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업사이클은 단순한 제품 제작을 떠나 우리 모두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생활 전반에서 실천해야 하는 문화다.
버려진 것에 새 생명을 불어넣으며 환경보호의
또 다른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는 국내 1호 업사이클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의 박미현 대표에게 업사이클 산업에 대해 들어 본다.
글. 김지연
사진. 고인순
업사이클은 부산물, 폐자재 등 쓸모없고 버려진 물건을 새롭게 만드는 재활용의 한 형태를 의미하는데요. 소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디자인 영역에 한정해서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지만, 여행, 식품, 소재 개발 등 매우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분야입니다. 지금은 기업이나 개인이 쓰레기와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업사이클과 연계해 활동할 수 있습니다.
대학 시절 장관상을 수상했던 고용노동부의 창업 공모전 참가를 계기로 업사이클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재활용 제품은 지저분하고 저품질이라는 선입견이 적지 않았는데, 편견을 깨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프로젝트를 위한 일시적인 판매가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성을 느끼고 2008년 국내 첫 업사이클 사회적기업인 터치포굿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현재 업사이클 산업 활성화, 기술 연구, 제품 디자인을 비롯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 캠페인 기획, 도시형 환경교육 등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업사이클 제품 제작 과정에서는 저소득 이웃, 장애인 일자리 제공 시설과 함께합니다.
저희의 경우, 70여 가지의 재료를 사용해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환경교육을 위한 DIY 키트, 낙하산을 재활용한 에코백, 유니폼을 활용한 응급처치함,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스카프 등을 제작합니다. 페트병으로 만든 댕기 머리끈이 국립박물관 공식 굿즈로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몇 년 전에는 호주에 기후위기로 인한 대형 화재가 발생했을 때 코알라의 화상 치료를 후원하기 위해 페트병을 재활용한 코알라 인형 담요를 제작했었는데요. 이후에도 위기 동물을 돕기 위한 담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업사이클이나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이런 것도 업사이클이 되냐’며 제보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투명 페트병의 경우 분리배출 정책이 시행된 이후 품질이 무척 좋아져 만들 수 있는 제품의 범위가 다양해졌습니다. 이전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들 수 있는 원단이나 제품 종류가 2~3개뿐이었다면 지금은 선택지가 30개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환경보호를 실천하려면 모든 걸 다 포기해야 한다’고 극단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내가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내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다이어트를 할 때 무작정 굶는 것보다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며 천천히 길게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처럼요. 환경보호도 장기적이고 건강한 방법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업사이클의 경우 가장 큰 경쟁력은 소재에서 옵니다. 소재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은 사람, 기술 등 새로운 분야의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진입한다면 업사이클도 더욱 발전하리라 봅니다. 업사이클에 관심 있는 분들이 자신이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와 소재, 결과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쓰레기로 만든 것들을 기꺼이 사용하며 행복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며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것이 환경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발전시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업사이클 산업의 직업 종류
패션 업사이클 디자이너, 공간(인테리어) 업사이클 디자이너, 식품 업사이클 전문가, 업사이클 교육 강사, 신소재공학자, 업사이클 마케팅 전문가 등, 소재 및 제품 개발, 교육, 홍보 등과 관련해 여러 산업 분야에서 종사할 수 있다.
업사이클 관련 자격증
디자인 관련 종사를 희망한다면 시각디자인기사, 제품디자인기사, 패션디자인기사 등의 국가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업사이클 전문가, 업사이클 지도사, 업사이클 교육 전문가, 업사이클 공예 지도사 등 민간자격제도도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