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힘
㈜피앤티는 롤투롤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곳으로 ‘이달의 기능한국인’ 152번째 수상자인 김준섭 대표가 이끌고 있는 기업입니다. 수입에 의존하던 광학용 필름 및 프리즘 시트 코팅설비를 국산화하고 이차전지 광폭 프레스 설비와 광폭 코팅 설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준섭 대표를 만나봅니다.
글 한경희 / 사진 스튜디오J
국내 롤투롤 장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등극
경북 구미에 위치한 ㈜피앤티는 2003년 설립되어 IT 및 배터리용 자동화설비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신성장 녹색에너지 산업인 2차전지의 분리막, 전극 등 핵심소재 가공 설비의 국산화를 이뤄낸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이기도 하지요.
㈜피앤티의 김준섭 대표는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2003년 창업을 하게 되었고 그해 롤투롤 형태 장비인 프리즘&광학필름 코팅설비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 기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롤투롤은 회전하는 두 개 이상의 롤러를 이용해 각종 소재를 감고 자르고 코팅하는 장비로 코팅머신과 반도체 웨이퍼 가공장비,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생산장비, 구리 동박 생산장비 제작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롤투롤 기술을 이용한 장비들을 개발하면서 품질 유지 및 불량률 측면에서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갖춰 해외업체 장비 대비 30~40% 저렴한 가격경쟁력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록하기도 하며 국내 롤투롤 장비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등극하였습니다.
경북 안동 풍천이 고향인 김준섭 대표는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이 농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권유했지만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선망하던 직업이었던 기술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경북기계공고를 입학하였습니다. 7남매 중 삼남이었고 그리 어렵지 않은 가정형편과 늘 붓글씨를 쓰며 책을 가까이하시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절실함은 없었지만 돈을
벌고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기술인의 길은 그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주었습니다.
어려워서 인력 충원했던 발상의 전환은 적중
다니던 회사가 부도 나는 바람에 동료 4명과 함께 회사 창업을 하게 된 것도, 롤투롤 기술을 가지고 사업을 하게 된 것도, 2차전지 설비에 뛰어든 것 역시도 그저 운이 좋아 가능했다고 말하는 김준섭 대표는 사실 부단히 연구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기술인입니다.
2005년 일본으로부터 100% 수입에 의존하던 광학용 필름 및 프리즘 시트 코팅설비를 개발하여 국산화에 성공하고, 2007년 동박 생산설비, 2008년 이차전지 분리막 코팅설비, 2010년 이차전지 전극용 코팅설비의 국산화를 차례로 성공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나 운이 통해서만은 아니겠지요.
2011년 세계 최초로 이차전지 전극용 광폭 다단 프레스설비를 생산하게 된 ㈜피엔티는 이차전지 전극공정소재 제조장비의 고도화를 추진하며 국내 105건, 해외 3건의 특허로 원천기술도 확보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 세운 5천만불 수출탑도 2년 만에 두 배인 1만불 수출탑 수상으로 기록을 갱신하였습니다.
김준섭 대표는 이러한 성공이 생각의 유연함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합니다. 작은 장비제조업체가 살아남기 힘든 국내 산업구조에서 오히려 인력을 충원하고 기술인재를 확보하여 장비를 필요로 하는 국내외 기업들이 ‘전 공정 설비를 납품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피엔티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전향하였고 그의 생각은 적중하였습니다.
“아마도 ㈜피엔티가 올해 구미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충원한 기업일 겁니다. 상황이 어렵다고 축소하기보다 역발상으로 규모를 갖추니 일을 더 많이 수주하게 되었어요. 대표는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일을 찾고 직원들은 또 열심히 일하면 되는 일이죠. 때론 역발상, 생각의 전환과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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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키우는 인재, 인재를 키우는 기업
창업 당시, 사람과 기술(People & Technology)을 뜻하는 ‘피엔티’로 기업명을 쓰게 된 것을 보면 오늘날 인재 개발과 기술인력 양성을 중요시하는 ㈜피엔티의 모습이 우연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피엔티는 경력 엔지니어의 멘토링으로 연구소 및 기술팀의 역량을 향상시키고 일학습 병행제 및 사내 기술교육 등으로 현장형 인력을 키워내고 있는데요, 김준섭 대표의 주관으로 열리는 ‘혁신공정회의’는 2010년부터 9년째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각 팀 단위의 업무경험과 기술 비법을 공유하며 팀간 융합 아이디어와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기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는 직무보상발명과 연계하여 특허 출원·등록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제품개선에 적용되는 등 ㈜피엔티의 기술력 향상에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직원 수가 계속 늘고 규모가 커지다 보니 관리의 필요성도 느끼게 됐다는 김준섭 대표는 핵심인재관리를 위한 복지제도 개선과 능력 중심의 보상체계, 사내 교육 등으로 보다 체계를 갖추며 다시금 기업 성장의 발판을 다져갈 예정입니다.
㈜피앤티는 지난해 8월 중국의 ‘Huizhou EVE United Energy Co.,Ltd’와 총 416억원 규모의 2차 전지 관련 설비 공급 계약을 맺는 등 2018년 대비 2차전지와 소재 관련 매출이 늘면서 성장세입니다. 김준섭 대표는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엔지니어상’도 수상했는데요,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신기술개발에 끊임없이 매진하겠다는 그의 다짐이 세계 속에 기술 강국으로서의 한국을 기대할 수 있게 하기에 더없이 든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