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릿지

한계를 뛰어넘고
두 번째 커리어를 잇다

이선주 수성대백인터빌 관리소장

오랜 시간 사회생활을 활발히 했던 이들은 일을 하려는 의지와 열정이 강하기 마련이다. 학습지 선생님이었던
이선주 소장은 아파트 관리소장이라는 두 번째 커리어로 일할 맛 나는 일상을 즐기는 중이다.
나이와 편견을 가뿐히 뛰어넘고, 머뭇거림과 포기 없이 ‘도전’을 이어온 결과다.

글. 김주희 사진. 김규남

막막했던
현실에서 만난
국민내일배움카드

“아파트 구석구석이 예쁘달까요? 담장에 샛노란 장미를 보면 참 기분이 좋아요.” 매일 거니는 장소, 날마다 보는 풍경이지만 애정이 잔뜩 가는 모양이다. “‘우리 소장님 보러 왔어’라며 할머님들이 살갑게 인사해 주실 때면 보람되기도 하고요.” 이선주 소장에게 아파트 단지는 단순히 일터가 아니다. 마음을 다해 가꾸는 또 하나의 ‘집’이 되었다.

이선주 소장은 2022년 1월부터 관리사무소장과 경리를 겸직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에 따른 공동주택 관리 및 운영, 공용 부문 유지·보수·수선을 비롯해 장기수선계획 조정, 장기수선충당금 요율 조정, 시설물 안전관리계획 수립, 건축물 안전 점검 진행 업무까지 전방위적 활동에 나서는 중이다.

사실 이선주 소장은 남들과 비교해 다소 늦은 나이에 관리소장직을 처음 맡았다. 학습지 교사로 활동하다 남편의 가게 운영을 돕는 등 지금과는 다른 행보를 이어오던 그녀의 일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가게 폐업을 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거죠. 주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식당이나 마트에서 소일거리를 하다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나이 제한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길로 고용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고 국민 누구에게나 직업훈련비를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알게 되었어요. 학원을 알아보고 국민내일배움카드로 공동주택 회계실무자 양성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나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상황이 설레면서 기쁘더라고요.“

35년 만에 다시 시작한 공부가 쉽지는 않았지만 과정을 모두 수료한 후에도 배움은 계속되었다. ‘사무자동화 및 ITQ 마스터 자격취득과정’을 통해 아파트 회계 업무에 유용한 자격증까지 갖추게 되었다.

좌절을 ‘배움’으로
극복하다

컴퓨터를 배워본 적 없던 이선주 소장에게 도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독수리 타법은 아무리 연습해도 더디기만 했고, 평소 들어본 적 없던 회계 용어 또한 외국어처럼 생소했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법은 단 하나, 반복이었다. 반복을 거듭하며, 자신의 역량을 하루하루 갱신하며 전문가 반열에 오르고 있었다. 자격증 취득까지 마친 후 곧바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리 취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또 한 번 좌절의 순간을 맞아야 했다.

“56세란 나이가 걸림돌이었습니다. 나이 제한이 없는 직무지만 면접자 모두 나이가 많다는 의견을 내비쳤죠. 자격증만 취득하면 취업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 절망했습니다. 그럼에도 국민내일배움카드에서 제공한 기회를 꼭 살리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지 않도록 또 다른 배움을 이어 나갔습니다.”

경리가 아닌 관리소장에 도전하기 위해 주택관리사보 시험을 준비했다.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공부하며 시험을 본 이후에도 배움은 멈추지 않았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보니 지원금이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다. 취업하는 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 나는 무엇이 부족할까? 또 고민했다. 뒤이어 전산회계 1급, 전산세무 2급 자격까지 취득했다.

“국민내일배움카드 덕분에 57세에 자격증을 몇 가지나 갖게 되었습니다. 수능시험을 잘 본 학생처럼 마냥 기뻤습니다.”

나이를 두려워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에 집중해야 합니다. 진심을 담으면 어디에든 ‘내 자리’가 있을 겁니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삶

이제 본격적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구직에 나섰다. 첫 번째, 두 번째 지원에는 면접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지만 세 번째에는 드디어 면접을 볼 수 있었다.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주부로서 연륜이 있기에 입주민들과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걸 강조했죠. 처음에는 연락이 없었는데 12월 31일 오후 5시에 합격 연락을 받았어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더라고요. 생애 최고의 연말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했던 첫 출근날부터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공동현관 파손과 누수 등 돌발 상황을 해결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공동생활을 하는 아파트는 언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냈다. 초기에 맞은 ‘예방주사’ 덕분에 관리소장으로서의 실무 역량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이선주 소장은 퇴직 후 재취업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생각의 방향을 달리할 것을 당부했다. 나이를 두려워하기보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에 집중하라는 것. 또한, 진심을 담으면 어디에든 ‘내 자리’가 있을 거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3년 후 승강기 공사를 앞두고 장기수선충당금 요율을 조정해 놓았어요. 얼마 전에는 수성구청 공동주택관리비용 지원 사업을 신청해서 CCTV 공사도 무사히 마쳤고요. 입주민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훗날에는 더욱 큰 규모의 단지로 옮겨 제 역량을 펼치고 싶습니다. 70세까지 즐겁게 일하고 싶은데, 꿈을 이룰 수 있겠죠?”

물론이다. 그 어떤 벽 앞에서도 망설이지 않고 전문성을 연마해 온 이선주 소장이기에 내일은 더욱 밝게 빛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