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플레이스

‘한국의 브루클린’이 만든
새로운 감성

가장 멋진 동네 성수동을 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동네를 말하라면, 이 동네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붉은 벽돌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고 거리에 멈춰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동네, 성수동이 그 주인공이다.

글. 김민영 사진. 정우철

성수동 이름 뒤에는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성수동은 그야말로 요즘 가장 뜨거운 동네다. 한강과 중랑천이 접하고 있고, 인근에는 서울숲이 있어 살기 좋은 동네이기도 하다.

‘성수’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첫 번째는 옛날 ‘성덕정’이라는 이름의 정자와 서울 최초로 설치된 수원(水源) 시설인 ‘뚝도수원지’가 있었던 곳이어서 글자의 첫머리를 따 ‘성수’라고 했다는 설이다. 두 번째는 한강물을 식수로 사용하는 마을이라서 ‘깨끗하고 고마운 물’이라는 의미의 ‘성수’를 붙였다는 설이다.

성수동의 가장 번화한 길인 ‘연무장길’은 역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조선시대 왕들은 성수에서 매사냥을 자주 했는데, 병사들이 훈련하는 연무장을 이곳에 두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이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브루클린, 성수동

지금이야 살기 좋은 동네로 손꼽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수동은 공장지대였다.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서울의 공장지대를 생각하면 성수동을 떠올릴 정도였다. 그러다가 2010년 이후부터 다수의 IT기업이 성수동에 터를 잡으면서 IT산업단지가 형성되었다.

특히 구두를 만드는 곳이 많았던 성수동 공장지대에, 고급 주택과 대형 문화·상업 시설이 들어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면서 공장지대는 ‘성수동 수제화 거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1970년대 이후부터 모여들었던 수제화 업체들은 지금까지도 이 거리에서 터를 지키며 생업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성수동 거리를 거닐면 보이는 구두 모양의 조형물이 ‘수제화의 성지’였음을 짐작게 한다.

수제화 공장과 IT산업단지, 주거 공간이 어우러진 동네에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옛날 공장을 리모델링한 스타트업 사무공간,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 공간, 빈티지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게들이 문을 열면서부터다. 공장지대에 새로운 감성이 더해지면서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이런 모습이 미국 뉴욕에 있는 브루클린과 비슷하다고 하여 성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브루클린 역시 제조업의 쇠퇴로 낙후되었다가 1990년대 이후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낙후되었다가 다시 인기를 얻게 된 흐름이 성수동과 매우 흡사하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에
이름을 올리다

다양한 변화를 겪은 성수동의 인기는 지금이 가장 절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창작의 공간이며, 공장을 개조한 갤러리, 스튜디오, 카페들이 즐비한 개성 넘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숲을 끼고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주민들에게 쉼을 선사하는 곳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퇴근 후나 주말에 서울숲을 찾으면 반려견이나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복장으로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숲에서 쉼을 얻고 가는 건 주민들뿐만 아니다. 성수동 나들이를 왔다가 서울숲까지 와서 여유를 즐기거나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 일부러 출사를 나온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영국의 여행 잡지 <타임아웃>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동네 4위’에 이름을 올려서인지, 성수동에서 하루를 보내고 서울숲까지 구경을 온 외국인들도 많다. <타임아웃>에서는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 뒤, 빈티지 상점과 부티크를 둘러보고, 서울숲에서 신선한 공기를 즐긴 뒤, 수제 맥주를 즐겨보라’고 성수동의 하루를 소개했다. 다가오는 주말 혹은 가까운 휴일에 성수동 나들이를 계획했다면, 이 코스를 따라 가보는 건 어떨까. 가장 멋진 동네의 면면을 제대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