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진 나무가 높이 쌓여 있고 그 옆에서 종이가 뚝딱뚝딱 만들어지는 삽화는 우리가 어린 시절 책에서 흔히 봐 왔던 것이다.
그 덕분에 종이는 우리에게 산림을 훼손하고 그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키는 대표적인 물건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종이책의 대안으로 떠오른 전자책이 지구를 보호하고 환경을 살리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 이면의 오해와 진실을 만나보자.
글. 이경희
나무는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산소를 생산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며 홍수를 예방하는 등 그 이점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어릴 때부터 나무를 사랑하고 아껴야 하며 열심히 심고 가꾸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배운다. 때문에 나무가 원료가 되는 ‘종이’는 환경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고 우리는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이를 진실로 믿고 왔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세계자연기금(WWF) 「Living Forests Report」에 의하면 산림파괴와 환경을 해치는 가장 큰 적은 농업, 불법 벌목, 광업 그리고 대형 화재 순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AOSTAT 2015」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세계 벌목의 50%는 에너지, 28%는 건설용이며 종이 생산에 사용하는 나무는 불과 13%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하나의 오해가 숨어 있다. 종이는 우리가 흔히 보는 관광지의 울창한 숲, 우리 동네 앞산, 뒷산에서 무차별적으로 벌목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종이 제품의 원료가 되는 펄프, 나무칩은 인공조림에서 생산되는 나무로 만든다. 즉 제지산업을 위해 별도의 숲을 만들어 사람들이 키운 나무를 원료로 삼는다는 것이다. 숲에서 나고 자라 살아가는 동물들은 보호의 대상이며 인간이 허가 없이 이 동물을 사냥하면 처벌을 받지만, 합법적인 절차를 받아 인간이 엄격한 관리 안에서 소와 돼지를 기르는 것은 허용된다. 나무도 마찬가지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인공조림지는 순환이 기본이다. 종이 생산을 위해 키우는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며 공기를 정화한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면 그곳에 다시 새로운 나무를 심어 재조림한다. 어린 묘목이 성장하는 동안 다 자란 나무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많은 산소를 생산한다는 것은 정설이다.
그렇다면 전자책은 어떨까? 우리는 은연중에 산림을 훼손하는 종이책보다 나무가 필요 없는 전자책이 좀 더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미국 비영리 기관인 그린 프레스 이니셔티브(Green Press Initiative)은 “아이패드는 평균 생애주기에 287lbs(130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반면 인쇄된 책은 단지 8.851lbs(4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게다가 종이책은 중고서점 등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읽히거나 종이 원료로 재활용되곤 하지만 전자책 기기의 부품은 보통 매립지에 버려진다”고 밝히며 종이책이 환경보호에 더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밝혔다.
전자책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의 멸종을 예측했었다. 그러나 종이책은 여전히 건재하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표적인 친환경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는 온전히 우리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