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듣고 잘 기록하다
‘속기사’의 세계
속기사(Stenographer)
회의실, 의회, 법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쏟아져나오는 발언 내용을 타이핑하고 기록하는 ‘속기사’라는 직업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여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글속기로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를 기록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속기사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말을 담다
속기란 화자로부터 발화된 음성 언어를 특정 부호 문자로 변환한 후 다시 문자 언어로 복원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방법보다 빠르게 기록할 수 있으며, 말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이에요. 한글속기는 광복 이후에 다양한 속기방식이 개발되었고, 1968년에는 국회에 속기사양성소가 설립되는 등 주요한 직군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속기는 수필속기, 타자속기, 컴퓨터속기 등으로 구분되는데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컴퓨터속기가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어디에든 있는 속기사의 다채로움
속기사는 법원, 의회, 경찰청 등 공공기관 이외에도 방송국이나 사기업에 고용되거나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하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직업입니다. 회의나 재판 등에서 공식적인 발언을 정확하게 빠짐없이 기록하는 것뿐 아니라, 방송국에서 자막방송을 만들고, 프리랜서로서 녹취록, 교육속기, 종교속기, 심포지엄 등 다양한 작업을 맡을 수 있습니다. 업무특성에 따라 재택근무가 충분히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인데요. 자격증 시험에 별도의 자격이 없고, 자격증만 있다면 오랜 경력이 없어도 일을 시작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열린 직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편 ‘데이터 전문 속기사’의 영역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는 AI(인공지능)의 연구개발과 관련하여 학습데이터를 양산하고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구축하는 직무를 가리킵니다. AI의 고도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학습을 위해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 분류, 검수하는 게 필요한데 이를 수행하는 동시에 가공하는 일까지 담당합니다. AI데이터는 다양한 산업에 복합적으로 이용되고 있기에 금융권을 포함한 대기업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대체할 수 없는 속기사의 저력
데이터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의 모든 발화를 정확하게 기록한 ‘속기록’ 역시 추후 무궁무진한 활용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중요한 데이터로 여겨지고 있는데요. 법원과 검찰 등에서 영상녹화제를 실시하면서 속기사의 필요성도 더욱 커진 현실입니다. 일각에서는 AI 음성인식의 기능과 정확성이 고도화되면서 속기사의 미래에 대해 물음표를 띄우기도 했지만 여전히 사람 속기사는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발언을 문자 그대로 기록할 뿐 아니라 현장의 분위기, 발언자의 행동 등 비언어적인 부분까지 기록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람 속기사가 효율적인 업무를 위해 AI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AI가 사람 속기사를 대체할 수는 없는 거죠. OTT 플랫폼의 자막방송 의무화, 청각장애인 복지 실현,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의 측면에서도 앞으로 속기사의 수요는 꾸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직자 인터뷰를 통해 ‘속기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Q. 속기직공무원으로서 어떤 일을 하나요?
의회에서 열리는 본회의,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등 다양한 회의에 들어가서 많은 사람(의원, 부서장 등)의 발언을 빠짐없이 기록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업무의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요?
장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서 속기를 하다 보니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죠. 모니터를 오래 봐서 눈이 건조하거나, 손목이나 허리에 무리가 갈 때도 많습니다. 새로 속기를 시작하신다면 처음부터 속기하는 자세와 앉아있는 자세를 바르게 잡는 게 필요해요.
Q. 속기사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셨나요?
한글속기는 1급부터 3급까지 있는데요. 개인 키보드를 구매한 후에 온라인 화상강의나 독학으로 공부를 해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시험은 쉽지 않았습니다. 노력에 비해서 실력이 따라 주지 않고 의심이 들 때도 있었는데요.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분명히 실력이 올라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공무원 시험의 경우에는 3급만 있어도 필기시험 응시가 가능하며, 필기시험 통과 이후에는 면접을 통해 최종합격을 하게 됩니다.
Q. 자신만의 속기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속기는 현장에서의 타이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속기한 내용을 문어체로 편집하는 ‘번문’의 과정을 거치는데요. 번문을 거쳐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100% 완벽하게 쳐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일단 현장에서 최대한 많이, 정확하게 쳐야 번문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장 분위기도 더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고요.
Q. 데이터 전문 속기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인공지능 관련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구축하는 업무를 주로 수행합니다. 드라마, 예능, 회의록, 콜센터와 같이 다양한 분야에서 수집된 음성파일 중 텍스트 데이터가 필요한 부분을 추출하여 수집, 검수, 분류 및 가공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Q. 속기사가 되는 데 유리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우선 직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필수입니다. 오랜 시간 연습해야 하니 스스로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해요. 또한 그대로 옮겨서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더 수월하고 재미있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예요. 맞춤법 연습에 매진한 것과 시사 및 정치 뉴스를 반복 시청한 것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및 한국AI속기사협회에서 인터뷰 내용을 제공받았습니다.
직무사전
- 직무명
속기사
- 직무 정의
· 속기 문자를 사용하여 발언자가 말한 내용을 받아쓰거나 컴퓨터 속기 기계로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
- 직무 내용
· 강의나 회의, 국회 및 법원 등에서 사람들이 발언한 내용을 속기 부호로 받아쓰거나 기록하고, 이를 다시 일반 문자로 번역하여 내용을 수정 및 편집해서 문서로 작성한다. 이때 기록한 내용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발언 내용을 담은 녹음파일을 바탕으로 검토합니다. 또한 어려운 외래어와 전문 용어는 사전이나 전문 서적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내용을 확인한다.
- 직업 훈련 및 자격증 정보
- · 사설 학원의 속기사 양성과정을 통해 속기사가 되기 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을 수 있다.
- · 국가자격증으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시행하는 한글속기 1급~3급이 있다.
- 관련 홈페이지
· 대한상공회의소 (www.korcham.net)
· 대한속기협회 (www.k-steno.com)
· 한국AI속기사협회 (www.kcos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