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진로가 있다면 꿈을 향해 가 닿는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고등학생 시절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교육과정에 참여해 최연소로 식물보호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한
유선화 씨는, ‘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또 다른 꿈의 여정을 그려 나가고 있다.
글. 김주희
사진. 방문수
유선화 씨는 유년 시절부터 식물을 가까이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공원을 자주 다니면서 식물을 관찰했고, 관심이 깊어질수록 애정도 커졌다. 집에서 식물을 키우며 본격적으로 식물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때 생태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식물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닫고, 식물을 다루는 일을 하겠다는 꿈을 품었다. 일찍이 진로를 결정하고 중학교 졸업 후 농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식물에 관한 전문 지식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농업계 고등학교를 찾다 대구농업마이스터고등학교를 알게 되었어요. 매주 인천 집에서 대구까지 7시간을 왕복해야 했지만, 좋아하는 것을 배울 수 있음에 즐거웠습니다. 재학 당시 농업계 고등학교 최초로 우리 학교에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제도가 도입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선생님의 제안으로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습니다.”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은 현장 직무 중심인 국가직무능력(NCS) 기반의 교육과 훈련을 이수해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자격 제도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도 전문적인 지식과 기능을 갖춘 고급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제도를 도입·운영 중이다. 관련 직무 경력이 없는 고등학생이 산업 현장에서 실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현장 맞춤형 교육과정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유선화 씨는 식물보호산업기사 자격증에 도전했다. 식물보호산업기사는 전문 기술과 이론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의 피해 진단 및 방제 업무를 수행한다. 방과 후 교육에 참여한 유선화 씨는 더욱 깊이 있는 학습을 통해 어릴 적 품었던 꿈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학교 수업과 병행해야 했기에 대부분의 여유 시간을 자격증 교육에 할애해야 했다. 하지만 새로운 배움은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줬다. 10만여 평 규모의 농장에서 실습이 이뤄졌는데, 두 눈으로 생생하게 잡초를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실험실에서 전자현미경으로 병원균을 관찰하며 농작물의 병·해충의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식물 진단 및 방제 기술을 익혔다.
“평소에는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을 세심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니 식물이 더 좋아졌달까요. 특히 해충을 공부하면서 곤충 분야의 지식까지 습득할 수 있었는데요. 넓은 시각으로 생태계 전반을 관찰하고 식물을 보호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3학년에 걸쳐 1년 4개월 동안 개인적인 스케줄을 포기하고 밤늦게까지 공부에 매진한 노력은 유의미한 결실로 돌아왔다. 농업계 고등학생 최초이자 만 17세 최연소 식물보호산업기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최연소’라는 타이틀이 매우 영광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는 자격증의 가치가 더욱 크게 와 닿았는데요. 자격증을 기반으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가 더 다양해지더라고요. 대다수의 농업 관련 기업 채용 시 식물보호산업기사 자격증에 가산점이 적용됐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 입사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유선화 씨는 현재 공기업 국제식물검역인증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북미 국가에서 요구하는 출항 선박에 대한 아시아매미나방 검사 인증과 예찰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북미에서는 나무의 잎을 갉아 먹어 숲을 완전히 파괴하는 산림해충 아시아매미나방의 흔적만 있어도 입항을 거부할 정도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유선화 씨는 식물보호산업기사를 공부하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아시아매미나방의 특성과 생활사를 파악해 검사를 진행한다. 아시아매미나방이 활발히 활동하는 고위험기 6~9월 사이에는 더욱 세심하게 업무에 임하며 성취감과 보람을 맛보기도 했다.
유선화 씨의 꿈은 계속 자라는 중이다. 수목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나무의사로 활동하기 위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2월에 나무의사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차곡차곡 경험을 쌓고, 전문 기술을 습득하고 싶어요. 나무의사가 되어 우리나라에 보탬이 되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넘어 나무의사 면허로 농업과 임산업 시장에 긍정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식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목표를 달성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꿈은 미래를 만드는 씨앗이다. 가슴 속에 품은 소중한 꿈이 발아하고 성장하며 미래라는 큰 숲을 이룰 때까지 앞으로 나아갈 유선화 씨를 응원한다.