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그림으로 소통하다

미술크리에이터·작가 이연

그림으로 소통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담는 영상콘텐츠,
그림에세이라는 책의 형태, 그림에서 비롯된 인생에 관한 강연까지.
이연 미술크리에이터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위로하는 법을 알고 있다.

글. 정자은  사진. 오충근

흔히 크리에이터, 영상 콘텐츠라고 하면 화려한 영상이나 자극적인 소재로 채운 장면이 생각난다. 초 단위의 짧은 영상이 유행이라고 하지만, 오락처럼 뒤돌아서면 기억에 남는 것은 딱히 없다. 매일 꿈을 향해 노력하는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에서 커리어를 쌓고자 전진하는 근로자에게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진솔한 위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그림을 그리는 이연 미술크리에이터의 영상콘텐츠를 보고 듣고 있으면 이내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벌써 새해가 시작되고 계절이 한번 바뀌었습니다. 작가님의 봄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지요?

한동안 계속 바빴습니다. 간만에 여유로움을 즐기며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4월에 2개의 전시가 예정되어 있어 정신없을 줄 알았는데요. 주최 측의 도움과 리딩으로 여유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벌써 크리에이터 6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그림에서 비롯된 다양한 활동에 도전했습니다. 유튜브 영상과 그림에세이 책 출간, 강연, 전시 정도가 있습니다.

처음 도전했던 것 중에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는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혜화에서 열었던 ‘아워 실루엣’이라는 개인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작지만 건물 하나를 다 쓰기도 했고. 이연이 직접 도슨트를 하니 놀러 오세요. 구독자분에게 말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습니다. 순간적으로 500명이 오셨는데 감사하기도, 신기하기도 했던 경험이자 활동입니다.

어느덧 백만 구독자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소통하는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설렘과 부담감이 동시에 느껴질 것 같습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아이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라는 표현이 있잖아요. 성장은 하되 조금씩 성장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합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그 숫자가 분모처럼 느껴집니다. 조회 수는 분자 같은 거고요. 분모가 커질수록 분자가 자꾸 작아 보이는 거죠. 구독자가 이 정도면 이만큼의 조회 수가 나와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구독의 숫자 자체가 저를 현재 보고 있는 사람은 아닐 겁니다. 제 이야기에 순간적으로 감명을 받은 사람들의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평생 이 사람을 보겠다가 아니라 이 사람 좀 기대가 된다, 이럴 때 구독을 누르잖아요. 숫자가 살짝 부담스럽긴 하지만 정체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초기의 그림유튜버 이연과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약 93만 그림유튜버 이연, 어느 것이 달라지고 여전히 같을까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마음가짐부터 같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회사를 예로 들면, 인턴의 마음과 차장급의 선배 마음이 같을 수 없잖아요. 초반에는 제 자신이 재미있는 주제, 소재를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지금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 콘텐츠를 만들려고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강의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주제와 내용으로 풀어나가는지요?

그림에 관련된 콘텐츠로 강연을 할거라 많이 생각하시는데요. 초반에는 가끔 했지만 지금은 동기부여, 자기계발을 주제로 강연을 많이 합니다. 강연도 제가 만드는 콘텐츠란 생각을 하는데, 하나의 작은 강연 형태인 것 같습니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저의 사례를 얘기하는 것이니까요. 대단한, 어려운 학술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담은 에세이적인 메시지를 드리고 있습니다.

2030부터 4050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강연장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공통점이 있는지요?

강연에서 묻는 공통적인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불안할 때 어떻게 하면 되나'라는 질문입니다. 그동안 불안 관련해 영상을 많이 만들었는데요. 사실 제 자신도 불안하기 때문에 다양한 답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불안하다는 건 그만큼 어떤 도전의 영역으로 갔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답변 드립니다. 불안은 적어도 나아가는 일이니, 긍정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라 전하고 있습니다.

평소 힘들 때 그림일기를 많이 그렸다고 들었습니다.

일기는 자신이 원하는 것,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일상에서는 바쁘다보니 생각할 겨를이 없기 마련입니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되고 근로자는 직장에서 일을 해야 하죠. 자신의 스트레스나 불만을 한 번씩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배출하는 하나의 활동이 일기라 생각합니다.

월간내일 4월호 테마는 ‘존중’입니다. 이연 작가님은 자신과 타인을 어떻게 존중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존중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봅니다. 외면한 상태에서는 자기가 해주고 싶은 걸 하는 거지, 존중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존중은 자신이 혹은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그 사람을 위한 무언가를 해주는 거죠. 자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빠른 인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월간 내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저 사람은 저 일을 어떻게 한 거지, 막막한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 운전면허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기능 시험에서 허무하게 한 번 떨어졌습니다. 길에 이렇게 차가 많은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운전면허 도전하는 것처럼, 남들 다 따는 면허증이니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불안하다는 건 그만큼 어떤 도전의 영역으로 갔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불안은 적어도 나아가는 일이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