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 앞에서 망설이는 건 누구나 비슷하지만 도전이란 단어는 나이가 들수록 더 어렵게 느껴진다.
꿈으로 부풀었던 가슴은 어느덧 현실의 벽 앞에 쪼그라들고, 내일은 회색빛 오늘의 반복으로 느껴질 뿐.
인생 2막이 시작되는 60대에 젊은 시절의 꿈을 다시금 꺼내든 사내가 있다.
빛바랜 꿈을 갈고 닦아 대한민국 제1호 시니어 모델이 된 김칠두에게
내일은 더 이상 그저 그런 하루가 아니라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날이다.
글. 김지연
사진. 고인순·제이액터스
모델 데뷔 후 패션쇼, 광고 촬영, 방송 출연,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는데, 요즘은 이전보다 활동의 종류가 다양해졌습니다. 최근에는 모델 선발대회 심사위원이 되어 심사를 하고 왔습니다. 무대 뒤에서 후배들을 지켜 보고 그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니 제가 모델로 데뷔했을 때와는 또 다른 보람을 느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 중년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일을 해 왔습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소규모 사업도 해보았죠. 60대에 접어든 후 사업을 접고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딸이 제가 젊은 시절 모델을 꿈꿨었고 패션에도 관심이 많은 걸 알고 프로필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시니어 모델 아카데미에 등록했고, 운 좋게도 64세의 나이로 국내 최대 패션쇼인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현실에 부딪혀 접어야 했던 꿈을 다시금 이뤘을 때의 기분은 말로 다 표현 못 할 만큼 짜릿했습니다.
아무래도 데뷔 무대였던 2018년 F/W 서울패션위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올해로 6년째 한 패션 브랜드 화보에 참여하고 있는데 저 같은 시니어 모델을 젊은 세대 의류 모델로 써주니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또, 게임 광고를 촬영했던 일도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15~20초짜리 광고 영상을 위해 무려 24시간을 촬영했는데 재미있어서 힘들다는 건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일단 모델 일이 적성에 맞고 즐거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이 일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모델 활동을 하며 나이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즐겁게 일을 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꾸고 도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가끔 알아보는 분들이 계시면 감사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면 말이나 행동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도전 정신입니다. 저는 사업에 실패해도 바로 일어나 다른 일을 찾을 만큼 오뚝이 같은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더 잘하기 위해 워킹이나 포즈 연습,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열망,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할 만한 사람은 못 되지만, 그래도 한마디 해 드리자면 사람에게는 누구나 분명히 끼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 끼를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포기하게 되죠. 저 또한 수많은 거절과 실패를 경험했지만 계속 도전해 왔고, 지금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도전하십시오. 도전을 통해 배우고 성장해서 자신만의 꿈과 끼를 찾기를 바랍니다.
제게 내일은 희망과 도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내일에 대한 설렘이 줄어들기 쉽지만, 저는 항상 내일이 기대됩니다. ‘내일은 어떤 촬영을 할까’, ‘언젠가 해외의 유명한 패션쇼에서도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하는 기대로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내일은 새로운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지금처럼 즐겁고 건강하게 일해서 나와 비슷한 길을 걷는 이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