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초록빛으로 물들고 있다. 바로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고객을 끌어당기는 하나의 포인트가 되었다는 뜻이다.
일회용에서 다회용으로,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지속가능한 초록빛 객실로 함께 들어가 보자.
글. 이경희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를 뜻하는 ‘미닝 아웃’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호텔업계도 마찬가지다. ESG 열풍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다. 건강과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 이 시간은 호텔마저 친환경으로 바꿨다. 어메니티의 남용과 호화로운 소비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호텔들이 미닝 아웃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호텔이 주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타인이 잘 꾸며놓은 공간을 비싼 값을 치르고 잠시 빌려 쓰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용품은 한 번 쓰고 버려지고 고객 편의를 위한 많은 서비스와 호텔 운영 과정에서도 에너지는 많이 소비된다. 하지만 ‘친환경’이 호텔에도 스며들게 되면서 호텔 역시 지속 가능한 친환경 공간으로 조금씩 탈바꿈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70% 이상은 평소 친환경 여행 의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내일>이 발표한 ‘2021 MZ세대 친환경 실천 및 소비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설문조사 참여자 가운데 71%가 ‘친환경 활동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인식의 전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과 소비패턴에도 영향을 주면서 일회용품의 소비가 많은 호텔 업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롯데호텔은 국내 호텔 최초로 객실에 무라벨 생수를 비치했다. 일회용 욕실용품을 다회용 디스펜더로 교체했다. 이를 국내 17개 호텔에 모두 적용해 범위를 넓혔다. 워커힐 호텔리조트는 ‘비건 전용 객실’을 도입했다. 객실 전체가 비건 인증을 받았거나 친환경, 식물성 용품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타월은 공정 무역 라벨이 붙어 있는 것으로 바꾸었고, 쿠션 등의 가죽은 닥나무를 소재로 만든 식물성 한지로 제작했다. 숙소이자 비건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글래드 호텔에서는 ‘그린 호캉스 시즌 패키지’를 선보였다. 대나무 칫솔 등 친환경 어메니티로 욕실을 구성했다. 이곳의 특이점은 주차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자가용 대신 도보나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탄소저감 동참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식사 메뉴 또한 더욱 폭넓어지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아몬드 우유를 넣은 비건 빙수와 비건 스무디와 같은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비건 푸드를 판매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도 호텔이 보여준 두드러진 변화다. ‘좋은 기업’의 기준이 ESG를 얼마나 적용하는지 인식이 달라지면서다. 호텔을 운영하는 많은 기업들은 ESG 경영을 선포하고, 경영 성과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직접 공유하고 있다. 임직원이 동참하는 기후행동 캠페인과 챌린지도 실시한다.
물론 호텔업계의 이런 노력은 법 개정에 따른 대안이기도 하다. 올해 시행되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 때문이다. 객실이 50개 이상인 대형 숙박업소에서의 일회용 어메니티 제공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호텔업계로서는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이를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됐다. 가치 소비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맞물리면서 고객의 불만족으로 이어지기보다 사회 변화에 따른 또 다른 호텔 경험을 제공하는 기회가 된 셈이다.
여행·관광산업은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 중 하나인 만큼 호텔 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더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법 시행에 앞서, 기업은 고객이 작은 불편을 감수하고 동참할 만한 충분한 가치와 이유가 있음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린 스테이’는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고객과 우리 모두를 위한 상생의 노력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