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로봇 이야기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로보토피아
“로봇 기술 발전은 인간을 돕는 것에서 시작되어 현재 우리 생활 속에서 로봇의 역할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로봇과 함께 살아갈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요리와 청소 등 집안일을 돕는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은 2005년이 배경입니다. 원작을 쓴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미, 1976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에서 이런 로봇의 등장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2035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아이, 로봇’에서는 로봇이 물건을 배달하고, 개를 산책시키는 미래의 생활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미래의 어디쯤에는 항상 로봇과 함께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식당이나 호텔, 공항 등에서 서빙을 하고 길을 안내하는 로봇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로봇과 함께
살아갈 미래는 이미 당연한 내일이 되었습니다. 로봇공학자 한재권 박사님을 만나 인간과 로봇이 함께 만들어갈 변화를 들어보았습니다.
Q.로봇은 이제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데요. ‘로봇공학’은 다소 생소합니다. 로봇공학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로봇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인 분야를 모두 다루고 있는 학문입니다. 전통적인 공학하고는 다른, 여러 공학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어요. ‘로봇’은 공학의 많은 요소들을 필요로 하는 특이한 제품이에요. 예를 들면 기계가 움직이니까 기계 공학이 필수겠죠? 코딩으로 명령어를 만들어야 하니까 컴퓨터 공학도 필요하고요. 로봇이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비스를 하는 존재이다 보니 외형도 중요하므로 디자인을 전공하는 분들도 필요합니다. 로봇공학이지만, 이제는 공학에서 다른 영역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어요. 로봇공학이 아닌 ‘로봇학’이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로봇공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소양이 필요할까요?
로봇공학자는 말 그대로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로봇은 복잡한 기계라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죠. 그러니 전공에 관계없이 누구나 로봇공학자가 될 수 있어요. 자격에 구분을 짓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어요. 로봇에 관심이 있고, 만들고 싶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어요.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 정도라면 가능할지도. 토니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가 있으니까 가능하지 않겠어요?(웃음)
로봇공학은 어떤 분야보다도 협업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고, 본인의 생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생각이 옳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태도가 팀워크의 핵심이겠죠. 정반합의 변증법적으로 결론을 유추해낼 수 있는 사람이 로봇공학자의 소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요.
Q. 로봇에 대한 정의도 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과거 공장에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기계를 로봇이라고 했다면 요즘에는 로봇의 정의가 바뀌었다고 볼 수 있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하고 일을 대신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로봇이라고 생각해요. 물리적인 일뿐만 아니라 판단 능력도 포함되는 것이죠.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로봇 청소기는 로봇이 맞아요. 왜냐하면 움직이면서 청소하고, 장애물을 인식하고 최적 경로로 청소하려고 하죠. 스스로 충전하러 가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요즘 이슈가 되는 챗봇, 이름이 봇이긴 하지만 로봇은 아니죠. 채팅 상황에서만 존재하고 움직임은 없죠. 지금 시점에서의 로봇은 모빌리티 즉 움직일 수 있는 능력과, 스스로 판단해서 일할 수 있는 능력인 인공지능(AI)이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Q. 교수님이 만들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뿐만 아니라 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 등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있는데요. 로봇은 어떻게 분류할 수 있나요?
로봇은 일반적으로 ‘제조용 로봇’과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합니다. 제조용 로봇은 공장에서 일하면서 물건을 제조하는 전통적인 로봇들이죠. 최근에 로봇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서비스 로봇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인간과 함께 살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로봇을 서비스 로봇이라고 해요. 서비스 로봇은 또 일반 서비스 로봇과 전문 서비스 로봇으로 나눕니다. 식당에서 서빙을 하거나, 요리를 하는 등 일상 생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로봇을 일반 서비스 로봇으로, 의료용 로봇이나 군용 로봇 등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로봇을 전문 서비스 로봇이라고 분류해요.
저는 인간과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을 지향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일상 공간이 우리에게 맞춰서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와 함께 생활하는 로봇이라면 인간의 형태와 비슷해야 일상 공간에서 무리 없이 주변의 것들을 다양하게 잘 쓸 수 있어요 그러니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이 살고 있는 공간 안에서의 최적 설계인 셈이죠.
Q. 로봇을 연구해오시면서 보람을 느낀 적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반려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주로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으로 반려 로봇 테스트를 진행해요. 얼마 전, 반려 로봇 ‘에디’와 아이들이 어울려서 놀 수 있는 특별기획전을 국립부산과학관에서 진행했어요. 감성봇인 에디는 웃기도 하고, 슬픈 표정을 짓기도 하며 아이들을 졸졸 따라다녀요. 아이들이 헤어지기 싫어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짠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 로보컵 대회를 빼놓을 수 없겠죠. 작년과 올해 준우승을 했어요. 로보컵은 말 그대로 로봇들의 월드컵으로 로봇대회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손꼽히는 대회예요. 로봇들이 스스로 움직이면서 2:2로 축구 경기를 해요. 이때 연구원들은 그저 관객일 뿐이에요. 우리가 계획했던 작전대로 골을 만들어 내는 장면을 볼 때, 국가대표 축구팀이 골 넣을 때보다 몇 배 더한 짜릿함을 느꼈답니다.
Q. 로봇이 발전한다면 미래에는 인간이 설 자리를 잃게 되고, 로봇이 모든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되는데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일은 변해왔어요. 기술이 발전하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죠. 앞으로도 계속될 거예요. 예전보다는 속도가 빨라지겠지요. 아마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일자리는 로봇이 대체하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없어지는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교육을 해서 새로운 일자리로 가게 할 것인지 아니면 사회 보장 체계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시켜줄 것인지 등 체계를 얼마나 잘 다듬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거예요. 로봇으로 인해서 부가가치 즉 새로운 일자리가 많아질 수도 있어요. 대표적인 예가 바로 스마트폰이에요. 스마트폰이 만들어짐에 따라 앱 개발자, 수리기사 등 많은 일자리가 생겼죠.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끝으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월간내일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막연한 두려움 대신 로봇의 등장으로 어떤 일이 생길까를 고민하는 게 좀 더 미래 지향적인 모습입니다. 변하는 일자리 속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한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미래가 보여요. 변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로봇이라는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영상인터뷰 로봇공학자 한재권
한재권 멘토와의 더욱 자세하고 생생한 인터뷰는 영상으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