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

퇴직연금제도,
제대로 알고 있나요?

근로자의 퇴직금제도가 변화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퇴직연금에는 DB형, DC형, IRP 3가지가 있다.
각각의 장, 단점과 주의사항 등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글. 안지연 노무사
(노무사사무소 현답 대표 공인노무사)

퇴직급여제도와
퇴직연금제도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퇴직급여법’)」에 따라 근로자는 퇴직 시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퇴직급여제도의 종류는 ‘퇴직금제도’와 ‘퇴직연금제도’가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기존 퇴직금제도의 노후자금 기능 상실, 기업도산 시 수급권 보장 취약, 기업의 재무관리 어려움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며, 기존 퇴직금제도에 퇴직연금을 포함하여 퇴직급여제도로 확대 개편한 것이다. 퇴직금은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제도이다. 퇴직금 산정공식은 <1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일수 ÷ 365)>이니 참고하자.

퇴직연금제도는 퇴직일시금을 연금으로 전환하였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일시금 지급을 연금의 형태로 전환해 근로자의 안정적 노후생활 보장을 강화하고 기업입장에서도 퇴직금 부담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의미한다.

다양한 유형의
퇴직연금제도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제(defined benefit retirement pension plan:DB형)’는 현행 퇴직금처럼 퇴직 후 받을 연금을 퇴직 당시의 평균임금 × 근속연수(노사합의로 증액가능)로 미리 확정해서 적립하는 방식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동일하게 정해진 퇴직금을 지급받게 되는 것이므로 과거 퇴직금제도와 특별한 차이는 없다. 하지만 퇴직금이 회사 내에 적립되어 있지 않고 전문금융기관에 적립되어 있기 때문에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도산위험이 적고 정년보장 등 고용이 안정된 기업에서 선택하기에 적합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DB형은 대기업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으며 장기근속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defined contribution retirement pension plan: DC형)’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개인별 계좌에 매년 일정금액(연간 임금총액의 1/12 이상)을 적립하면 근로자는 자신의 책임 하에 주식 등 금융상품을 선택해서 운용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확정기여형 기업연금과 유사한 제도이다. 즉, 회사는 근로자의 연봉의 1/12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근로자가 그 자금을 운용해 퇴직 시 적립된 금액을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수령하게 되는 제도다. 운용을 잘하게 되면 확정급여형에 비해 더 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운용을 잘못하는 경우 확정급여형에 비해 더 낮은 금액을 지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운용을 하는 근로자의 금융지식이나 운용을 대행하는 금융기관의 전문성에 따라 수령하는 퇴직금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것이 확정급여형과 다른 중요한 차이라 할 수 있겠다. DC형은 주로 중소기업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커 단기근속자에게 유리한 제도이다.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개인형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가 퇴직 시에 받은 퇴직 일시금을 퇴직연금사업자에게 개인퇴직계좌를 설정, 불입하고 세제혜택을 받으며 DC형과 같이 근로자 책임과 권한 아래 운용하다가 55세 이후에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제도다. 근로자가 재직 중에 자율로 가입 가능하며 퇴직 시 받은 퇴직급여를 계속해서 적립·운용할 수 있다. 명칭은 퇴직연금이지만 개인연금에 가까운 제도로 종전 IRA(개인퇴직계좌, 상시근로자 3-40인 미만 사업장은 직장 이동시에도 퇴직 후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퇴직적립금을 누적하여 통산)가 변경된 것이다. IRP는 DC형과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퇴직급여 일시금을 수령하여 통산하는 기능 외에 가입대상이 확대되고(자영업자, 퇴직급여제도 미설정 근로자 등), 자기 부담으로 추가부담금을 납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노후생활보장 기능을 강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변경

DB형을 운용하다가 임금피크제에 걸리거나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경우 임금이 줄어들어 퇴직 시 퇴직금이 줄어들 수 있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DC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하여 퇴직급여 감소 예방이 가능하다. 반대로 DC에서 DB로 전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DC형의 경우 DB로 전환되면 DC형의 운용책임은 근로자에게 있다. DC에 가입되어 있는 동안의 근로자의 운용 성과가 회사에 전가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다만 DC에 있는 기본 적립금은 남겨두고 DB형을 새로 가입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DC형을 운용을 하다 손실이 생길 경우 DB형으로 변경한다고 해서 손실이 보상되는 것이 아니다. DC형에 쌓여 있는 적립금은 그대로 둔 채 DC형으로 계속 운용하고 새롭게 가입한 DB형은 DB형대로 운용하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DC와 DB형 제도를 모두 도입한 회사의 경우 근로자가 DB형과 DC형을 모두 가입할 수도 있다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제도를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두 제도를 혼합해서 운용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를 혼합형 퇴직연금제도라고 부른다. 혼합형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규약에 이 방식이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 각각의 제도에 적립금을 얼마씩 납입할지 그 비율도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DB형 50%, DC형 50% 식으로 납입 비율을 정하여 규약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