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청년 취업 희망자를 채용한 후 직무 역량을 교육하는
‘일터 기반 학습 시스템’이다. 로얄금속공업㈜ 조환희 사원은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배움과 근로,
학생과 직장인 사이의 간극을 메우며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이끄는
핵심 인재로 활약하는 조환희 사원을 만났다.
글. 김주희
사진. 오충근
일학습병행제란, 도제식 교육훈련으로 청년 학습자가 특정 직업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현장에서 배우고 익히는 직업교육훈련제도다. 취업을 원하는 청년과 학습기업을 매칭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후 일학습병행 과정이 진행된다. 기업은 현장에 필요한 능력 중심으로 인재를 육성하면서 교육 비용을 절감하고, 청년은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조기 취업하며 실무 능력을 배우게 된다.
금속 전문 제조기업인 로얄금속공업㈜(이하 로얄금속공업)은 손톱깎이와 코털정리기를 주요 생산품으로, 1960년 설립된 이후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쌓아왔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2020년 입사한 조환희 사원은 품질관리자로 근무 중이다.
“학창 시절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모습을 유심히 본 중학교 선생님이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일학습병행제를 추천해 주셨어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재학생 유형의 ‘산학일체형도제’에 참여하며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경영악화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었어요. 일학습병행을 중도 포기해야 하는 시점에 기업현장교사인 로얄금속공업 김갑수 대표님께서 학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손을 내밀어 주셨어요.”
고교 단계인 산학일체형도제를 통해 사출금형제작 L3 교육을 받으며 금형에 대한 구조를 파악하고, 대학 입학 후에는 ‘P-TECH(고숙련 일학습병행)’를 통해 구조해석설계를 학습했다. 현재는 재직과 동시에 ‘경력개발고도화’에 참여 중이다. 경력개발고도화는 P-TECH 과정을 이수한 학습근로자가 4년제 학위 연계형 일학습병행 과정의 3학년에 편입해 상위자격(L5) 이상의 훈련 과정을 이수한 후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프로그램이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이론을 익힌 조환희 사원은 P-TECH 과정 중 하나인 업무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코털정리기 접합부의 미세한 벌어짐을 개선하며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방지하고 제품 불량률을 개선할 수 있었다. 또한 코털정리기 날의 각도를 정교하게 조절하며 회전 수를 늘린 덕분에 제품 완성도를 극대화했다. 이뿐이 아니다. 신제품 개발에도 참여하며 프리미엄 손톱깎이 ‘혼(HON)’의 설계 작업을 담당하며 힘을 보탰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에는 ‘내가 과연 한 명의 직원으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학습자가 고난도 프로젝트 참여하도록 한 이유가 명확해지더라고요. 학생들은 단시간에 실무 역량을 크게 강화할 수 있고, 회사 입장에서도 학생들을 진정한 근로자로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실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자존감도 높아졌고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할수록 더욱 몰입했고 꼭 성공시키고 싶다는 자세로 임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과물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구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실무 역량 강화와 정서적인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과정에서 기업현장교사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내내 김갑수 대표는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며 차근차근 일러주고 머리를 맞대며 같이 고민했다. 그 누구보다 실무 경험의 중요성을 잘 아는 김갑수 대표는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하며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많은 중소기업이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젊은 인재가 들어와야 기업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미래세대가 없다면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청년들은 자신만의 경쟁력을 연마하고, 기업은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며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이 곧 국내 산업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덧 입사한 지 5년 차에 접어든 조환희 사원은 품질 관리와 성능 고도화 업무를 담당한다. 최근 그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배운 구조해석설계와 자동화시스템 이론 그리고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화 생산 설비를 도입하는 것이다. 머지않아 1년 안에 손톱깎이 3억 개, 코털정리기 1억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와 기반을 다지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품었다.
조환희 사원은 2025년 3월 경력개발고도화 학사 과정을 마치게 된다. 졸업 후에는 일학습병행제 기업현장교사가 되어 후배 학습근로자들에게 지금까지 배운 기술을 전수하며 이정표 역할을 하고 싶다고. ‘2024년 일학습병행제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학습근로자 부문 대상을 수상한 그는 미래에 기업현장교사 부문과 학습기업 부문에서도 좋은 성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도제 강연을 진행할 때 꼭 당부하는 말이 있어요. 우리나라 남성의 첫 취업 평균 연령이 29세라는 조사 결과가 있는데,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18세부터 취업을 할 수 있다고요. 어쩌면 남들보다 5~10년 일찍 출발선에 서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과거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대학 입학을 포기하려 했거든요.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하며 학업과 취업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청년분들도 일학습병행제를 주춧돌 삼아 밝은 미래를 꿈꾸길 바랍니다!”
방향은 명확하게, 속도는 빠르게. 실무 학습과 조기 취업을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조환희 사원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다. 전문가와 핵심 인재로 더욱 높이 도약할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