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프리뷰

5천 원으로 누리는, 아름다운 가성비

젠지세대와 저렴이 화장품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옛말이 갈수록 무색해지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화장품 업계다.
5천 원 이하의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비싼 화장품 못지않은 성분과 기능성으로 무장한 이른바
‘저렴이 화장품’이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서 있다.

글. 강진우

저비용·고효능
화장품의 등장

일반적으로 30대 중반 이상의 소비자는 화장품을 살 때 백화점이나 화장품 편집숍에 가서 적어도 2~3만 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요즘 10대에서 30대 초반의 소비자들, 즉 젠지(Gen Z)세대 중 상당수는 저가 제품을 파는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화장품을 산다. 이들이 선택하는 화장품은 대부분 5천 원을 넘기지 않는다. 언뜻 생각하면 기성세대에 비해 구매력이 낮기 때문에 벌어지는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다.

레티놀(Retinol)은 주름 개선, 각질 제거, 항산화, 피부 재생 등의 효능이 입증된 고급 화장품 성분의 대명사다. 그만큼 원료 가격도 비싸다 보니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고가 화장품에 주로 쓰였지만, 지금은 젠지세대가 즐겨 찾는 저가 화장품 중에서도 레티놀 함량이 높은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명품 브랜드에서 내놓는 색조 화장품의 발색을 거의 똑같이 구현한 저가 제품도 큰 인기다. 요컨대 합리적 가격과 높은 기능성을 모두 갖춘 소위 ‘저렴이 화장품’이 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도 속속 저가 라인 브랜드를 론칭해 생활용품 판매점과 온라인에 공격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같은 브랜드에는 흔히 ‘by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보통 ○○○에는 소비자 대다수가 잘 아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명이 적혀 있다. ○○○에서 만든 브랜드임을 강조해 저렴이 화장품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이다.

저렴이 화장품
인기의 배경,
‘듀프 소비’

저렴이 화장품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집중’이다. 특정 성분과 기능성에 집중한 제품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함량 레티놀을 자랑하는 고가 화장품은 이외에도 다양한 유효 성분을 두루 포함하는 반면, 고함량 레티놀 저렴이 화장품은 다른 성분의 함량을 줄임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 브랜드 대신 성분을 알아보고 화장품 구매를 결정하는 ‘성분 디깅러’가 젠지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 홍보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도 저렴이 화장품의 특징이다. 화장품 용기에도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며, 용량도 고가 화장품 대비 적다.

결론적으로 저렴이 화장품은 화장품 본연의 기능성에 집중함으로써 소비자가 최대의 가성비를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으로, 젠지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듀프(Dupe) 소비’와 결이 잘 맞는다. 듀프 소비란 명품의 대안 제품을 추구하는 소비 행위다. 불경기로 인해 지갑이 얇아진 탓에 유명 고가 제품을 사기 힘들어지자, 이와 거의 유사한 성능을 가진 가성비 대체품을 구매하는 경향성이 짙어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젠지세대가 듀프 소비를 따라하고 싶은 ‘힙(Hip)한’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명 SNS에서 ‘dupe’를 검색하면 39만 건 넘는 게시글이 등장하며, 대부분이 듀프 소비를 자랑하는 내용이다. 이런 추세로 미뤄 볼 때, 저렴이 화장품의 인기는 한동안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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