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세상
통계청이 2018년 발표한 프랜차이즈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6년 기준
커피전문점 수는 1만 5,494개에 달합니다. 커피 판매액 역시 2015년에 비해 12.22%나
증가했는데요, 커피는 이제 우리의 삶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 한 잔으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해서 생각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기업 하이사이클은 이러한 커피의 이면을 생각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글 노혜진 사진 이지수]
버려진 자원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하이사이클의 김미경 대표는 미술을 전공하고 디자인을 부전공하면서 오브제아트나 공공미술 분야에 특히 관심이 많았고 사물이 본래의 용도와 다른 목적으로 재창조되는 활동에 매력을 느껴 버려진 자원으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저는 창업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었어요. 창업 직전까지도 중국에서 꽤 오래 생활했었기 때문에 국내 사정에도 그리 밝지도 못했죠. 제가 회사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 덕분이었어요." 2013년 김미경 대표는 귀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에 선정되었는데요, 지원사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고, 2014년 1월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15년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고 이어서 2018년에는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커피 산업의 이면에 존재하는 버려지는 자원에 주목
"저는 커피를 무척 좋아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버려지는 수많은 커피 자루에는 관심을 갖지 않죠. 저는 버려진 커피 자루에 관심이 갔어요." 김미경 대표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커피 수입 세계 6위의 국가라고 합니다.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이 있고, 원두를 직접 로스팅하는 가게도 많지만, 장식용 커피 자루 외에 실제 커피 자루는 거의 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상당량의 커피 자루가 생두를 수입할 때 운반하는 용도로 한 번 쓰고 버려지고 있습니다, "멋을 살리면서 가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커피 자루는 황마를 소재로 원산지별로 다양한 패턴을 가지고 있어요. 이러한 패턴을 살려서 제작해 보면 어떨까 싶었죠." 김미경 대표는 커피 자루의 재활용에 하나의 가치를 더 두었는데요, 시제품부터 관악구의 시니어클럽 어르신들과 제작을 함께 한 것이 그것입니다. "2013년에 제품 론칭 전부터 시니어클럽 어르신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 오고 있는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하고 계시는 분도 있습니다. 커피 자루를 수거하고 세척하고 분류하여 원단 상태로 만들어서 재단과 가공을 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라 조금 느리게 작업이 진행됐지만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이렇게 탄생한 하이사이클의 첫 번째 제품인 다듬이는 가볍고 튼튼한 소재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후 김미경 대표는 식물 재배 세트 커피팟, 호텔에서 버려지는 침구류를 이용하여 반려동물의 용품을 만드는 마음이 브랜드도 론칭하였습니다.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때까지
"예전에는 하이사이클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아시아 넘버원 업사이클링 기업이라고 얘기했는데요, 이제는 좀 바뀌었어요.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미경 대표는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현재 업사이클링 관련 강의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커피 빨대와 일회용 커피컵을 이용해 공중 정원을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커피 산업에서 버려지고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고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저희가 판매하는 커피팟은 커피슬러지(찌꺼기)를 사출하여 화분으로 만든 것이에요. 커피 찌꺼기 커피콩 형태로 디자인하여 커피나무가 자라나는 콘셉트로 자원순환의 의미를 담았습니다. 호텔이 리뉴얼하면서 버려지는 리넨 같은 고급 의류와 침구류를 재활용하여 반려동물을 위한 옷과 방석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합니다." 현재 하이사이클의 제품은 오픈마켓과 12개의 온라인 마켓에서 판매 중인데요,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히 판매가 지속되고 있다고 해요. 커피로 유명한 강릉의 한 카페에서도 직접 연락을 주어 전시와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활용을 하는 것은 손이 배로 많이 가는 일이에요. 작업 과정마다 사람의 손을 타기 때문에 많이 만들기도 어렵고 힘들어요. 하지만 물건 하나하나에는 가치가 있습니다. 이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다면 이 사업을 지속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이사이클은 2019년에도 기존의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여 발전시키면서 업사이클링 교육도 진행한다고 하는데요,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요즘, 가치를 지키고 살리기 위해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하이사이클이 말하는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