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몸소 체험하며,
기후위기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문제임을 실감한 사람이 늘어난 것. 덕분에 주목받게 된 덕목이 있으니,
바로 기후감수성이다.
글. 강진우
2023년 7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구온난화 시대는 끝났다. 이제 지구는 끓는 시대에 들어섰다.” 2023년이 역대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관측 결과가 발표된 직후였다. 이 말을 증명하듯, 2024년 7월 22일 지구 지표면 평균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7.15℃를 기록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을 ‘지구 관측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로 명명했다. 기후변화라는 말은 어느새 기후위기라는, 보다 직관적으로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용어로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속도는 전 세계 평균을 웃돈다. 환경부가 2023년 4월 발간한 ‘대한민국 기후변화 적응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9년간 대한민국의 연평균 기온은 약 1.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평균 상승치인 1.09℃를 뛰어넘는 수치다. 무더위로 유명한 태국 방콕의 2024년 7월 25일 기온과 습도는 각각 30.7℃, 76%였는데, 이날 서울은 32.2℃, 80%를 기록했다. 서울의 더위가 방콕보다 심했던 것. ‘동남아로 피서 간다’는 말은 이제 우스갯소리가 아닌 현실이 됐다.
기후감수성은 이렇듯 심각한 기후위기를 이겨 내기 위해 모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 혹은 능력을 일컫는다. 기후위기는 기상이변과 자연재해를 일으켜 전 세계인의 재산, 안전, 생명에 피해를 입히는 만큼, 기후위기 심화를 막기 위한 각계각층의 실질적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기후감수성은 이 시대의 핵심 생존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시민들의 기후감수성이 갈수록 예민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한국환경연구원이 발표한 ‘국민환경의식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응답자의 83.1%가 ‘앞으로 어떤 재난이나 위협이 닥칠지 몰라 불안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위기를 나와 주변의 실체적 위험으로 느끼고 있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조사 결과다.
이런 와중에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느끼는 이들도 상당수다. 위와 같은 문항에서 ‘내 개인적인 노력이 기후변화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아 무력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42.9%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심리학회는 최근 ‘기후우울증’이라는 신종 우울장애를 발표했는데, 이름 그대로 기후위기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는 증상을 말한다. 지나친 기후감수성이 자칫 기후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기후감수성도 적당한 발현이 중요하다. 각자 일상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철저한 분리수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사용하기, 조깅하면서 쓰레기 줍기 등을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 완화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나아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공동의 실천 방안을 마련한다면,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건강한 기후감수성’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