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에 가면 ‘힙하다’ 불리는 을지로와 성수동에 없는
감성이 느껴진다.
독특한 콘셉트의 편집숍과 간판 없는 가게,
싸전거리 사이로 갑자기 등장하는 카페와 식당.
골목길 어느 곳도 예상되지 않아 새롭고 신선하다.
글. 정자은
사진. 오충근
과거에는 유행이라는 것이 분명했다면, 이제는 저마다의 취향을 즐기는 문화로 분산되고 있다. 신당동이 그렇다.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와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문화가 만나 탄생한 거리. 알고 보면 신당동이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먼저 신당동이라는 동명에 대한 이야기다. 옛날 마을에 무당들은 신당을 모시고 살았다. 신당과 발음이 같은 ‘신당(新堂)’으로 표기 한데서 유래됐다. 두 번째는 신당동 떡볶이 골목. 이 골목은 1970년대 후반부 생겼고, 1980년대로 넘어오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지금도 떡볶이 맛집으로 유명한 마복림할머니집이 있는데, 그 할머니 말에 따르면 1953년부터 떡볶이를 팔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고추장만 넣어 만들던 떡볶이가 지금은 시대의 입맛과 변천사를 겪으며 치즈와 계란, 쫄면 등 다양한 식재료와 만나며 간식에서 요리로 발전했다.
신당동에 가면 오래된 쌀가게를 쉽게 볼 있는데, 이 일대가 1950~1960년대 서울 최대의 양곡시장이 자리했던 곳이다. ‘싸전’은 쌀가게를 말한다.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도 신당동 거리에서 그의 첫 사업체인 쌀가게 ‘경일상회’를 운영했다. 때문에 신당동 곳곳에는 쌀가게가 존재하고, 쌀창고로 쓰던 공간을 개조한 식당이나 카페 등의 공간이 이색적인 문화로 재탄생되고 있다.
과거 소수의 떡볶이맛집으로 소문난 가게 하나로 신당동떡볶이타운이 형성된 것처럼, 최근 신당동이 주목받는 이유도 비슷하다. 신당동의 유명한 베이커리 맛집 중 하나는 쌀 보관 창고로 쓰이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독특한 내부공간으로 재창조했다.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과자점도 오래된 기와 건물을 사용해 인테리어 예쁜 디저트 맛집으로 인정받았다. 신당동의 무당이라는 문화와 역사를 접목해 가게 외관을 무당집 콘셉트로 꾸민 칵테일 바도 있다. 목재 단상 위에 신상과 촛불, 새끼줄 장식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지하철2호선 신당역 1번 출구로 나와 2분 정도 걸어 오른쪽 골목길로 들어서면 쌀가게와 가구점이 혼재된 골목길 사이로 신당동의 핫플레이스들을 순차적으로 볼 수 있다. 튀는 것 같지만 주변 거리와 어우러진 모습이 신당동 거리의 묘미다. 미국식 그로서리 마트 콘셉트를 표방하는 한 상점은 겉보기에 식재료만 판매할 것 같다. 하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냉장고에 옷이 걸려 있고, 신선식품 진열장에는 채소나 요거트 대신 다양한 소품들이 자리를 차지한다. 얼핏 보면 시장 내 위치한 슈퍼마켓 같은 것이 특징이다. 인근 다른 가게들처럼 건물의 외형은 살린 채 내부만 고쳤다. 주변 시장이나 상점들과 위화감이 전혀 없는 것도 인상적인 풍경이다
믹스매치 콘셉트의 다양한 숍을 구경하는 것도 신당동 거리의 감상 포인트다. 유럽을 연상케 하는 한 가드닝 편집숍은 건물의 뼈대만 남긴 채 내·외부를 새롭게 뜯어고쳤다. 바로 주변에 쌀포대가 쌓인 오래된 쌀가게와 시장 내 가구점 사이, 갑자기 등장한 것 같은 프렌치 감성을 구현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공간에 위치한 만큼,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유럽 빈티지 찻잔과 그릇, 인테리어 소품 등이 부각되게 내부 자체를 유럽의 한 편집숍이라는 인테리어에 초점을 맞췄다.
‘힙당동’이라 불리는 일대는 신당역 1번 출구 앞부터 서울중앙시장까지이다. 오래된 쌀가게와 전통시장, 가구거리 사이에는 칵테일바와 베이커리, 카페, 식료품점, 소품숍 등 이색적인 느낌의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싸전거리였다는 지역적 특성으로 1층 상가 대부분이 도매 상가나 쌀가게, 창고 등이라 규모가 크고 층고가 높다. 덕분에 신당동에는 개성 넘치는 콘셉트의 여러 유형의 숍이 존재한다. 신당동은 기존 유동 인구인 장년층과 ‘힙’한 분위기를 원하는 젊은층, 인근 아파트 거주민이 뒤섞인 거리가 특징이다. 편안한 분위기와 여유, 인간미를 느끼고 싶다면, 봄날의 어느 날 조용히 이 거리를 방문하면 좋겠다.
골목감성이 꾸준히 뜨는 이유에 대한 해석 한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가 레트로 감성을 추구하고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이유에 대해 ‘옛것을 새로움’으로 인식해서라고 분석.
로컬상권 브랜드 육성 사업 정부 차원에서도 신흥 로컬상권 육성을 위해 지원.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에서는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 사업’을 진행. 로컬 브랜드 상권 육성 사업은 잠재력 있는 골목상권을 지역 문화와 연계하여 특색 있는 상권으로 브랜딩하는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