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과 재취업 경계에서 잠시 길을 잃었던 김현철 씨. 중장년내일센터를 만나 호텔 객실 최종 점검을 담당하는 인스펙터로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 중이다.
종일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지만 하루 걸음 2만 보도 거뜬하다. 오늘도 그는 두 번째 인생을 열정으로 빈틈없이 채우는 중이다.
글. 김주희
사진. 오충근
인스펙터(Inspector)는 메이드가 정비를 완료한 객실 상태와 품질 등을 최종 점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꼼꼼한 눈썰미는 물론 완벽한 일 처리로 마지막에 방점을 찍는 역할이다. 지난해 모헤닉호텔 인스펙터로 입사한 김현철 씨는 하루 50여 개의 객실을 살핀다.
“객실 하나당 체크할 요소는 100가지가 넘습니다. 체크아웃부터 체크인까지 한정된 시간 안에 모든 항목을 점검해야 하는 만큼 매우 바쁩니다. 일일 2만 보 정도를 걷는데, 어떨 때는 땀이 뻘뻘 나기도 해요.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많이 걸어 다닌 덕분에 건강해졌어요. 절로 운동이 되니까 체력도 튼튼해지고 혈압도 낮아졌습니다. 매일 ‘할 일’이 있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웃음).”
과거 김현철 씨는 1990년대부터 인쇄업계에서 역량을 인정받으며 굵직한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인쇄업이 쇠퇴기로 접어들자 미래에 유망한 직종을 고민했고, IT 관련 기술을 배워 학원 강사와 개발자로 활동하며 커리어 반경을 넓혀왔다. 프로젝트 개발 업무를 마치고 새로운 일을 찾아 나섰지만 나이가 걸림돌이 되었다.
“실직 후 3개월 동안 하루에 20여 곳씩 지원했는데 연락이 없었습니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서울중장년내일센터로부터 ‘호텔종사자 양성과정’에 대한 안내 메시지를 받았어요. ‘나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앞섰지만 용기를 냈습니다.”
‘호텔’과 맞닿은 업을 떠올린 적이 없던 그에게 새로운 인생이 이제 막 시작된 순간이다. 서울중장년내일센터와 서울 중구가 함께 운영하는 호텔종사자 양성과정은 직무설명회부터 이론교육과 현장실습, 취업면접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육 분야는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김현철 씨는 시설관리를 선택했다. 맥가이버처럼 전기와 조명 등 호텔 시설을 다루는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터. 호텔업의 이해부터 직무 이론교육 등 맞춤형 커리큘럼에 참여했다. 수료 후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무 역량 중심의 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현장실습 또한 만족스러웠다. 호텔을 방문해 직무를 직접 체험하면서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교육을 통해 자신감과 용기를 얻었다.
“강사님들이 ‘호텔 분야 취업은 늦은 것이 아닙니다. 되레 빠른 것이니 도전해 보세요’라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호텔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제가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신 덕분에 안심하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김현철 씨는 교육 수료 후 내일패키지 재취업준비형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취업시장 뽀개기 & 면접전략’을 수강하면서 취업 가능성을 높여갔다. “취업은 면접에서 기회를 잘 잡아야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전에 이력서 한 장으로 저를 소개해야 하고요. 이력서를 작성하는 구조적인 방법부터 자기소개서의 핵심 내용, 면접 전략 등을 배웠습니다. 면접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처음 도전하는 일이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을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신감을 바탕으로 취업의 문을 계속 두드린 결과 인스펙터 직무 취업에 성공했다.
자기혁신은 ‘나’의 가치를 높여준다. 김현철 씨는 하루하루의 경험을 업무 스킬로 연마하며 인스펙터로 한층 성장했다. 업무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툴을 사용한다. 기존에 종이 업무 장표에 일일이 수기로 작성했지만 좁은 칸을 채우다 오류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고안한 그만의 업무 방식이다. 문서 작성 툴 ‘노션’과 PC 홈페이지를 활용해 각종 체크리스트와 매뉴얼을 만들고 검색도 가능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전기, 수도, 목공, 조명 등 시설관리 업무도 함께 도맡고 있다.
“과거에는 나사 하나 못 갈았어요. 지금은요? 눈 감고도 할 정도로 실력이 늘었습니다(웃음). 앞으로 전기 분야 전문성을 강화하고 싶어요. 정교한 회로 구조나 시스템을 공부할 계획입니다. 교육 당시 강사님이 최고의 서비스는 고객 입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인상 깊게 남아 있어요. 서비스의 본질을 충실히 실현하고자 합니다.”
재취업을 고민 중인 중장년층을 위한 도움말도 덧붙였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자신을 낮추고 새로운 도전에 가치를 두라고 전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와 자신이 생각하는 인재상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니 이를 인정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도전할 것을 강조했다.
“일할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사 정직하고 신실하게 임하려고 노력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다 보면 언젠가 대낮처럼 환하게 제 가치가 밝혀질 테니까요. 요즘에는 마음도, 생활도 안정됐습니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하루하루를 즐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