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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시작하는 거야!
<광식이 동생 광태>

일단, 시작하는 거야!
<광식이 동생 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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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면 안 된다는 법 같은 건 없다. 진짜 문제는 후회가 아니라 너무 늦게 알아차려 손 쓸 수도 없게 돼버린 상황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광식이 동생 광태>는 우리들 모두를 향한 외침이다. 후회 없는 삶을 모범적이라 믿고 그 틀에서 허우적대느라 정작 시작도 하지 못한 일에 가슴 아파했던 회고담이다.
개봉 2005
장르 멜로/로맨스
감독 김현석
주역 김주혁(광식 역) 봉태규(광태 역) 이요원(윤경 역)
그녀는 신입생이고 그는 졸업반이다. 마음은 굴뚝같은데 좋아한다고,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질 않는 형 광식. 우물쭈물하다가 세월만 보내버렸다. 반면 동생 광태는 세상 많은 여자와 사귀고 다양한 연애를 즐기는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여자의 심리를 모르고 허둥대기는 매한가지. 청춘의 좌충우돌 연애담을 그린 김현석 감독의 <광식이 동생 광태>다.

그럭저럭 형제의 연애가 싹을 틔울 때 즈음 운명의 신은 심술을 부린다. 형제를 연애전선에서 완전히 밀어내 버린 것. 광식이는 오랜 시간 마음에 품었던 여자가 자기 조수와 결혼하는 장면을 지켜봐야 하고, 광태는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알아차렸지만 상대는 떠난 후다. 영화의 마지막은 다시는 후회할 짓을 하지 않겠다며 광식이가 새롭게 다짐하는 장면이다. 같은 시각 동생 광태도 거침없는 용기로 헤어진 연인과 재회한다. 즉 홀로 찾은 레스토랑에서 언젠가 본 적 있는 여성과 새로운 인연을 시작하는 광식이와 마라톤을 완주하고는 전 여자친구와 다시 만나는 광태. 그리고 한 해의 마지막과 새 출발을 축복하듯, 밤하늘을 덮은 눈송이가 화면을 가득 채우며 영화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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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이 동생 광태>의 미덕은 당대 청춘의 고민과 애환을 빼곡하게 담고도 억지 신파와 감동 없이 소담하고 씩씩하게 풀어간다는 점에 있다. 심지어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순하고 착하다. 이유 없이 비틀고 잰 체, 멋있는 척 하느라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다가 줄거리조차 잃어버리는 영화와 달리, 적재적소에 깔린 유머와 군더더기 없이 편안한 영상으로 일관한다. 와중에도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겠다는 각오는 결국 해피엔딩을 끌어낸다. 계절과 무관하게 시작하는 이야기가 끝나는 건 겨울, 새해를 앞둔 밤이다. <광식이 동생 광태>가 한 해를 마무리하거나 새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기 더 없이 좋은 영화인 이유이다.

영화 속 두 형제는 마치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버나드 쇼의 유명한 묘비명을 떠올린다. 살다 보면 신중함이 지나쳐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허비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후회 가득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이리 재고 저리 재는 동안 기회는 멀리 달아나 버리고, 최선의 선택에서 후회막급 한 결과를 얻기도 한다. 결국 돌아보면 회한 가득한 일들이 상계동 아파트 단지만큼이나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게 인생 아니던가.

그러니 실패와 후회가 두려워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면, 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한다면, 나를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도 몰라주고 내 마음도 전하지 못한 채 물러선 광식이를 기억하자. 일단 시작을 해야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얘기다. 다시 힘을 내서 우선 ‘시작’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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