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길잡이
[글 김광훈 노무사(노무법인 신영 대표 노무사)]- Q
- 회사가 입사 시 체결한 근로계약내용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나요?
- A
-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 체결 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명시해야 될 사항(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사업주가 입사 전에 체결한 근로계약 내용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명시된 근로조건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19조에 의하여 ①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법원 또는 노동위원회에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② 즉시 근로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③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한 근로자에 한해서는 근로계약이 해제되었을 경우 사용자로부터 귀향 여비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근로기준법 제19조가 적용되는 범위는 근로계약 체결 시 '명시한 근로조건'에 한정되는 것이며, 다른 근로기준법상 규정사항을 위반한 것이 곧 위 제19조 소정의 근로조건의 위반이 된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1. 손해배상 청구
명시된 근로조건이 사실과 다른 경우 근로자는 그 이행을 요구할 수 있고,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법원에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 제소하는 것은 비용 및 시간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근로기준법은 이를 보완하여 근로자가 노동위원회를 통해 큰 비용 없이 신속하게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구제 절차를 마련하고 있고 근로자는 양자를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명시된 근로조건과 다를 경우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은 근로조건의 내용과 관계없이 임금채권에 준하여 3년이라고 해석됩니다. 근로자는 사업장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근로조건 위반 손해배상 청구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여야 하고, 이 경우 근로계약서 사본과 사용자가 근로조건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자료를 추가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손해배상액은 회사가 애초에 명시한 근로조건을 이행하였더라면 근로자가 받게 될 이익과 회사가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근로자에게 발생한 불이익한 상태와의 차액이 될 것입니다.
2. 즉시 근로계약의 해제
근로기준법 제19조의 근로계약의 '해제'는 근로계약의 '해지'를 말하고, 즉시 해지한다는 것은 사업주에게 사전에 통보나 예고를 할 필요 없이 바로 사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즉시해제권은 취업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입니다.
3. 귀향 여비 지급
만약 근로자가 취업을 목적으로 거주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귀향 여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 때 사업주가 귀향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근로기준법 제36조에 규정한 금품청산의 위반이 됩니다.
- Q
- 회사 차를 운전하는 도중에 사고가 났을 경우 사장님이 이번 달 월급에서 수리비를 차감한다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요? 온전히 제 실수로 벌어진 일도 아닌데요.
- A
-
근로자의 과실로 인해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입혔을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 그 손해에 대해 급여에서 공제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임금 지급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정하여 임금의 일부를 공제하거나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때 법령에 의해 공제가 허용되는 것은 조세, 사회보험료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단체협약에 의하여 공제가 허용되는 것은 조합비(체크오프제도)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액지급원칙의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하는 것이 금지됩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이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재산상 손해액, 민·형사상 배상액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상계하거나 공제할 수 없을 것이며, 또한 회사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액에 대하여도 근로자의 임금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근로자의 퇴직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퇴직금 역시 임금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회사는 근로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 또는 회사의 대출금에 대하여 퇴직금과 상계하거나 공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용자는 이를 반환받기 위해 민사소송법에 따른 소송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그러나 그 취지상 근로자가 먼저 상계를 요구하거나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해 상계하는 경우는 허용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근로자의 상계 동의가 사용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의사에 터 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가능할 것이며, 또한 임금 전액 지급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본인 스스로 혹은 자유로운 의사로 상계신청서 또는 동의서를 작성한다면 적법한 상계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의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전액지급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상계 내용을 명시한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상계 동의로 인정받을 순 없을 것입니다.
위 사례와 같이 회사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것을 이유로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상계한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이는 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한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근로자는 회사가 월급에서 차감한 금원에 대해 지급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