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프리뷰

공간으로 표현하는
나의 우주

스페이스덴티티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 ‘사람은 공간을 만들지만,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최근 MZ세대는 이 문장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머무는 공간으로 개성과 세계관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취향에 맞는 공간에
기꺼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스페이스덴티티(Spacedentity)’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글. 강진우

공간에 나만의 개성을
불어 넣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한 돈을 모아 수백만 원짜리 조명을 구매하고, 취향에 맞는 여행 숙소를 발견하면 가격에 개의치 않고 예약 버튼을 누른다. 특유의 멋을 뽐내는 시골의 카페와 도서관에 가기 위해 기꺼이 기나긴 이동 시간을 감내하며, 집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낡은 자취방 곳곳을 일일이 뜯어고친다.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쓸데없고 돈과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 같지만, MZ세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기쁨과 편안함을 선사하는 공간에 머물러야 일상이 더욱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있어 나만의 공간을 꾸미거나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아 나서는 행위는 곧 나의 정체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공간을 의미하는 ‘스페이스(Space)’는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MZ세대는 각자의 세계관이 깃든 다양한 공간을 통해 ‘나의 우주’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이러한 트렌드를 공간(Space)과 정체성(Identity)을 접붙인 신조어 ‘스페이스덴티티(Spacedentity)’라 부르는 배경이다.

스페이스덴티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공간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지역별, 업종별로 좋은 공간을 소개하는 SNS를 운영하는가 하면, 개성껏 꾸민 집을 구석구석 영상으로 촬영해 동영상 플랫폼에 올리는 이른바 ‘랜선 집들이’도 유행하고 있다.

스페이스덴티티에 맞춰
변화하는 세상

세상도 스페이스덴티티의 확산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집을 멋지게 꾸밀 수 있는 유니크한 디자인의 가구를 이전보다 더 많이, 보다 빠르게 출시한다.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은 MZ세대에게 색다른 재미와 공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팝업 스토어를 유치하는 데 큰 힘을 쏟고 있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공간인 박물관과 미술관도 기존의 전시 문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변신을 시도 중인데, 텅 빈 공간에 반가사유상 두 점만 한가운데 전시함으로써 관람객이 수많은 생각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도록 구성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 대표적 사례다.

MZ세대는 왜 이렇게 공간에 몰입하는 것일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실내에 머물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공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는 분석도 있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공간마저 일종의 스펙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같은 대외적 상황은 부가적인 것일 뿐, 스페이스덴티티의 핵심에는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개개인의 취향을 중시하고 그 안에서 나의 개성도 마음껏 드러내는 문화에 익숙한 이들에게 자신의 공간을 개성 있게 꾸미고 성향에 맞는 독특한 공간을 누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이스덴티티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세상을 움직일 주요 트렌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스페이스덴티티 사례
팝업 스토어

2~3주 가량 짧게 운영하는 임시 매장으로, 특정 브랜드의 인테리어와 디자인으로 꾸민 공간에 신제품 또는 한정판 제품, 체험형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S 프랜차이즈 카페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둔 카페는 전국에 지역별 특색이 담긴 인테리어와 특별 메뉴를 접목한 매장을 운영한다. 한옥을 활용한 매장, 반려동물 친화 매장 등이 있다.

여행지 숙소

최근에는 호텔 등 일반적인 형태의 숙소 외에도 숙박 공유 플랫폼을 이용해 개인의 취향과 감성이 반영된 독특한 숙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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