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40~50대를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지만, 퇴직한 중년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다.
퇴직 후 공백기를 가진 최성숙 씨 또한 재취업이 막막하게만 다가왔다. 늦은 나이라는 불안을 딛고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새로운 중년 인생을 연 그녀에게,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과 함께한 인생의 봄날은 다디달다.
글. 김주희
사진. 박시홍
최성숙 씨는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지원제도 민간위탁기관에서 직업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 상담을 비롯해 제도 홍보, 행정 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고 있다. 올해 1월에 입사한 신입 직업상담사로, 그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누군가의 직업을 찾아주는 일에 진심과 열정을 다한다.
최성숙 씨는 지난 2014년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엄마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아이가 자란 후 재취업을 시도하고 싶었지만, 다시 직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동안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무엇을 해야 할지부터 막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을 제안받았다.
“외향적이고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제 성향과 직업상담사가 잘 맞을 것 같다며 과정평가형 직업상담사 1급 취득 과정을 추천해 줬어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이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직업상담사에 대해 찾아보면서 제 열정에 불이 지펴진 것 같달까요? ‘평생 할 수 있는 ‘내 일’을 갖기란 참 힘들구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혔을 때, 만난 기회가 간절하고 소중하게 다가왔어요.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교육·훈련 과정을 거쳐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학력이나 경력 요건 등이 필요한 검증형 국가기술자격과 달리 별도의 응시 자격이 없기 때문에 해당 분야 초보자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상위 등급의 자격 취득도 가능하다.
교육 기간은 총 6개월. 충북 청주에서 충남 천안에 위치한 학교로 오가며 하루 8시간 교육에 참여했다.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은 현장 중심의 교육·훈련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 취업 후 현장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실무 업무를 익히는 과정이 마련된다. 최성숙 씨 또한 2주간의
현장 실습에 참여했다. 실제 직업상담기관에서 생생하게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책에서만 봤던 내용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실습 마지막 날에는 ‘직업상담사의 하루’라는 주제로 일과를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실습 기간 중 대학교에서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홍보하는 업무에 함께 투입된 것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직업상담사는 상담뿐만 아니라 국민이 제도를 알 수 있도록 홍보·모집하는 것도 중요하구나’, ‘직업상담사는 시작부터 취업까지 개입하며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해야 하는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실습을 하면서 현장에서 빨리 활약하고 싶어졌어요. 의지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게 되었습니다.”
2023년 9월, 드디어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제 취업의 문을 두드릴 차례가 왔다. 하지만 열정만큼이나 불안감도 커져갔다. 자격증은 있었지만 경력이 없는 터라 잘 해낼 수 있을지, 혹여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지, 고민이 많았다. ‘취업을 하고 싶지만 취업을 안 하고 싶은 이중적인 마음’이 앞섰던 것. 남편과 아이들, 가족의 든든한 응원에 힘입어 도전한 결과, 재취업에 성공하고 본격적으로 직업상담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최성숙 씨가 담당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자는 대부분 청년이다. 대학 졸업 예정자나 사회 초년생과의 대면 상담이 많은데, 자신부터 마음을 열고 특유의 친근함과 유쾌함으로 다가가는 중이다.
“참여자와의 라포 형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재취업을 시도하며 겪은 경험들을 적정선에서 노출하면서 유대감을 강화하고 공감대를 이끌어내죠. 청년층 참여자를 ‘내 새끼’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이 많아요. 엄마의 마음으로 자식이 좋은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래를 잘 설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지난 10개월 동안 다양한 참여자와 함께한 최성숙 씨. 취업에 성공한 참여자가 “선생님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인사를 전해올 때만큼 큰 행복은 없다고. 참여자를 통해 되레 초심을 떠올리기도 한다. 형식적인 상담사로 넘어가는 건 한순간, 초심을 잃지 않고 오래오래 직업상담사로 활동하는 것이 꿈이다. 꾸준히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며 취업 및 직무 강연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현재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또 다른 배움에도 열심이다.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작년만큼 유의미했던 시절이 또 있을까, 싶어요. 오랜 지인들이 반짝이는 예전 모습을 되찾은 것 같다고 하는데요.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과정을 통해 삶이 180도 달라진 것 같아요. 아침에 출근하는 매일 매일이 새롭습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듯, 재취업으로 고민하는 분들도 주저하지 말고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최성숙 씨가 그렇다. 절망과 불안이라는 벽을 딛고 재취업에 성공한 자신처럼 누군가의 미래를 활짝 열어주는 일. 직업상담사라는 이름으로 ‘나의 업’을 되찾은 그녀는 누구보다 빛나는 중이다. ‘중년이야말로 인생의 황금기’임을 증명해 낸 그녀의 봄날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