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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고용보험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갑작스러운 일의 공백으로 생계가 위태로운 누군가가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예술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를 만나
고용보험의 확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글권찬미 / 사진박찬혁
Q. 개그콘서트 폐지 후 1여 년,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지금이 딱 폐지 1여 년이 되는 시기더라고요. 당시 많은 선배님과 동기들이 정말 슬퍼했던 것 같아요.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된다는 슬픔도 있었지만 내 청춘의 추억과 고향이 사라진다는 생각에 눈물이 많이 났죠. 카메라에도 그런 장면이 잡혔더라고요. 지금은 낮에는 개인 방송 채널의 콘텐츠 제작을 하고 저녁에 플랫폼 기반의 배달 라이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Q. 배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실 제가 개그맨 지망생일 때도 수입이 거의 없어서 배달 일을 자주 했어요. 당시 지망생들이 식권 한 장 받고 월급도 없이 공연을 했거든요. 지방에서 올라온 저에게 월세나 생활비를 위한 아르바이트는 필수였죠. 개그콘서트가 끝나고 한 달 동안 사실 아무 것도 못하고 ‘내가 뭘 할 수 있지?’라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어요. 그런데 슬픔에 오래 빠질 겨를이 없었어요. 아내가 임신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일단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다시 배달을 시작했어요. 플랫폼으로 바로바로 원하는 스케줄에 맞춰서 일할 수 있어서 접근하기 쉬웠던 것 같아요.
Q. 배달 라이더 같은 플랫폼 노동자도 내년부터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예술인 고용보험이 작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개그콘서트를 그만두면서 예술인으로서 가입이 어려워졌었거든요. 그런데 내년부터 배달 라이더나 플랫폼 노동자들도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하니 좋은 소식이란 생각이 들어요.
Q. 고용보험은 나에게 000이다!
또 다른 ‘비상구’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비상구는 긴급한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돕는 문이 잖아요. 저를 포함해서 코로나19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으실 텐데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요. 여러분들 같이 힘내서 비상구를 함께 나가시죠!
Q. 독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웹툰 작가의 계약은 굉장히 천차만별인데요. 흔히 여러분이 보시는 포털의 웹툰 플랫폼과 다이렉트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에이전시를 끼고 다중으로 계약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다중계약이다 보니 발생하는 수익도 20%가량으로 적다고 볼 수 있죠.
Q. 웹툰 작가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힘든 점과 원동력을 하나씩 꼽아본다면?
힘든 점은 적은 수입이죠. 사실 웬만한 문제는 돈으로 다 해결이 됩니다(웃음). 게다가 웹툰 작가들은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상당히 많아요. 지난 달에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를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길을 걷는 이유가 있다면 정말 단순해요. 작품들이 쌓이는 것을 보고 느끼는 창작자로서 기쁨 그 자체인 것 같아요.
Q. 고용보험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요?
네 정말 ‘앙망’해왔죠. 주위 작가한테도 계속 이야기했거든요. “우리에게 당장 수입원이 없더라도 어떤 작품을 하고 싶고, 어떤 직장에 가고 싶은 지 다음 스텝을 선택할 수 있는 3개월의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요. 그리고 그 시기가 도래한 만큼 주변에 모든 예술인 분들이 혜택을 놓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Q. 고용보험은 나에게 000이다!
고용보험은 ‘꿈의 요람, 인큐베이터’다! 사실 실업자에게 3개월의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은 다음 스텝의 꿈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당장의 생계가 걱정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선택은 필연적으로 다를 거잖아요. 아이들을 요람에서 흔들면서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고 양육하는 것처럼, 고용보험은 실업자들이 다음 스텝을 선택하기까지 꿈의 요람이 되어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Q. 코로나19 이후 1여 년, 실업 문제를 겪는 동료들이 많다고요?
네, 대면 서비스 업계다 보니 타격이 큰 것 같아요. 저희 정수기 점검원들은 점검도 하지만 동시에 영업도 해야 생계를 유지할 만한 수입이 되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서 대면 자체가 힘들어지다 보니 수입이 너무 감소해서 일을 그만두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또 코로나 시국으로 예민해진 고객님도 많으시고요. 이로 인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다가 업계를 떠나게 되는 분도 있었어요.
Q. 고용보험이 2021년 7월부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도 적용이 된다는 소식 알고 계신 가요?
사실 이 일에 종사하면서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아서 힘들었거든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현실은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는 것이었는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그간 사각지대에 머무르면서 열심히 일해도 퇴직금도 없이 지내야 했어요. 그런 점이 참 속상했는데 그래서 더 반가운 소식인 것 같아요.
Q. 그간 고용보험 사각지대에서 마음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도 이렇게 알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면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이 점차 확대된다는 소식에 기뻐요. 동시에 언젠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말도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거든요. 개념을 따로 구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가 잘 보장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Q. 고용보험은 나에게 000이다!
고용보험은 ‘동아줄’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언제 업무가 해약될지도 모르는 특수고용 상황에서 재고용의 기회와 일정 기간의 수입을 보장해주기 때문이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위해 힘쓰는 고용노동부도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