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 출산율이 어느 정도 낮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 최근에는 저출산 문제를 기후위기에 준하는 이른바 ‘인구위기’로 여기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글. 강진우
참고. 통계청·국가통계포털 외 다수
최근 연이어 쏟아지고 있는 저출산 관련 뉴스에는 ‘인구 위기’, ‘인구 절벽’, ‘국가 소멸’ 등 다소 과격한 표현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저출산 문제가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 절박한 당면 과제라는 방증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심각할 정도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2000년까지만 해도 1.4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14년까지 1~1.3명 사이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2018년 사상 최초로 1명 이하인 0.98명으로 내려앉았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감소한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까지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출산율 급감에 따라 출생아 수, 학령인구, 생산연령인구, 고령인구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2000년 64만 명이었던 출생아는 2022년 25만 명으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으며 1,138만 명에 달했던 6~21세 사이의 학령인구도 750만 명으로 약 35% 줄었다. 생산연령인구 중 15~24세는 2000년 770만 명에서 2022년 539만 명으로, 25~49세는 1,982만 명에서 1,860만 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50~64세는 619만 명에서 1,275만 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도 339만 명에서 898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인구 피라미드도 아래쪽이 오목하고 위쪽이 불룩한 청자형으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양새다.
유독 심각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 그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존재한다. 많이 좋아졌다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육아를 여성의 몫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여성 경력 단절로 이어지고 있다. 유아기 때부터 이어지는 치열한 경쟁 체제로 인해 사교육비를 포함한 양육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부모가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주요 이유다. 이외에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내 집 마련, 엄마와 아기에 대한 일부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 개인주의와 비혼 풍조 확산 등 사회 전반의 다각적 요소가 저출산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 세계 선진국들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영국은 현재 3~4세 유아를 둔 맞벌이 부부에게 제공하는 주당 30시간의 무상 보육 서비스를 생후 9개월부터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는 산후 출산휴가 6개월 연장, 2030년까지 탁아소 20만 개 추가 건립 등의 추진을 발표했다.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두 번째로 낮은 국가인 이탈리아는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세금을 면제해 주는 파격적인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일본은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가 국가 운영 시설 이용 시 줄을 서지 않고 먼저 입장하도록 하는 ‘어린이 패스트 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2023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해 저출산 5대 핵심분야에 선택과 집중하는 정책방향을 수립한 바 있다. 2024년부터는 저출산 5대 핵심분야 지원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