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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더하면 행복

시각장애인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눈의 질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저시력인협회장이자, 2018년 장애인고용촉진대회 고용노동부장관상을 수상한 건양의료재단 김안과병원 미영순 실장의 이야기입니다.
[글 노혜진 사진 김정호]

학구열이 높은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란 어린 시절

미영순 실장의 어머니는 중국 하얼빈 대학(현 흑룡강대학)의 교수였다고 합니다. 자연히 집안에서 한자를 익히고 배우는 분위기였다고 하는데요, 공부에 흥미가 많았던 그녀는 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되기도 전에 조기 입학을 했습니다. "경기여중을 거쳐서 경기여고까지 잘 들어갔죠. 하지만 그 전부터 눈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시력 이상을 진단 받았어요. 정확한 병명은 중심성 망막염, 지금도 치료가 불가능한 불치병이에요. 병세는 악화되어 중심성 망막맥락막염, 백내장, 녹내장, 안구출혈 등 등 안과에서 진료하는 거의 모든 병을 앓고 있지요." 눈이 보이지 않았던 미영순 실장은 1년을 휴학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복학 후에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죠.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10년을 지냈어요. 그 시간은 내가 살아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어요. 내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에 대한 상실감이 정말 컸습니다."

다시 시작한 공부, 멈추지 않는 열정

미영순 실장에게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통대)는 학업에 대한 열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방통대는 저한테 어찌 보면 은인과도 같아요. 저는 방통대가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1976년에 방통대를 졸업하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국민대에 편입할 수 있었죠." 미영순 실장이 국민대에 입학했을 당시에 동창들 중에는 이미 교수로 재직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국민대를 졸업한 미영순 실장은 국민대 장학금으로 대만으로 건너가 정치대학 중국문화대학에서 석사와 박사까지 마치게 됩니다. "1989년에 귀국하면서 세종연구소에 오게 되었어요. 당시 세종연구소는 청와대 직속 기관이었는데, 중국과 수교를 하기 전에 중국에 파견을 나가기도 했죠." 그 후 미영순 실장은 흑룡강대학의 동북아연구소 객원 교수로 일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갑니다.

  • 김안과병원과 맺게 된 인연

    미영순 실장이 김안과병원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02년의 일입니다. 당시 김안과병원과 협약하여 저시력용품의 전시와 지원을 주관했다고 합니다. "2005년부터 백내장까지 심해지니까 더 이상 일을 하기가 힘들었어요. 당시 2006년 1월부터 원장으로 취임하신 분은 미국에서 저시력에 대해 연구하고 오신 분이라 저시력협회가 김안과병원 안에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제 백내장 수술과 간병까지도 도맡아 주었어요." 그렇게 2006년 미영순 실장의 저시력 상담실이 문을 열었습니다. 환자 가운데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후 이곳에서 대처법, 혜택 등에 대한 종합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년을 넘게 꾸준히 상담을 진행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를 데리고 지방에서 올라온 엄마가 있었는데요, 제 앞에서 펑펑 울었어요. 엄마가 화장실에 간 사이아이가 그러는 거예요.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나서 우리 엄마를 울게 할까요. 저는 그 이후로 부모들에게 절대 아이 앞에서 울지 말라고 해요." 미영순 실장은 자신의 이야기도 해 주면서 사람들에게 세상 에 맞서 대처하는 법에 대해서 상담을 한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일을 하지 못하는 날까지 상담은 계속할 예정입니다.

시각장애인양로원을 세우는 꿈

현재 미영순 실장은 자신이 받은 것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으로 '저시력인의 이웃사랑' 활동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기부 받은 물품 등을 모아 저소득층에 전달하는 일입니다. 지난 12월 16일에는 쌀 1,000kg과 김장김치 1,000kg을 전달하기도 했어요. 베트남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보조기를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양로원은 꼭 짓고 싶어요. 시각장애인은 큰 시설이 필요하지 않아요. 작은 도움만 있으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미영순 실장의 꿈은 시각장애인 양로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현재 요양병원이 아닌 양로원의 입소 기준은 스스로 생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미영순 실장은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해요. "제가 시각장애인의 거소투표도 가능하게 만들었고, 보도블록의 색깔교체와 표시선 등에 대한 제안도 했어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하나하나 해결되었으니 양로원도 벽돌부터 모으다 보면 언젠가는 짓지 않겠어요?" 안 보여도 눈은 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영순 실장. 비장애인에게만 마음을 열라고 하지 말고 장애인 역시 마음을 똑같이 열어야 밝은 사회가 온다는 그녀의 말 속에서 고통을 이겨 내고 자신의 길을 열 수 있었던 비결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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