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매일

우리들의 슬기로운
식물 생활

황영주 반려식물병원장

코로나 19로 사람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졌던 시절, 그 공백을 채워준 것은 작은 화분 하나였다.
많은 이들이 싱그러운 에너지로 공간을 채우는 식물의 매력에 빠져 ‘반려식물’을 키우는 ‘식집사’가 되었고,
더 좋은 식집사가 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슬기로운 식물 생활’을 위해 아픈 식물을 진단하고 치료해주는 곳,
우리나라 최초의 반려식물병원 황영주 병원장을 만나, 식물치료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박향아  사진. 오충근

2023년 4월 10일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개원한 반려식물병원인데요. 반려식물병원은 어떤 곳인가요?

이름 그대로 우리가 키우는 식물, 반려식물을 위한 병원으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아픈 식물을 치료해주는 것을 넘어서, 나의 반려식물을 잘 이해하고 슬기롭게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내가 키우는 식물의 잎이 갑자기 축 처진다거나 색이 변할 때, 혹은 내가 식물을 잘 키우고 있는지 궁금할 때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을 거예요. 그럴 때 서울의 자치구 8곳에 개설된 반려식물 클리닉 센터를 찾아가면 되는데요. 그곳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치료하는 역할을 반려식물병원이 하고 있습니다.

반려식물병원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가장 먼저 식물의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육안으로 식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으면, 현미경으로 진균이나 세균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 직접 뿌리를 검진하기도 하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를 진행합니다. 당일 진료를 통해 치료가 마무리될 때도 있지만,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7일에서 3개월까지 입원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화상 진료와 상담도 병행하고 있고요. 식집사를 위한 교육도 꾸준히 시행하고 있는데요. 병원을 방문하는 분 중 과습으로 뿌리가 썩어서 오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물만 열심히 주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하시는 거죠. 식물 키우기의 기본 지식이 부족한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진료를 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병은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예방이니까요. 분갈이, 번식, 관리, 가지치기, 식물 생리 등 주제를 정해서 이론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반려식물병원이 설립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식물을 키우는 분들, 소위 ‘식집사’가 많이 늘어났어요.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집안에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취미에 대한 니즈가 생겼고, ‘식물 키우기’가 언론 등을 통해 주목받았거든요. 그러면서 농업기술센터로도 문의가 많이 왔어요. ‘식물을 처음 키우고 있는데, 물을 잘 주는데도 자꾸 잎이 시든다.’, ‘식물이 아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걱정 어린 전화가 대다수였죠.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서울시에서 ‘반려식물 육성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국내 최초의 반려식물병원이 개원하게 됐습니다.

식물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직 ‘반려식물 육성’에 관한 법률이 없다 보니 관련 양성 기관도 없는 상태예요. ‘식물치료사’라고 부르기도 하고 ‘식물관리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식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관련 법률과 교육 기관도 마련되기를 바라봅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도시농업전문가 양성과정’에서 농업과 식물에 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하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인데요. 양성과정에 참여하려면 관련 분야 기능사 이상의 자격이 필요하거든요. 산업인력공단에서 발행하는 식물보호기사 자격증이 있는데, 식물의 생리와 병충해에 관한 과목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차근차근 준비해서 자격증을 따놓으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식물치료사는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요?

식물에 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야 한다는 건 기본이고요. 관찰력도 중요한 자질입니다. 식물은 느린 속도로 조금씩 변하고 성장합니다. 그 작은 차이를 발견하고 생육상태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관찰력이 필요하죠. 소통 능력도 중요한 자질 중 하나입니다. 현미경으로 식물의 상태를 관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은 어떻게 주고 화분 위치는 어떠한지 등 식물의 생육 환경과 정보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거든요. 진료를 위해 방문을 하면 평균 30분 정도 상담을 합니다. 그 대화 속에서 많은 정보를 끌어내고 원인과 결과를 유추해낼 수 있어야 하죠. 상담을 하다 보면 ‘내가 잘 몰라서 식물을 죽인 것 같다’며 우시는 분들도 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기르시던 식물이라며 꼭 살려달라’고 제 손을 꼭 잡으시는 분도 있고요. 식물을 잘 관찰하고, 식집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공감하는 능력, 그러니까 식물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큰 분들이 좋은 식물치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식물치료 관련 분야는 어떻게 성장해나가리라고 전망하시나요?

현재는 우리 병원을 비롯해 공공 부분에서 관련 병원이나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식물을 제대로 알고 더 잘 키우고 싶은 식집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화훼협회나 민간 차원에서도 식물병원이 운영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언제든 내가 키우는 식물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배우고,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동네 병원이 많이 생겨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화원들도 단순히 식물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한 식물의 생육상태를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거죠. 판매 후에도 SNS 등으로 계속 소통하며, 성장관리를 하면 더 좋겠죠.

식물과 함께하면 생활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돌이켜보면, 저도 많은 식물을 키웠고 많은 식물을 죽여보기도 했어요. 내가 배운 이론과 실제는 다르더라고요. 그 과정을 통해 식물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고요. 식물의 잎이 푸르게 변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데요. 그 모습을 보기 위해 마음을 담아 정성을 쏟는 과정 자체가 힐링이 됩니다. 물론 다육식물과 같이 큰 변화가 없는 식물도 많아요. 하지만 나와 같은 공간에서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기도 하거든요. 반려동물처럼 적극적인 케어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자라기도 하고요. 너무 열심히 물을 주면 오히려 과습으로 식물이 죽기도 하니까요. 한 걸음 떨어져서 천천히 작은 변화를 느끼는 것, 그 안에서 발견하는 안정과 평안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식물치료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조금 실질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학생들의 경우 농과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방송통신대학교의 농업학과나 원예학 쪽으로 진학해 전반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확신이 생기면 식물보호기사 기능사 자격에 도전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다양한 식물을 키우면서 ‘식물일지’도 써보고, 식물에 대해 다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쌓아가시길 바랍니다. 이런 경험들이 지식과 만났을 때, 좋은 식물치료사가 될 수 있는 단단한 토양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