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상담으로 재취업의 윤곽을 그리다
디자이너 김재은
직업교육을 거쳐 조금 늦게 천직을 발견하게 된 김재은 씨는 기쁨도 잠시, 코로나19의 확산 앞에 경력 단절의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구직 활동에 최선을 다했고, 단짝 같은 상담사를 만나 용기를 냈습니다. 현재 식음료 유통회사에서 에너지 넘치는 그림으로 제품에 생명력을 더하고 있는 그녀를 만났습니다.
팬데믹 앞에 다시 무너진 꿈
30대 후반, 모두가 늦었다고 했지만 김재은 씨는 뒤늦게라도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꿈 같은 나날을 보냈습니다. 취미로 그리던 그림이 직업으로 이어지기까지 끝없는 터널처럼 우울한 시기도 있었고, 망설임과 두려움으로 밤낮 잠 못 이루던 날들도 있었지만 취업의 기쁨이 금세 아픔을 씻어주었습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브로슈어 같은 인쇄물도 디자인하고 신문도 만들면서 매일매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물론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뼈를 깎는 듯한 노력을 거치고 들어간 직장이었기에 보람이 더 컸습니다. 직업전문학교에서 공부할 때 20대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잠까지 아껴가며 그림을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했는데요. 고생을 보상받는 것 같아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2020년 2월, 김재은 씨는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재정 상황이 크게 악화되면서 인원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죠. 1년간의 짧은 회사 생활이었지만 급여나 복지 등을 차치하더라도 무엇보다 적성에 잘 맞는 일이었기에 아쉬움이 무척 컸습니다. 더군다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길어지는 경기침체 속에서 나이 많은 디자이너를 원하는 회사는 없었습니다. 워크넷을 통해 이력서를 내도 서류 전형에서 떨어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현실의 벽이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체념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우울감도 점차 심해졌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통해 추진력을 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실직 기간은 예상보다 더 길어져만 갔습니다. 김재은 씨는 주변 지인들의 작업을 도와주며 프리랜서 형태로 조금씩 수익을 얻기도 했지만 안정된 생활을 이어나가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2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김재은 씨는 취업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알게 되었고 외로운 싸움에서 벗어나 든든한 지원군을 얻게 되었습니다.
“취업 정보를 검색하던 중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발견했죠. 매달 50만 원씩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되는 구직수당도 실용적이었지만, 특히 전문적인 상담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디자인 전공도 아니었고 경력이 많은 것도 아니라 객관적인 조언이 필요한 때였는데 상담사님께서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짚어주셨습니다.”
경기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김재은 씨는 상담사와 여러 차례 심도 있는 상담을 나누었습니다. 형식적인 상담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논의가 이어졌고, 취업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찾는 데 힘을 모았습니다. 그 결과 ‘SNS활용 마케팅 수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습니다.
“디자인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와중에 상담사님께서 마케팅 수업을 추천해주셔서 처음에는 의아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을 매출과 연결하기 위한 실제적인 지식을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생소한 분야라 배우는 데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제품 상세페이지 제작 등 실무에 쏙쏙 적용할 부분이 많더라고요.”
김재은 씨와 상담사의 호흡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재은 씨에게 잘 맞을 것 같은 구인공고를 찾아주는 것은 물론 포트폴리오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까지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김재은 씨는 상담사의 조언을 바탕으로 개인 SNS 계정에 기록해 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고, 이전보다 훨씬 개성 있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쉬는 동안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틈틈이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었는데요. 상담사님께서 제 그림의 가치를 알아봐 주시고 포트폴리오에 꼭 넣으면 좋겠다고 용기를 주셨어요. 서류 접수 이후에는 면접장까지도 동행해 주셨는데요. 감사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정말 든든했습니다.”
배움의 설렘, 성장의 기쁨
김재은 씨는 2022년 8월 재취업에 성공하여 현재 식음료 유통회사 에이플러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상담사와 동행한 면접에서 포트폴리오에 대해 큰 칭찬을 받았고, 이제 다시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식음료 패키지 디자인부터 제품의 상세페이지 제작까지 김재은 씨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회사에서의 만족감도 큽니다.
“요즘은 즐거워 보인다는 말을 참 많이 들어요. 이전 회사와는 달리 제가 디자인한 제품들을 주변에 보여줄 수도 있는데요. 신기해하면서 좋아해 주는 모습들을 보며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무미건조한 포트폴리오를 앞에 두고 씨름하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은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제 손을 거친 결과물들이 성공적으로 출시되고 유통되는 것을 보며 열정도 더 커지고 있죠.”
즐거움 50%, 더 잘하고 싶은 마음 50%. 김재은 씨는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설렘과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에 다니며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제품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이미지 소스와 영상의 이해도를 높여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 전문가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회사에 다니며 새로 배워야 할 부분이 많은데요. 겁나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앞섭니다. 제 그림의 가치를 먼저 알아봐 주시고,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상담사님이 계셨기에 자신감을 많이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극복의 경험, 성공의 경험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취하는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응원의 한마디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면 쉬워진다. 오늘 대충이라도 하자” 제가 가장 좋아하고, 매일 되새기는 말입니다. 무언가 새로 시작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시작하면 어떻게든 굴러가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