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가들, 유수 기업들은 이미 우주산업 시대가 도래했음을 밝히고 있다. 우주를 둘러싼 다양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우주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해 여념이 없다. 이 중 신약 사업은 우주 환경이라는 특수성 안에서
눈부신 발전을 예고하고 있는 분야다. 그 이면을 들여다보자.
글. 이경희
우주에서 신약을 만든다?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조만간 우주에서 만든 신약을 약국에서 구입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들어 우주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생태계를 바꿀 새로운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지구와 완전히 다른 환경인 그곳에는 지구에 없는 ‘미세중력(microgravity)’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세중력은 중력이 거의 없는 상태를 일컫는 것으로, 우주 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체류하며 경험하는 환경을 미세중력 상태로 본다. 미세중력이 신약 개발의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백질 결정을 만들 때 균질하고 순도가 높은 약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속도 또한 지구에서 만들 때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균질한 단백질 결정 덕분에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것 또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이 같은 상황을 독일의 한 과학기술기업이 가장 먼저 이용해 의약품을 만들었다. 이 기업은 지난 2019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합성한 면역항암제를 제조하는 데 성공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한 제약 기업은 우주 의약품 개발 플랫폼을 통해 당뇨와 심혈관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태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한 제약 기업도 미세중력을 이용한 신약 연구에 뛰어든 상황으로, 이렇듯 글로벌 시장은 이미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 같은 글로벌적인 관심에 편승, 제약·바이오 산업에 우주를 활용하는 것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당장 내년 하반기 누리호 4차 발사 때 단백질 결정 성장 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신약 개발용 위성’이 실린다. BEE-1000이라고 명명된 이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발사하는 신약 연구개발(R&D)용 위성이다. 면역항암제 등 모든 약물 구조의 기본인 단백질 결정이 우주에서 성장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이는 우주 신약 사업의 본격적인 출발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국내 제약 기업은 현재 우주에 나가 있는 우주인들의 건강 문제를 연구하면서 지구의 의학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우주 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에 지구 저궤도상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초 미국의 우주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1969년, 인류는 처음으로 달에 착륙했다. 그리고 55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우주에서의 신약 개발로 무병장수 시대를 앞당길 준비를 하고 있다. 더 건강하고 더 안전한 우주 신약 시대가 펼쳐질 날이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