOBER/ vol. 557
vol. 557
  • >
  • 행복일터 >
  • People

서브메인이미지

우리의 인생은 때로 숫자로 평가를 받는 일이 많습니다.
취업을 준비 중인 청년들이라면 토익 점수, 학번, 나이 등의 숫자가 나를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20대 중반을 살아가는 우리 청춘들은 스스로에게 어떤 숫자를 부여했을까요?
또 각각의 청년들이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요?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에 23호로 출연했던 가수 최예근과 세 명의 청년들의 대화를 들어봅니다.

권찬미 / 사진박찬혁 / 영상류한승

* 본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켜 촬영되었으며, 1:1 대화로 진행되었습니다.

Scene 1
지방에서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0호

[예근] ▶ 안녕! 너는 0호구나. 왜 그런 숫자를 적었어?

[선우] ▶ 나는 이제 막 취업준비를 시작해서 아직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거든. 졸업 전까지 정말 많은 활동을 했지만 막상 취업준비생의 신분이 되고 나니 0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숫자로 0을 꼽았어.

[예근] ▶ 정말 솔직하면서도 많은 생각이 드는 숫자다. 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선우] ▶ 나도 너처럼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콘텐츠 기획자가 되고 싶어. 그런데 본가가 지방에 있다 보니까 내가 원하는 직무에 해당하는 인턴이나 대외 활동 등 다양한 기회를 누리기가 쉽지 않더라고. 0에서 꾸역꾸역 무언가를 쌓아 나가려 노력하는 중이야.

[예근] ▶ 그렇겠다 정말. 막상 취업 시장에서 0으로 시작한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이해가 갈 것 같아. 하지만, 너의 에너지와 열정이 너무 좋은 걸! 곧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우] ▶ 정말? 고마워. 나도 0부터 열심히 쌓아 올려서, 어딘가에서 너랑 다시 멋진 모습으로 만나고 싶어.

[예근] ▶ 그래, 0이 아닌 100, 1000, 10000%의 너를 세상에 드러내어서 꿈을 실현하기를 응원할게!

[선우] ▶ 너도 스스로 길을 잃었다고 표현하지만, 너의 노래로 인해서 길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걸 기억하고 계속 좋은 노래를 불러줘.

Scene 2
6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16호



[예근] ▶ 안녕! 너는 16호구나. 왜 그런 숫자를 붙였는지 궁금해.

[고은] ▶ 내가 16학번이거든. 그리고 졸업을 하지 않고 6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어서 스스로 16호라고 숫자를 붙여 봤어. 친구들은 초등학생이냐고 놀리기도 해.

[예근] ▶ 와, 6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구나. 왜 오래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물어봐도 돼?

[고은] ▶ 취업준비를 하다 보면 졸업생보다 재학생의 신분이 더 나은 경우가 많더라구. 하지만 이제 진짜 졸업을 해야 할 타이밍이 되어서 두렵기도 해.

[예근] ▶ 그런 두려움을 나도 느낀 적 있어. 나도 싱어게인에서 23호로 살면서 그 숫자가 나를 규정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숫자 뒤에 숨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있었거든.

[고은] ▶ 너도 그런 시간이 있었구나. 그럼 지금은 어때?

[예근] ▶ 하지만 번호를 벗어 던지고 내 이름으로 활동하는 지금은 행복해.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말야.

[고은] ▶ 원하는 것이 분명하고 그것을 스스럼없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멋진 것 같아. 나도 너처럼 나의 색을 찾아서 펼치고 싶어.

[예근] ▶ 고은이 학교 밖에서도 너도 너의 길을 잃으면서, 찾을 수 있으리라고 믿어!

Scene 3
20개의 영상을 만든 20호

[예근] ▶ 안녕! 20호. 숫자의 의미가 궁금해.

[준하] ▶ 나는 영화 감독이 꿈이거든. 그래서 25살인 지금까지 20개의 영상을 만들었어.

[예근] ▶ 와 대학 동안 20개라면 정말 쉴 틈이 없었겠다. 대단해.

[준하] ▶ 정말 바쁘게 살긴 했던 것 같아 20개의 영상을 내가 만들고 싶어서 즐겁게 만든 것도 있지만, 나를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드러나는 숫자이기도 한 것 같아.

[예근] ▶ 나도 그 부담을 잘 알아. 나는 연예인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세상에 나를 빨리 드러내 보이고 싶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

[준하] ▶ 맞아 나도 그랬어. 새내기 시절 가고 싶은 직장에 취업한 선배를 만난 적이 있었거든. 선배는 취업을 하기 위해서 10개의 영상을 만들어서 필요한 소양을 쌓았다고 하셨어. 그래서 나도 좋은 연출가가 되기 위해서 더 많은 영상을 만들었지. 그런데 그 과정이 온전히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더라고.

[예근] ▶ 대학 생활을 하면서 영상도 만들다니. 많이 바쁘고 지치기도 했겠다.

[준하] ▶ 너도 정말 열정적으로 살더라. 싱어게인 무대 내내 스스로 개성을 담아서 편곡도 하고 무대를 주도적으로 꾸려가는 모습이 멋있었어. 지치고 버거운 순간들도 있지만, 우리 각자 원하는 꿈을 위해서 힘내자!

최예근 가수
싱어게인 23호 출연자

Q 오늘 세 명의 또래와 함께 대화를 나눴어요? 어땠나요?

A 또래 친구들과 이렇게 단시간에 빠르게 말을 놓고 대화를 한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세 친구 모두 솔직하게 이야기해줘 서 참 고맙고 뜻깊은 시간이였습니다.


Q 오늘 친구들에게 불러준 노래 ‘누군가’는 어떤 곡인가요?

A 음악 작업을 하다 보면 혼자 방에 갇혀서 작업을 할 때가 많아 요. 그러다 보면 스스로가 참 초라하게 느껴지고 내가 자신이 작게 느껴질 때가 많거든요. 그러다 내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 가를 닮고 싶어지기도 하구요. 그런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쓴 곡 이었어요. 내 안에 갇히지 말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기억 하고, 또 더 많은 사람들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 각에서요. 오늘 만난 친구들에게도 줄 수 있는 것이 노래밖에 없었지만, 노래에 담긴 제 메시지가 친구들에게 조금의 위로라 도 될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노래 했습니다.


Q 코로나19로 취업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또래 친구들 이 많아요.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로서 한 마디 해줄 수 있을까요?

A 지구가 멈춰있는 것 같애 얘들아. 빨리 달리던 발이 갑자기 멈 춰지고, 빠르게 흐르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 우리 같 이 그래도 같이 달리고 힘내보자. 다시 우리의 시간은 돌아올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