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후회해봤자 지나간 장면일 뿐이고, 오늘은 언제나 다가올 나의 꿈의 발판이다.
먼 훗날 지나간 오늘을 떠올렸을 때, ‘아 모든 건 그때의 오늘 덕분이었구나’ 싶은 날이 분명 올 것이다.
그러니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믿는 수밖에.
글. 김상현
어제까진 잘될 거라 굳게 믿어놓고, 오늘 아침이면 믿음은 산산조각 무너질 때가 있다. 강한 확신이라 생각한 것들마저도 약한 흔들림 앞에서 아스러져 버린다. 개인의 믿음은 여러 상황과 타인 앞에서 작아지기 마련이고, 아주 잘되고 있다는,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마음을 갖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가끔은 이 삶의 굴레가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계획한 것들이 틀어질 수도, 기대했던 것들이 실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사소한 것들이 나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두려움은 막상 부딪쳐 보면 별것 아닐 때가 많다. 지금 느끼는 것들은 막연한 불안일 테고, 주변에서 하는 말들은 직접 겪어보지 않은 자들의 어림짐작일 뿐이다.
과거의 나는 어떤 결과를 앞두고 믿지도 않았던 신을 찾아 제발 잘되게 해달라고 빌기도 했으며,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모든 걸 탓해보기도 했다. 교회도 법당도 제대로 나가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떨 땐 간절하다가 어떨 땐 탓하는 것도 웃긴 일이지만, 아무튼 그땐 그랬다.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과거의 나에게 간절히 빈다. ‘부디 그간의 노력이 밀도 있었기를’, ‘전략이 촘촘하게 짜였기를’, ‘좋은 결과를 오래 유지할 힘을 길러두었기를’, ‘나만 행복한 게 아니라 모두를 행복하게 할 선택을 했기를.’
그러니까 언젠가 과거가 될 오늘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언젠가 빌게 될 오늘이 헛되지 않게끔 말이다. 풀어낼 게 너무 많으니까 엉켜지지 않도록 한땀 한땀 신중하게 공들이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을 맞이할 거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며, 나는 오늘도 내 안을 꽉 채우는 일에 집중한다.
결국 내가 보내온, 쌓아온 모든 것들이 나를 만들고, 내가 풀어낸 것들의 색깔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내 색깔이, 배경이 없어 고민하던 시간들 조차 나의 색과 배경을 만들어 준 것이었고. 그 모든 축적의 시간들이 결국 나였다는 걸 깨달으니, 일도 삶도 너무나도 재밌어진다는 인생의 치트키를 배우기도 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느낌으로 삶과 일을 대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내가 보내고 쌓은 모든 것들이 결국 다시 나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들이 다시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거라고 말이다.
명곡은 악기 없이도 빛이 난다. 막연했던 구름이 걷히고 나면 눈부시게 빛날 당신이 있다. 겁내지 말자. 사실 별것 아닐 수도 있다. 발전을 꾀하거나 성장을 요하는 일에는 필연적으로 손가락질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모든 시작은 서툴기 때문. 우리는 그저 받아들이는 것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인정하기 싫은 것들도 결국엔 나의 일부일 테니. 그걸 인정하는 순간 나도 모르는 발전과 성장의 한 발을 딛게 될 것이다.
김상현
에세이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등을 집필한 작가 겸 필름 출판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