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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세상

화려한 조명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음악이 가득한 런웨이에 하이힐을 신은 모델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패션모델이 아닙니다. 모두 만 50세 이상의 시니어 모델입니다. 이들은 옷이 아닌 사람을 위한 '패션쇼'를 기획하는 사회적기업 뉴시니어라이프의 시니어 패션모델입니다.
[글 노혜진 사진 김정호]

아름답게 늙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탄생한 기업

뉴시니어라이프를 설립한 구하주 대표는 원래 명동과 압구정동에서 고급 부티크를 운영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고 합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고객들을 만났던 구 대표는 단골 고객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형이 바뀌고 자괴감에 빠져드는 것을 안타까워했다고 하는데요, 어느 날 고객 한 분과 상담을 하던 중 실버산업에 대해 알게 되면서 노인들의 삶과 노인심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죠. 구 대표는 병약한 노인들을 위해 아름답고 편리한 요양의류를 개발하여 국내는 물론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실버 패션쇼를 기획하게 되는데요, 단 한 번 단발성으로 기획했던 이 패션쇼가 큰 화제를 낳게 됩니다.

  • 세계 최초의 실버모델 교육 업체

    뉴시니어라이프 조윤호 상임고문은 "노인들의 호응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는데요, 최초의 패션쇼 직후 킨텍스가 주최한 2006년 국제실버박람회에서 패션쇼를 요청 받고 이를 위해 30명의 실버모델을 모집하자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왔다고 합니다. "패션모델에 관심을 가진 노인이 이렇게 많다는 걸 몰랐을 뿐이죠. 노인들이라고 꿈이 없는 게 아니었어요.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죠. 저희는 그 계기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지난 11년 동안 뉴시니어라이프는 158회(2018년 4월 기준)의 패션쇼를 진행했습니다. 그중에는 독일, 네덜란드,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공연한 해외 초청 공연도 20회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배출한 모델만 2,000여 명, 현재 활동하고 있는 시니어모델은 120명에 달합니다. "저희는 세계 최초 시니어모델 교육 및 양성기관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요. 2007년에 문을 연 시니어모델교실은 국내는 물론 외국 TV에도 소개되면서 관심이 점점 커졌습니다."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사회적기업

2009년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11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뉴시니어라이프는 현재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모델교실을 비롯해 현대의상 패션쇼, 궁중의상 이벤트, 패션모델 체험공연, 시니어모델 에이전시, 시니어패션 제작 등이 그것입니다. "최근에는 사업영역을 뉴시니어라이프가 운영하는 시니어패션쇼 사업과 시니어 패션의류 브랜드사업 두 개의 섹터로 나누어 의류판매를 위한 신설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패션쇼를 위해서는 많은 옷을 제작하게 되는데요, 거기서 선보인 의상을 일반에게 판매하려는 것이죠. 이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시니어의 활동 기회와 노인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시니어모델교실은 한 달에 15만 원을 부담하는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50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수익성이 크지 않아 어렵기는 하지만 많은 시니어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해요. "평균 60대가 가장 많고 90세가 넘은 회원들도 있어요. 하던 일도 다양하죠. 지팡이를 짚고도 걷기 힘들었던 회원분이 4개월의 훈련 끝에 지팡이 없이 무대에 올라가는 광경을 볼 때 이 일을 참 잘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니어 건강 프로그램으로도 널리 알려지길

조윤호 상임고문이 모델 교육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점은 바로 '건강'입니다. 지속적으로 바른 자세와 바른 걸음걸이로 걷는 워킹훈련을 하다보면 구부정한 어깨와 등이 펴지고 걸음걸이에 힘이 생긴다고 해요. "최근 서초구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노인복지시설의 건강문화 프로그램으로 채택했어요. 화려한 패션모델이라는 편견이 아니라 시니어의 건강증진에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인정을 해준 셈이죠. 이제부터 모델교육 프로그램이 시니어의 건강문화 프로그램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모델 교육을 받는 회원들 사이에는 같은 무대에 선다는 연대감과 사회성이 생기고,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요, 고령사회에서 바람직한 당당한 노년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델이라는 흔치 않은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는 삶을 도와주는 뉴시니어라이프. 이곳에서 배출한 모델 중 일부는 시니어 전문모델로서 일자리까지 갖게 되어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뉴시니어라이프의 바람인 밝고 당당한 노인 문화의 확산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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