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늘 예기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일터와 집, 모두 인간과 인간의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인생에서 번아웃이 오지 않게,
건강한 균형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글. 정자은
사진. 김재욱
교내에서 하는 강의와 인지심리학 관련 연구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습니다. 숫자로 표현하면 강의와 연구가 65% 정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외부 강연이 30%, 방송 출연이 5% 정도입니다.
모든 것에 ‘의심’이라는 전제를 갖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죽는다, 그러니까 인간은 죽는다, 너는 사람이다, 너는 죽는다. 그럼 그 인간이 정말 죽을까. 모든 걸 다 의심하라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극단적 회유가 아니라, 이를 전제로 의심하는 것에서부터 혁신이 나오기 때문이죠. 지금은 전화통화 없이도 음식 주문이 가능합니다.
사실 그 간단한 아이디어가 세상의 많은 부분을 바꿨습니다. ‘음식을 주문한다’라고 전제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음식점 사장이나 직원과 통화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제부터 다 바꿔서 생각하고 의심하고 반대로 해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숨어 있습니다. 의심은 좋은 사고방식으로 이어지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에 대해 알려면 ‘거리’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을 들여다보면 가까운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운 사이도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만나는, 2~3년에 한 번씩 만나는 사이. 다양한 거리라는 건, 만나는 횟수와 빈도, 공유하는 가치 등이 포함된 개념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양한 거리는 곧 주변에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재미있는 건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을 오랜만에 만났을 때, 오히려 예상치 못한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의 범주가 정해져 있을 수 있고요. 가까운 거리의 사람들만 만나다 보면, 유연한 자신, 변화하는 자신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다양한 거리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깨닫는 것, 이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마찰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기가 힘듭니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고 하면, 오히려 이것이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직장 내 스트레스를 잘 핸들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트레스를 안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 많이 받는데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질문입니다. 스트레스와 교통사고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교통사고는 줄여야 하고 없어야 하죠. 스트레스는 줄이거나 없앤다는 관점이 아니라, 받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현실적입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큰 변화나 행복이 아니라, 일상에서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작은 조치를 여러 번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만의 소소한 행복이나 활동을 찾는 것이죠.
사람들도 어느 정도는 예측합니다. 어떤 회사, 조직을 가더라도 갈등은 있을 수 있다는 걸요. 직장인들의 번아웃은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일만 해서 오는 번아웃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일만 해서 지친다는 의미는, 일 외에 다른 일이 없음을 말합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취미생활을 하면 좋습니다.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를 배우거나 여가생활을 즐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하는 것이 늘 즐거울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 일이 즐거웠다는 기억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을 거예요. 그 순간은 인간이 지닌 독특한 행복감인 성장감입니다. 그 성장감은 일에 익숙하지 않을 때만 가질 수 있는 느낌이죠. 익숙한 일만 하고 변화를 거부하면 성장감은 사라져서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익숙한 일만 하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업무에서 작은 도전을 두려워 마세요. 또 자신의 호기심이 담긴 취미를 찾아 자신만의 워라밸을 찾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