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반자율주행’이라 불리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 보편화된 가운데, 운전자의 개입 없이
스스로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자율주행 기술 또한
꾸준히 발전 중이다. 자동차와 IT 강국인 우리나라도 그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글. 강진우
지난 10월, 세계 1위 전기차 기업이 완전자율주행 무인택시를 공개하고 2026년 출시를 공언함에 따라 자율주행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을 0~5단계까지 총 6단계(레벨)로 구분했으며, 이는 국제적 기준으로 통용되고 있다. 레벨 0은 운전자가 모든 기능을 조작하는 단계, 레벨 1은 주행 시 운전자를 도와 속도·제동을 일부 제어하는 ‘운전자 지원 주행’, 레벨 2는 자동차의 속도와 방향 제어가 가능한 ‘부분 자동화 주행’이다. 현재 많은 운전자가 활용 중인 주행 보조 시스템이 레벨 2에 속한다.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3부터라고 할 수 있다. 레벨 3은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며 위험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조건부 자동화 주행’, 레벨 4는 비상시에도 시스템이 주행을 책임지는 ‘고도 자동화 주행’, 레벨 5는 운전자와 운전대·페달 등 조작 부품이 전혀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 주행’이다.
자율주행 선진국인 미국은 2009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등 일부 도시에서 레벨 5 수준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택시를 운영 중이며, 운행 가능 구역을 미국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와 IT 선진국으로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시대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율주행 대중교통수단을 점차 늘리는 추세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12월 국내 최초로 오송역과 세종시외버스터미널을 잇는 22.4km 길이의 간선급행버스(BRT) 구간에 BRT 전용 자율주행버스를 투입했다. 경기 성남시는 2023년 7월부터 판교 지역을 순회하는 자율주행버스를 도입, 올해 10월부로 누적 이용객 수 48,000명을 돌파했다. 경남 하동군도 지난 10월 농촌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자율주행 시내버스를 도입함으로써 주민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을 도모했다.
서울시는 올 9월 국내 최초로 심야 자율주행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복잡한 강남, 서초의 도로를 운행하며 모은 데이터를 바탕 삼아 안전성을 높이고 운행 가능 구역을 지속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한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농기계 기업들도 작업 경로 오차 범위 7cm 이내의 이앙기·콤바인 등을 출시했으며, 한 자율주행 선박 제조기업은 지난 8월, 12인승 소형선을 한강 내 16km 구간에서 자율 운항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기술력이 다방면에 걸쳐 향상되면서, 전국 여러 지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더 안전하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자율주행택시 기업이 미국 3개 도시에서의 약 1,147만km 주행 기록을 분석한 결과, 사람 운전자는 100만 마일당 평균 2.78건의 사고를 낸 반면 자율주행택시의 사고 건수는 0.41건에 불과했다. 이러한 격차는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