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인터뷰

그림과 화가, 관객을
스토리로 이어주다

도슨트 정우철

꿈과 현실은 한 끗 차이 아닐까. 마음속으로 바랄 땐 꿈이지만, 이를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는 순간 현실이 된다.
그림 해설가, 정우철 도슨트는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자 매일 노력했다.

글. 정자은  사진. 김경수

세상에 우연은 없을지 모른다. 사람들이 말하는 운명 같은 우연도 결국은 노력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정우철 도슨트도 한때는 직장인이었다. 20대 후반 자신과 더 잘 맞는 일을 찾고 싶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끝에, 그의 가슴을 스친 것은 도슨트라는 직업이었다. 겉보기에 그는 운 좋게 인기 있는 도슨트가 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누구보다 처절했고 열정적이었다. 노력으로 기회를 만든 정우철 도슨트를 만났다.

미술 전시부터 방송프로그램, 유튜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계십니다.

국회방송 <우리동네 미술관>이라는 프로그램을 조수빈 아나운서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예술명소를 찾아가는 미술 탐방 프로그램입니다. 친근한 설명으로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생활 속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취지입니다. 3월 21일부터 5월 17일까지 진행하는 <새벽부터 황혼까지 -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 올해는 한국사이버외대에서 1학기 강의를 맡았습니다. 미술과 관련된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첫 방송활동은 EBS 클래스ⓔ의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으로 기억합니다.

지금은 울렁증이 꽤 사라진 편인데요. 사실은 첫 방송에서는 많이 떨렸습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저는 ‘노력형’인 것 같습니다. 그림 해설도 관객의 이목을 끄는 일이지만, 메인은 그림이니까요. 강연이나 방송은 도슨트의 연장선을 위한 첫 도전이었습니다. 너무 긴장되고 떨려서, 혼자 연습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처음은 누구나 서툴잖아요. 포기하면 멈추지만 계속 노력하면 또 다른 제 모습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베르나르 뷔페>전임에도 불구하고, 그 전시를 계기로 정우철 도슨트의 존재를 확실히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작품 위주의 설명방식에서 벗어나 제가 공부한 화가의 인생을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작품을 소개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스토리텔링 방식의 해설 스타일은 전시 관계자와 논의 후에 진행했습니다. 초반에는 전시장에 관객이 별로 없어서 잘못된 선택인가 고민했습니다. 전시 해설을 들은 관객 분들의 반응이 입소문을 타면서 100여 명의 관람객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베르나르 뷔페>전으로 국내 많은 사람들에게 도슨트의 중요성과 그림에 대한 시선을 바꾼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2020년 당시 도슨트 정우철은 베테랑도 아녔고 관련 경험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도슨트를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절박했던 것 같습니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 정보수집도 힘들었거든요. 사비까지 투자하며 일본까지 가서 그림 전시를 봤습니다. 번역까지 따로 요청해서 공부할 만큼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전시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퍼졌고 해설 이후 눈물을 흘리는 관객분도 계셨습니다. 제가 잘나서라기보다 진심과 열정을 담은 해설 스토리로 눈높이에 맞춘 자세가 통했던 것 같습니다.

예정된 도슨트가 펑크를 내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전>으로 도슨트에 발을 들였습니다. 처음부터 스토리텔링을 녹인 해설이었는지요.

시행착오를 거쳐 다듬어졌습니다. 첫 데뷔, 20분은 지금 생각해도 떨립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엉망이었죠. 퇴근하고 작품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스피치 훈련도 틈틈이 했고요. 제가 생각하는 도슨트는 대중을 위한 것이기에 그에 맞는 콘셉트로 작가의 인생을 녹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전공한 덕에 시나리오처럼 구성하는 것에 익숙한 부분이 있습니다.

비전공자임에도 미술업계에서 도슨트로 활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미술이 아닌 영화를 전공했고, 영상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쉽지 않았고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더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도슨트 입문도 어려웠지만, 데뷔를 위한 준비를 늘 하고 있었기에 갑작스런 제의에도 수락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만 두고 보면 참 운명 같은 일이죠. 도슨트로 고전하고 있던 그때, 누군가의 부재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던 저에게 행운이 온 것 같습니다.

힘든 순간, 자신을 끌어준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요.

주저하지 말고 일단 해보는 것입니다. 도슨트로 입문하기 전까지 방황한 적도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몰라 고민도 많았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엇이든 부딪혀봐야 자신을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실제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경험을 해봐야, 자신과 잘 맞는 길인지 알 수 있고, 아니면 다른 방향을 모색할 수도 있죠.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저를 현재까지 이끈 원동력이라 봅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무엇이든 부딪혀봐야 자신을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실제 제 경험이기도 하고요.

정우철 도슨트님이 생각하시는 ‘공존’은 어떤 의미인지, 월간 내일 독자 분들한테 전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막막하지만 세상과 부딪히며 얽히는 것이 세상과의 공존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올해부터는 대학원에서 미술공부를 시작합니다. 발전하는 도슨트 정우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3월 말부터 시작되는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림과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월간내일> 독자 분들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