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은 미래를 더욱 강하게, 그리고 가까이 끌어당긴다.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에게는 경험만큼 금쪽같은
자산도 없을 터.
대학생 홍유리 씨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을 발판으로 창업가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대표로 거듭날 수 있었다.
글. 김주희
사진. 김경수
‘일상에서 누구나 손쉽게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성균관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는 홍유리 씨는 수업이 끝나고 나면 강의실 앞에 수북이 쌓이는 일회용 컵을 보며 다회용컵 솔루션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고민’하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해결하고자 했다. 자신이 가진 아이디어와 아이템을 실현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전공이 행정학이다 보니 사회문제 해결을 정책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하지만 대학생인 제가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실현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았습니다. 유연하게 조직을 운영하며 단시간에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고 비즈니스화를 모색하려 했지만, 사업성 검증이나 기술 지원, 추진 비용 등 걸림돌이 많았습니다. 이때 만난 게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입니다.”
청년들에게 실전형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은 지난해 처음 시행됐다. 직무 경험과 경력을 중시하는 채용 시장의 흐름과 일경험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수요에 발맞춰 진행된 사업으로 청년에게는 직무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를, 기업에게는 우수 인재를 탐색하는 장을 마련해준 것이다.
사업은 기업탐방형과 프로젝트형, 인턴형으로 구성됐는데, 홍유리 씨는 프로젝트형에 참여했다.
프로젝트형 일경험은 청년들이 팀을 구성해 스스로 프로젝트를 설계·수행하고, 전문가로부터 코칭 받는 과정으로 이뤄졌다. 홍유리 씨는 건국대학교 ESG지원단이 멘토링을 지원한 ‘청년 주도 NextGen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었다.
홍유리 씨를 포함해 3명이 의기투합한 라운더(Rounder) 팀은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는 다회용컵 시스템 ‘공간 내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는 스마트컵 IoT 솔루션’을 개발했다. 다회용컵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해 데이터를 수집한 후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사용자가 동선 내 어디에서든 컵을 반납할 수 있도록 반납함을 여러 곳에 설치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였으며, 컵을 반납할 때마다 포인트를 적립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팀원들이 모두 문과생이어서 IoT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사업에 참여하기 전에는 세운상가 기술 장인을 찾아다니기도 했지만 한계에 부딪히곤 했습니다. 또한 아이템 특성상 B2B 셀링을 해야 하는데 고객사를 발굴하는 과정 역시 막막했죠. 프로젝트형 일경험에 참여하면서 B2B 사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었는데, 덕분에 사업화를 완성하는 단계별 과정을 거치면서 점차 발전하는 게 느껴졌어요. ‘팀플레이’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멘토의 격려와 지지로 자신감도 얻었고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수행비와 식비 또한 지원받을 수 있었다. 기존에 하던 아르바이트를 최소화하고 프로젝트에만 몰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 수행비 중 일부는 외주 개발비로 사용했는데, 솔루션 설계 및 기술 체계를 확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6개월여 간의 프로젝트 기간 동안 아이템의 완성도를 높인 결과, 라운더는 프로젝트형 작품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 연말 개최한 ‘제1회 미래내일 일경험 콘퍼런스’ 무대에 올라 사례를 발표하는 등 유의미한 성과들을 달성했다. 콘퍼런스 당시 부스를 운영하며 라운더의 솔루션을 알리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도움말과 조언을 받기도 했다.
홍유리 씨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에 참여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팀명과 같은 스타트업 라운더를 설립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캠퍼스타운에 입주해 있는데, 교내 카페 운영권을 확보하고 스마트컵 IoT 솔루션 서비스 실행을 앞두고 있다.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창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거예요. 다른 창업 관련 지원사업은 대상자를 선정할 때 팀의 역량이나 성과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미래내일 일경험 사업은 ‘레벨 0’, 프로필 한 줄 없는 대학생들이 꿈을 실현하는 데 최적화됐달까요. 저처럼 창업에 앞서 사업 검증,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 경험이 필요한 청년들이 꼭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팀에서 기업으로, 팀원에서 기업 대표로 한 단계 점프한 홍유리 씨의 각오는 제법 단단하다. 어느 누구나 간편하게 ESG라는 무형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나아간다.
그 첫 번째 수단인 스마트컵 IoT 솔루션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학교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해외까지,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동시에 더 멀리 나아가겠다는 꿈도 품었다. ‘경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이기에 앞으로의 경험들을 기업 경쟁력으로 연마하며 성장하리란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