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열정이란, 삶이라는 ‘영화’에서
열연하는 나에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천준아 방송작가

이름만 대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TV 영화 프로그램의 숨은 주인공이다. 저서 <육퇴한 밤, 홀로 보는 영화>에선 아들 ‘한방이’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씨네맘으로
등장해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다방면에서 활약해 온 프로 N잡러이자 열정 가득한 방송작가 천준아가 선보이는 부귀영화(북 With 영화)를 지금, 개봉한다.

글. 오민영 
사진. 오충근 
장소 협찬. 오얏리커피

각종 영화 프로그램 방송 구성과 강의, 도서 집필 등 다방면에서 프로 N잡러로 활약하고 있는 천준아 작가님의 최근 일상이 궁금합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2000년 방송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해 어느새 25년 차에 들어선 천준아입니다. SBS <접속! 무비월드>부터 KBS2 <영화가 좋다>, EBS1 <시네마 천국>, MBC <출발! 비디오 여행> 등 영화 전문 프로그램을 두루 거쳐 왔고요. 최근엔 프리랜서로서 CJ ENM 채널인 OCN의 <2025 아카데미 시상식 TV 독점 생중계> 구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영화 축제로 손꼽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생중계는 3년째 준비해 왔는데 올해 특히 볼거리가 많을 듯해요. 작품상 후보에 오른 영화 10개 중 2개는 비록 아직 국내 배급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영화 팬 여러분에게 익숙한, 나머지 여덟 작품이 워낙 훌륭해서 저 또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혁신 학교 6학년이자, 제가 저서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를 집필하게 한 모티브인 아들 ‘한방이’ 엄마로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지난 2021년 선보인 저서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의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 프로그램을 구성하다 보면 매주 소개하는 많은 작품 가운데 유난히 뇌리에 머무는 대사를 발굴하곤 해요. 아이를 육아하면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명 ‘뼈 때리는’ 메시지를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더라고요.(웃음)

이러한 발견을 자양분 삼아 나름대로 아카이브를 만들었는데 혼자 보기가 아쉬웠어요. 다행히 온라인으로 검색해 보니 아직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로 출간한 책이 없었죠. ‘그럼 내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콘셉트를 구상하고 원고 세 편을 먼저 써서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단 이틀 만에 계약까지 성사했습니다. 해가 지나기 전인 2019년 12월 30일이라서 날짜까지 또렷이 기억나요.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는 육아입니다. 그런데 ‘육아’에서 ‘아’는 아이(兒)뿐 아니라 나 자신(我)이기도 해요. 아이와 내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은 일화를 다채로운 영화와 같이 맛깔나게 버무렸어요.

이 책을 집필하면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육아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앞서 소개한 아들 한방이가 처음 초등학교 입학해서 받아쓰기 시험 0점을 받아온 에피소드가 있어요. 굳이 어릴 때 선행학습을 무리하게 시킬 필요가 없다고 여겼는데 한마디로 충격이었죠. 옆집 아이는 90점이라는데요!(웃음) 그래서 같은 단어 10개를 5번씩, 총 50번 쓰도록 연습시켰습니다. 대망의 재시험 날 과연 결과는? 무려 30점이었답니다. 친구는 100점이었고요. 여전히 실망하는 제게 한방이가 남긴 명언이 있었어요. ‘나는 0점에서 30점, 친구는 90점에서 100점이니 우리 둘 다 똑같이 잘했어’.

영화 <하나 그리고 둘>에는 양양이라는 8살 소년이 등장합니다. 어느 날 아빠에게서 필름 카메라를 선물 받아 열심히 찍는데 인화한 사진엔 모조리 사람 뒤통수가 나와요. 어째서인지 물어보는 아빠에게 양양이 기막힌 대사를 합니다. ‘앞만 보고 뒤는 못 보니까 반쪽짜리 진실만 보이는 거죠.’

당연하지만, 누구나 자기 얼굴과 달리 뒤통수는 바로 볼 수 없잖아요. 즉, 저는 한방이와 그 친구의 점수만 보고, 노력과 앞으로의 가능성은 간과한 셈이었죠. 이러한 일화를 거치며 역시 육아와 영화는 저를 키우는 근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덧붙여 제가 느낀 감동을 더 많은 독자와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작품 감상과 프로그램 구성, 더 나아가 저서까지 쓰려면 시간이나 집중력 뿐 아니라 상당한 열정이 필요할 텐데요.

돌이켜 보면, 저는 하고 싶은 활동에 거침없이 도전해 왔어요. 좋아하는 대상에 집중할 수 있는 에너지가 곧 지치지 않는 열정의 비결인 듯해요. 대학 재학 중 영화 동아리에서의 추억, 작품 시나리오 집필을 시도하느라 몰두했던 시간, 각종 영화 프로그램 구성에 참여한 나날 등이 축적해 오늘날 저를 이뤄냈습니다. 또,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를 구상하는 기반으로 작용했죠. 현재 한겨레문화센터 영화 에세이 쓰기 강의와 각종 강연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 또한 여기서 비롯했고요.

실은 활동 범위를 넓힐수록 쏟아야 하는 에너지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때론 적당히 하고 싶은 유혹이 생겨요. 그러면서도 ‘10년만 어리면 유튜버를 해보겠는데’하는 욕심이 있죠.(웃음)

‌활발하게 저변을 넓히는 가운데, 염두에 둔 앞으로의 계획은요?

지금 동화 한 편을 쓰고 있어요. 이 작품 또한 아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었죠. 한 여자아이가 초고층에 사는 외로운 할아버지와 드론으로 소통하는 스토리를 집필 중입니다.

그 밖에 올해 하고 싶은 활동이 많은데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의 후속으로 <눈부신 단역(가제)>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분명 영화에 등장했지만, 그간 눈여겨보지 않은 단역을 재조명하는 책이죠.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구나 서로에게 스쳐 가는 단역일 수 있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단역으로 살면 좋을까? 나쁜 단역들도 있겠고, 비겁한 단역들도 있을테고. 영화 속에서 이런 단역들의 얘기를 가져와서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처럼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월간[내일] 독자 여러분에게 희망의 메시지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열정은 혼자가 아닌, 우리로서 발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지만, 단지 생각에 그치는 분은 현실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친구와 함께할 수 있겠고요. 저처럼 거침없이 도전하는 성품이라면 한방이와 영화 같은 단짝에게서 방향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열정을 의미하는 패션(Passion)은 고난이란 뜻의 라틴어인 파티(Pati)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열정을 갖고 시도해 목표를 성취하는 여정엔 난관이 있을 수밖에요. 그럼에도 또 다른 봄이 찾아오는 3월, 자신 안의 새로운 열정을 꺼내 보세요. 연말엔 분명 ‘하길 잘했다’라고 미소 지을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