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최경은 씨는 과감하게 커리어를 변경했다.
중장년내일센터를 통해 IT 전문가라는 또 다른 인생길에 접어든 것.
새로운 길모퉁이를 마주할 때마다 기분 좋은 변화를 만끽하는 중이다.
글. 김주희
사진. 김경수
최경은 씨는 국내 최대 IT 테스팅 업체인 와이즈와이어즈에서 소프트웨어 테스트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다. 새로 개발된 소프트웨어에 대한 테스트를 설계하고 수행하며 결함을 보고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후 검출된 결함이 개발자에 의해 올바르게 개선된 건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소프트웨어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역할이다. 지난 6월에 입사한 후 첫 프로젝트로 은행 결제 시스템 테스트를 수행했다. IT업계 전문가로 활동하는 지금과 달리 이전에는 영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업무를 이어 왔다.
“첫 직업이 영어 강사였습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티칭 업무도 좋지만, 좀 더 폭넓은 경험을 쌓고 싶었어요. 당시 학원은 오후 1시 출근이었는데, 9 to 6 직장생활에 대한 로망도 있었죠.
디자인 회사에서 영문 카피를 쓰기도 하고, 콘텐츠 미디어와 앱 개발 과정에 관여하는 업무를 하기도 했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전문성을 쌓을 수도 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분야를 확장시키는 과정도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퇴사 후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이 닿았다. 워크넷에 이력서를 등록한 것을 계기로 중장년내일센터로부터 일자리와 교육 정보에 대한 문자 메시지를 받곤 했는데, 어느 날 ‘소프트웨어 테스터 전문가 양성 과정’에 대한 안내 메시지를 수신한 것. 처음에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게 다가왔던 터라 무심코 넘겼다. 그 이후 교육생을 1명 더 추가로 모집한다는 메시지에 마음이 움직였다.
“저는 원래 수동적인 사람이에요. 문과 출신인 데다 정보를 알아보거나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성향이 아닌데도 IT업계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돌아보니 그때 문자를 그냥 넘기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교육은 2개월 동안 진행됐다. 재취업 마인드셋 교육부터 업무 툴 활용, 소프트웨어 테스팅 이론 수업, 코딩 수업 등으로 이뤄졌다. 현업 종사자들이 진행하는 실습, 이를테면 테스트 케이스 작성과 전문 툴을 활용한 결함 보고 업무 등도 배울 수 있었다. 각각의 기업 정보도 소개해 준 덕분에 취업 희망자 입장에서 기업의 특징과 성향을 판단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교육, 면접, 자격증 응시 지원에 심지어 중식까지 제공해 준다기에 살짝 긴가민가했거든요.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밥상을 차려준 수준을 넘어 밥을 떠먹여 준 느낌이랄까요. 저만 꼭꼭 씹어 삼키고 잘 소화하면 되는 수준이었죠. 핫한 연애 프로그램에 나오는 유행어에 빗대자면, ‘룰은 단 하나, 마음껏 취업하세요’였어요(웃음). 그만큼 교육부터 취업까지 이어지는 판을 완벽하게 짜준 느낌이었습니다.”
면접 과정에도 교육생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깃들었다. 중장년내일센터는 줌을 활용한 영상 지원을 통해 입사지원서 작성에 대한 도움을 주는가 하면, 면접이 진행되는 직전까지도 에티켓과 실전 팁을 전달했다.
최경은 씨는 총 4곳의 기업에 지원했다. 결과는 모두 합격. 소프트웨어 테스팅 관련 경력이 없는 데다 전공 또한 업과 거리가 멀었음에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로 ‘신뢰’를 손꼽았다. 공신력 있는 노사발전재단에서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수료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입사 후 매일매일 새로운 경험을 쌓아가는 최경은 씨는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출근길로 향하는 발걸음도 가볍다. 30분 일찍 나와 일과를 준비하며 하루를 열고, 맡은 업무를 수행한 시간을 돌아보며 성취감을 느끼는 중이다. 그녀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국제소프트웨어테스팅자격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국제자격증 ISTQB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일을 시작하면서 ‘업글인간’을 목표로 정했습니다. 꾸준히 수행 기술을 익히며 역량과 경쟁력을 쌓고 있어요. 입사 동기들 중 2000년대생도 있는데요. 열린 마음으로 젊은 사람으로부터 배울 점은 배우되 저 또한 누군가가 헤맬 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먼 훗날에도 이 업을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는 ‘IT 할매’가 되고 싶습니다!”
재취업하기에는 애매한 나이라고 생각한 그녀에게 중장년내일센터 프로그램은 도전 의식을 심어주었다. 누군가가 열심히 응원하고 아낌없이 지원해 준다는 사실이 크나큰 용기로 돌아왔다. 재취업을 고민 중인 이들에게 중장년내일센터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다.
“나이와 경력 때문에 안 될 것 같다며 자신을 가두지 않길 바랍니다. ‘자기 객관화’ 혹은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재취업의 희망을 놓지 않았으면 해요. 도전을 주저하고 있던 제게도 행운이 불현듯 찾아왔잖아요. 중장년내일센터의 우연한 문자 한 통이 생각지도 못한 인생길로 들어서게 한 거죠. 그런데 지금 이 길이 제법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