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워라밸
술은 만남의 자리를 부드럽게 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을 열게 하여 어색하던 분위기도 사르르 녹이곤 합니다.
한국 전통주 제조기업 ㈜국순당은 ‘술을 빚기 전 먼저 사람을 생각한다’는 기업철학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것은 기업이 운영하는 워라밸 제도에도 잘 반영돼 있습니다. 자사 근로자들이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빚어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국순당을 찾아가 봅니다.
글 한경희 / 사진 스튜디오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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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담당자의 시선이 아닌 근로자의 시선으로
대표 브랜드인 ‘백세주’를 비롯한 한국을 대표하는 우리 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순당은 지난해 11월,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의미 있는 상을 받았습니다. ㈜국순당은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 사례 공모전’에서 수상했는데요, 우수한 일.생활 균형 현장 사례를 발굴하여 사회적 분위기 확산과 기업의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개최하고 있는 공모전으로 ㈜국순당이 대상인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으며 근로자가 행복한 기업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같은 결과는 관점의 변화를 통해 워라밸을 함께 만들었기에 가능했다고 ㈜국순당 혁신사업본부 기업마케팅팀 박민서 팀장은 말합니다.
“업무 담당자로서 일.생활 균형을 위해 어떤 점을 개선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접근 방식의 관점을 다르게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업무 담당자의 입장이 아닌 근로자로서 일.생활의 균형을 생각하자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집중하는 환경 조성의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죠.”
이번 공모전을 준비한 ㈜국순당 생산본부 생산지원팀 배영 과장 역시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횡성양조장에서 근무하다 보니 현장의 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배영 과장은 일방적인 워라밸 제도는 현장의 상황과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기에 직원 개개인에게 충분한 피드백을 얻고 개별 인터뷰를 통해 근로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횡성양조장은 생산라인 가동으로 근로자들의 쉬는 시간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어떤 행사를 진행해도 참여도와 관심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견 수렴을 했고 행사나 제도 시행 자체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닌 참여자가 함께 할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일례로 횡성에서는 2주에 한 번 생일파티를 하는데 별도의 시간이나 장소로 모이기보다는 점심시간에 각자의 시간에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간식을 준비했어요. 각자 먹고 싶은 간식이 있는지 사전에 물어 전달하니 반응이 좋았습니다.”
조직 분위기 살아나고, 개인의 삶의 질 좋아지고
㈜국순당의 횡성양조장의 근로자들은 대부분 원주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약 40분 거리로 매일 아침저녁 통근버스가 운영됩니다. 퇴근 시간인 오후 5시 30분에 맞춰 5시 40분에 한 번, 8시 30분에 한 번 운행하고 있지만 매주 금요일에는 5시 40분에 한 차례만 운행합니다. ‘가족 불금데이’이기 때문입니다. 장시간 근로 관행을 바꿔보고자 시행하고 있지만 일의 효율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근로자에게는 불편만 더 초래하겠지요. 이에 박민서 팀장은 일을 좀 더 효율화할 수 있는 방안을 동시에 고민했다고 합니다.
회의는 하루 전 공지하고 30분 이내 끝내는 ‘130’원칙을 비롯해, 휴일근무신청서 필수 작성 제도 등으로 ‘장기간 근무관행 바꾸기’와 다양한 문화·제도 개선을 통해 사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그 에너지를 직원 스스로에게, 그리고 자신의 가정에 쓸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 중 하나로 ‘일과 3배터리 충전’ 캠페인을 통해 점심시간과 퇴근 후, 연차에는 업무연락을 자제해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보장하고 직원참여 및 가족초청 행사, 남성 육아 휴직 장려, 자체 단합대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호응이 좋은 건 ‘반반차제도’로 휴가를 2시간으로 쪼개 사용할 수 있어 점심시간에 2시간을 붙여 삼삼오오 동료들끼리 외부로 멀리 맛집을 다녀오기도 하고 퇴근 시간을 두 시간 당겨 러시아워를 피해 여유로운 퇴근길을 즐기기도 합니다.
이전에는 연차를 쓰게 되면 다른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싶어 눈치가 보이던 것이 사실이지만 연차를 쓰는 횟수가 많아지고 쉽고 자유롭게 사용하게 되니 혼자하는 일이 아닌 협업도 활성화 되면서 조직의 분위기도 더욱 살아나고 있습니다.
“상명하달의 탑다운 방식 워라밸 제도였다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변화지요. 술은 혼자 먹는 게 아니라 여럿이 어울려 함께 즐길 때 좋은 것처럼 직원들의 생활 속에도 가족과의 여유, 어울림 등의 시간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MINI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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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재택근무제도를 시험 도입하고 저에게 재택근무의 기회를 주셔서 현재 모두의 부러움을 받으며 재택근무 중에 있습니다. 자녀 교육과 남편 사업을 위해 회사를 포기하려고 했으나 이 제도를 통해 일도, 가정도 지키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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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단축근무로 오후 3시반 퇴근하여 2살 된 딸아이의 어린이집 픽업을 하고 있어요.
집이 용인이라 그동안은 주말부부였는데 이제 매일 집으로 퇴근하고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도 길어지니 아이가 아빠를 더 좋아하네요. 저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